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앵 Oct 26. 2022

열정이 재능을 넘어설 때

좋아하는 일을 끝까지 한다는 것

  <영화 '플로렌스' (음치 성악가 이야기)>


 천의 얼굴, 연기의 신이라 불리는 메릴 스트립이 주연한 ‘플로렌스’라는 영화가 있다. 그녀가 연기한 플로렌스라는 사람은 실존했던 인물로 일명 음치 성악가로 불리는 사람이다.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 플로렌스는 음악을 하고 싶어 했지만, 그녀가 재능이 없다는 잘 알았던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다고 한다. 그녀는 결혼 후에도 음악에 대한 열정을 버리지 못했고 첫 남편과 이혼한 후 유산을 상속받고 두 번 째 남편의 지지를 받으며 본격적인 성악가로서 활동을 시작한다.     


 나이가 들어도 근사한 휴 그랜트가 열연한 그녀의 남편은 음악클럽을 만들어 플로렌스가 음악활동과 연주회를 하도록 도와준다. 연주회를 마치면 그녀를 비난하는 기사를 모조리 없앴다고 한다. 재능은 없었지만 열정만큼은 엄청났던 플로렌스가 음악회를 열면 사람들은 듣기에 괴로운 노래를 들으면서도 그녀가 가진 부와 영향력 때문에 듣기 힘든 티를 쉽게 내지 못한다. 간혹 그녀를 비웃는 사람들이 있을 때 플로렌스는 자신의 실력이 워낙 뛰어나서 질투하는 것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플로렌스라는 사람에 대해 처음 알았을 때 엄청난 호기심이 일었다. 그러다 영화를 보고 나서 생각이 많아졌다. 그저 재미로 봤던 영화. 그녀를 비웃는 사람들의 대열에 나도 같이 서서 유쾌하게 웃고 끝날 줄 알았는데 그렇지가 않았다. 재능은 없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끝까지 해낸 그녀도 신기했지만 허황된 것 같은 열정을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도 놀라웠다. 74세의 플로렌스는 콧대 높은 카네기홀에서 독창회를 열게 된다. 그녀가 얼마나 노래를 못하는지 궁금했던 사람들 덕에 티켓은 매진된다. 하지만 영화에서 묘사된 그녀의 목소리는 ‘고양이 죽는 소리’였다. 음악회가 끝나고 신문에는 그녀에 대한 혹평 기사가 실린다. 그 독창회가 열린 이듬해 플로렌스는 사망했다.     


 자기가 음치라는 사실을 그녀 자신이 알았는지 아닌지에 대한 논란은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자신이 음치라는 걸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녀가 음악에 진심이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누가 뭐라고 해도 꿋꿋하게 갈 길을 갔던 사람. 음악활동 뿐만 아니라 주변의 음악가들을 돕는 일에도 열심이었다는 플로렌스가 사람들의 평가와는 상관없이 자신만의 세계를 가진 예술가였다는 생각이 든다. 그게 비록 황홀한 착각이었을지라도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노래를 하고 노래를 하다 생을 마감한 그녀는 분명 행복한 사람이었을거다.     

 요즘 피아노를 다시 치기 시작하면서 또다시 '나는 전공이 아니고 그래서 부족한 게 너무 많다'는 자괴감이 들기 시작했었다. 플로렌스 이야기를 떠올리면서 예술과 예술가에 대해 생각해 본다. 예술을 사전에서 검색해보면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창조하는 일에 목적을 두고 작품을 제작하는 모든 인간 활동과 그 산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라고 나온다. 사전적인 의미로 따진다면 나도 넓은 의미의 예술가인걸까?

-다음사전-     

 MBTI 유형 중 INFP로 '꿈꾸는 이상주의자'의 성향을 지닌 나는 늘 예술을 동경했고 예술가가 되고 싶었다. 피아노 치는 게 너무 좋았지만 내게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고 그것에 대한 미련같은 걸 간직하고 살아야 했다. 하지만, 난 피아노 전문가가 되지 못했어도 지금은 작가라는 새로운 꿈을 품고 아마추어로서 음악을 즐기는 이야기를 글로 쓰고 있다. 못 이룬 꿈이 다른 꿈을 만난 셈이다. 가끔은 어떤 활동을 하든 성과를 내야겠다는 조바심에 힘들 때도 있지만, 이내 다시 과정으로 돌아와 즐기곤 한다. 음악을 통해, 글쓰기를 통해 궁극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나는 결국, 이미 예술가였다는 생각이 든다. 재능을 넘어선 열정으로 꿈을 이뤄낸 플로렌스처럼.     


“모두가 나더러 노래를 못 한다고 해도 누구도 내가 노래를 안 했다고는 못할걸요.”

-영화 ‘플로렌스’ 대사 중에서-     




-제주지앵의 음악 용어 Tip-

sforzando (sf, 스포르잔도) : 그 음을 특히 강하게
이전 06화 첫사랑처럼, 피아노가 내게로 왔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