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앵 Oct 28. 2022

청소할 땐 본 조비

이런저런 순간에 어울리는 음악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집에 들어오니 해야 할 집안일이 한가득. 그냥 놔두었다 이따 할지 바로 해 치울지를 고민하다 팔을 걷어붙였다. 세상 느릿느릿한 스타일인 내가 집안일하는 속도를 올리기 위해 픽한 음악은 본 조비. 20년도 더 된 LP판을 꺼내 턴테이블에 올리고 청소를 시작한다. 청소기를 틀어도 소리가 들릴 정도로 볼륨을 한껏 높이고. 강렬한 비트와 어두운 구석이 없는 록음악이 귀찮은 집안일도 흥을 돋우며 할 수 있게 도와준다. 청소와 설거지까지 마치고 나서 밀린 집안일 하며 본 조비를 들었다고 인스타에 올리자 금세 올라오는 댓글들.     


 “와~ 본 조비와 윤경 언니의 조합. 신선합니다~!”

 “왠지 신나게 일할 수 있을 듯요.^^”     


 이젠 하고 싶던 걸 할 차례. 내 전용 작업실인 식탁에 노트북과 블루투스 스피커 그리고 커피(나는 이걸 ‘나만의 삼합’이라 부른다)로 한상차림을 해 놓고 음악도 준비한다. 글을 써야 하니 이번엔 잔잔한 피아노곡이다. 글을 쓸 땐 주로 모차르트 소나타나 글렌 굴드가 연주한 바흐의 골드베르크 협주곡 같은 곡을 듣는다. 가사가 있는 노래보다는 잔잔하고 굴곡(?)이 없는 곡으로. 음악이 있으면 감성이 말랑말랑해져서 글이 잘 써질 때가 많으니 음악은 글을 쓸 때의 필수품이다.

 

 어떤 일을 하든 그에 어울리는 음악이 있으면 효율을 높여준다. 혼자 집에 있거나 운전을 할 때 빈 공간의 헛헛함을 메워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집이든 차 안이든 혼자 있는 시간엔 라디오를 잔잔하게 틀어놓을 때가 많다. 주로 클래식 FM을 틀어놓는데 오전 시간엔 주로 가볍게 들을 수 있는 음악들이 많이 나와서 음악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듣기에도 괜찮을 것 같다. 중간중간 DJ의 멘트도 조곤조곤 함께 대화하는 느낌이 줘서 좋고 시구절이나 책에서 인용한 말을 읽어줄 땐 그 말을 기억하고 싶어 바로 핸드폰에 메모를 하기도 한다.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도 음악은 제 몫을 톡톡히 하곤 한다. 손님이 왔을 때 방해되지 않을 정도의 볼륨으로 잔잔하게 음악을 틀어놓으면 분위기가 한결 부드러워진다. 그때는 음악의 장르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클래식이든 가요든 팝송이든 요란한 음악만 아니고 소리만 크지 않으면. 남편과 저녁때 마당에서 모닥불을 피우고 불멍을 하거나 드라이브를 갈 때는 이소라나 잔나비 같이 분위기 있는 목소리를 가진 가수의 음악이 잘 어울린다. 과묵할 남편과 22년째 같이 살다 보니 둘이 있으면 왠지 데면데면할 때가 있는데 역시 그것도 음악이 있으면 해결이 된다. 별말 없이 둘이서 같이 멜로디를 흥얼거리기만 해도 뜻밖의 낭만이 연출되기도 한다.



 눈으로 볼 수도 만져지지도 않지만 음악은 늘 내 곁에서 열 일을 하고 있다. 나 자신, 그리고 타인과의 관계에서 부드러운 윤활유 역할을 해 주면서. 그리고 음악은 특별할 것 없이 이어지는 모든 일상의 곳곳에 존재하면서 반짝 빛나는 순간을 선물해 준다. 영화 ‘비긴 어게인’ 속의 대사처럼.


 “내가 이래서 음악을 좋아해

  모든 평범함도 음악을 듣는 순간

  아름답게 빛나는 진주처럼 변하니까.”     




-제주지앵의 음악 용어 Tip-
 
con moto (콘 모토) : 생생하게 또는 움직임을 가지고 약간 빠르게





이전 11화 힙합에 스며들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