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앵 Aug 12. 2024

지앵의 음악 편지 1

-J 에게-


아이들이 성인이 되고 한 살 한 살 나이가 들어가면서 쓸쓸함을 느낄 때가 참 많아. 어느 순간 내 곁에 아무도 없고 연락할 사람도 연락올 사람도 없는 하루가 며칠씩 지속될 때도 있고. 그래서 올해 들어서 힘들 때가 많았는데, 그러다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 누구도 예외 없이 나와 같은 외로움을 안고 살아가는 거야. 외로움은 인간의 숙명이라는 걸 난 왜 자꾸 잊는 걸까? 그 안에서 누군가와 마음을 나눌 때면 그게 얼마나 감사한 건지 다시 생각하고 자꾸 되뇌려 노력 중이야.      


그렇게 좋아하는 음악도 몸이 아프면 듣지를 못해. 참 희한하지? 내게 위로가 되어주는 음악이 몸이 아플 때는 위로가 안 된다니. '음악은 그저 정신의 위로를 주는 것으로 그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음악을 즐기기 위해서라도 건강을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번뜩 드는 거 있지.     


요 며칠 컨디션이 안 좋아서 음악을 못 들었는데 오늘 아침에 다시 음악을 틀고 나니 글도 쓰고 싶어 져서 음악 편지를 쓰는 거야. 지금 어떤 음악을 듣느냐고? ㅎㅎ 그냥 좋아하는  라디오 프로를 틀었어. 애정하는 프로그램 DJ가 올림픽 방송 때문에 출장 중이어서 손님 DJ가 진행중이라 영 낯설지만. 그래도 선곡하는 수고 없이 취향에 맞는 음악을 들을 수 있으니 게으른 나는 주로 라디오를 듣지. 생각지도 못한 음악을 만나게 되는 기쁨도 있어 좋고.


J에게 내가 추천하는 음악이 어떻게 다가가는지 궁금해. 아직은 어렵고 낯설 수도 있겠지만, 그냥 꾸준히 듣다 보면 익숙한 곡들이 많이 생겨서 조금씩 숙해질 거라 생각해.      


사람이 가지는 근원적인 외로움, 고독 같은 게 아이들이 떠난 시점에서 더 부각되는 시기에 있는 나는 아무도 없는 텅 빈 집에서 음악만이 내 곁에 있어주고 있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돼. 음악이 있는 공간과 없는 공간은 그 느낌이 달라도 너무 다르잖아. 그건 단지 음악을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만 느끼는 건 아닐 거야. 예를 들자면, 어떤 영화에서 음악을 다 삭제하고 그 영화를 본다면 얼마나 삭막할지 상상만으로도 알 것 같잖아. 일상에서도 음악이 그런 역할을 해 주는 것 같아. 어떤 음악을 듣느냐에 따라 생기를 불어넣어 주기도 하고 더 깊은 고독 속으로 안내해 주기도 하니까...


“난 이래서 음악이 좋아.
지극히 따분한 일상의 순간까지도 의미를 갖게 되잖아.
이런 평범함도 어느 순간 갑자기 진주처럼 아름답게 빛나거든.
그게 바로 음악이야.”    
-영화 '비긴 어게인' 속 대사 중에서-


이전 04화 저녁의 피아노 연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