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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앵 Oct 10. 2022

아마추어지만 매일 피아노를 칩니다

'사랑 그 자체'가 되는 순간

                      


 직업으로서가 아닌 취미로서 예술이나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을 아마추어 'AMATEUR'라고 한다. 사실 아마추어라는 단어는 '사랑' 그 자체다. 라틴어 'amator'는 사랑하는 것, 'amare'는 사랑하다에서 비롯된 말이기 때문이다.      

-김여진, <피아니스트는 아니지만 매일 피아노를 칩니다> 중에서-     


  그저 제목이 좋아서 읽기 시작한 책을 읽다 주책없이 눈물을 쏟고 말았다. ‘아마추어는 사랑 그 자체’라는 말에 내 심장이 반응한 것일까? 나를 설명할 때면 늘 ‘아마추어 음악 애호가’라는 말을 쓰곤 했는데 내가 사용한 ‘아마추어’엔 ‘부족함’이라는 의미만 담겨있었나 보다. 작년에 피아노 학원 보조강사 알바와 오르간으로 하는 성당 미사 반주를 하면서 알게 모르게 아마추어인 나 자신에 대한 부족함을 줄줄이 확인해야 했다. 지칠 대로 지친 상태에서 나는 그 일들을 한 번에 접었다. 아픈 기억이다. 피아노 뚜껑을 굳게 닫아 놓고 1년을 지내면서 피아노에 대한 생각을 일부러 피해왔다. 안방 한편을 답답하게 차지하고 있는 피아노를 당근 마트에 팔아서 그 돈으로 안방을 예쁘게 꾸며볼까라는 생각까지 했었다. 미련이 없을 것 같았다. 음악은 더 열심히 들었지만 피아노를 다시 치고 싶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았다. 깨달음 아닌 깨달음도 얻었다.     


 '피아노를 치지 않아도 사는 데 지장이 없구나.'

 '왜 그렇게 수십 년 동안 피아노에 집착을 해 왔을까.'

 '이제 해 볼만큼 해 봤으니 피아노와의 인연은 여기까지...'


 다시 피아노 뚜껑을 열게 된 건 순전히 ‘타의’에 의해서였다. 어느 날, 애정하는 동생인 S에게 전화가 왔다. 자기에게 피아노를 가르쳐줄 수 있느냐고. 피아노가 꼴도 보기 싫다 생각하고 있었지만 바로 '가능하다'라고 대답을 했다. 왜 그랬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지금까지 4번의 레슨을 진행했고 예전에 바이엘까지 쳤다는 S는 그때의 감각이 돌아왔는지 이젠 두 손으로 연주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베토벤 ‘환희의 송가’의 음을 따서 쉽게 만든 곡을 치면서 아는 멜로디라 치는 재미가 있다고 한다.     


 변화는 S에게만 찾아온 것은 아니다. 나도 다시 연습을 하고 있다. 며칠만 연습을 안 해도 티가 나는 게 피아노란 악기인데 1년간 안 쳤으니 쉬운 곡도 버벅대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손가락 연습 교재인 하농으로 기본기를 다지면서 전에 레슨 받고 연습하다 멈추었던 베토벤 비창 소나타 연습에 다시 시간을 쏟고 있다.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책임감이 있으니 더 열심히 하게 된다. 그 열정이 S에게도 전해졌는지 안 들리던 음악이 들리고 평소에도 피아노 소리가 나오면 귀를 기울이게 된다고 한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카톡으로 보내주면 그걸 계속 듣게 된다면서 음악이 예전과는 다르게 다가온다고도 한다. 그러다 만나면 음악이야기를 하느라 수다시간이 더 길어진다. 우리 둘 사이에 이전에 없던 방식으로 또 다른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그렇게 아마추어 선생과 초보 제자는 음악으로 특별해지는 시간들을 만들어가고 있다. 진심으로 S에게 피아노를 가르쳐 주듯이 그렇게, 프로는 아니더라도 음악에 진심인 사람이 되어야지. 이젠 그저 아마추어로 남더라도 정말 괜찮을 것 같다. 그 단어가 주는 느낌이 완전히 달라졌으니 말이다. 사랑 그 자체인 단어가 나를 설명하는 말이 된다는 건 얼마나 근사한 일인가!





-제주지앵의 음악 용어 Tip-

largo cantabile (라르고 칸타빌레) : 느리게 노래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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