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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러닝

오늘도 달리기

by 정석진

아내를 운동시키려고 야간 러닝을 나섰다. 아내는 고관절이 좋지 않아 달리기가 어렵다. 하지만 운동은 해야 해서 슬로 러닝을 시작했다. 가능하면 빠지지 않고 매일 뛸 수 있게 노력 중이다. 운동할 때 조금이라도 충격을 덜 받도록 우레탄 트랙에서 뛰려고 외국어대학교 운동장에서 뛴다.

집에서 가려면 꽤 멀기에 주로 차를 타고 이동한다. 요즘 같은 환절기에 땀 흘려 운동하고 건사를 잘 못하면 감기 걸리기 쉽다. 차는 이를 커버할 수 있다. 그런데 집을 나서는 것이 귀찮아 때로는 운동에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일단 그곳을 찾아가면 달리기 좋은 환경이라 늘 가려고 애를 쓴다.

오늘은 원래 서대문에서 어반스케치 수업이 있는 날이다. 자꾸 수업을 빼먹다 보니 수업 가는 것이 어느 날부터 부담이 되었다. 한 주를 빠지면 진도가 맞지 않는다. 한 주는 스케치 그다음 주는 물감으로 칠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더 큰 이유는 수업을 한동안 빠지다 보니 그리는 실력이 한참 뒤처지게 되어 흥미를 많이 잃어버린 까닭도 크다. 수업도 가지 않고 집에서 하루 종일 빈둥댔더니 컨디션도 별로다. 달리기도 하고 싶은 마음도 별로 없었다.

하지만 아내가 운동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을 고쳐먹고 함께 외대로 갔다. 외대 트렉은 300 미터도 되지 않은 좁은 공간이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트렉에는 뛰는 사람보다 걷는 사람이 더 많다. 걷는 사람들에게 걷지 말고 제발 뛰라고 이야기하고픈 마음이 늘 굴뚝 같이 인다.

운동하는 이들은 대부분 젊다. 덕분에 운동할 맛이 난다. 이들은 대부분 엄청 빠른 속도로 질주한다. 나로서는 엄두도 못 낼 정도로 빨리 달린다. 그렇게 뛰다 보면 추월당하기가 일상이다. 따라붙고 싶은 마음은 크지만 그저 마음뿐이다. 재미있는 것은 조금 지나면 빨리 뛰던 이들이 트렉에서 사라진다는 사실이다. 속도를 내서 달리다 보니 오래 달리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시작은 거창하지만 마무리가 흐지부지 되는 것이다. 그에 반해 나는 일정한 속도로 꾸준히 지속해서 뛰기에 오래 달린다. 승자는 나라는 심정으로 어깨를 펴고 당당히 달린다.

오늘 뛴 기록


한순간 반짝하고 금방 사라지는 것보다 은은하게 오래가는 편이 유리한 점이 많을 것이다. 빨리 뛰는 이들 덕분에 나도 모르게 달리는 평균속도가 평소보다 많이 빨라졌다. 환경의 영향은 이렇게 큰 것이다. 운동을 시작할 때는 적당히 기본만 하려고 마음먹다가 여러 사람들이 열심히 운동하는 모습을 보면 없던 열정이 저절로 생겨난다. 오늘도 그랬다. 아내 뛰는 동안만 살살 달리려고 했는데 함께 어울려 달리다 보니 시간도 거리도 훨씬 길어졌다. 덕분에 10킬로를 뛰었고 집에 와서 푸시업도 135번이나 했다.

항상 운동이란 시작이 어렵다. 하지만 하고 나면 뿌듯하고 보람도 크다. 쉽지는 않겠지만 앞으로도 성실하게 운동하는 것을 목표로 계속 달릴 것이다.

#달리기 #야간러닝 #운동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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