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방학이 끝나고 서울로 돌아가는 딸을 버스 정류장에 내려주고는 차 문이 닫히자마자 난 (울컥한 걸 들키기 싫어서)차를 홱 돌려서 얼른 집으로 돌아왔다. 차 안에서 예상치 못하게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집에 들어오니 짐을 챙긴 흔적과 온기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눈물범벅이 된 얼굴을 씻으러 욕실에 들어가니, (딸이) 자신이 쓰던 욕실 용품들을 챙겨가서 욕실도 휑하다. 함께 쓰던 화장대도 썰렁했고 거의 비어있다시피 한 딸의 옷장을 보니 또 마음 한쪽이 스산해졌다. 집안 어느 곳을 둘러봐도 아이가 머물 때와 다른 휑한 기운이 묻어났다. 방학 동안 집에 있으면서 늦게 일어나고 욕실을 어질러 놓을 땐 그렇게 꼴 보기가 싫더니 막상 떠나고 나니 '헛헛하다'는 말로 밖에는 이 기분을 표현할 길이 없다.
지난 2월 대학교에 입학할 때 떠날 적에는 정작 눈물은 나질 않았었다. 20년 동안 늘 함께 지내던 아이가 성인이 되고 내 품을 떠나는 게 믿기질 않아서였을까. 그저 일렁이는 마음을 다잡는 데 시간이 좀 걸렸을 뿐인데... 이번엔 왜 이렇게 눈물이 났을까. 딸 말대로 2주 후에 추석이면 또 만날 텐데. (호르몬 때문인가.)
주말부부라서 또다시 주중엔 혼자 지내는 날들이 시작되었다. 어떻게 하면 사람이 난 자리를 채워가며 살까. 이럴 땐 음악이 필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음악만 한 것이 없다. 아무 소리 없는 빈 집과 은은하게 배경처럼 음악이 깔린 집은 분명 다르니까. 그러고 보니 내가 혼자 있는 시간과 음악을 듣는 시간은 비례하는 것 같다.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땐 굳이 음악이 없어도 대화로 채우고 서로의 온기로 채울 수 있으니 음악은 어찌 보면 선택사항이지만, 혼자 있을 땐 작게라도 음악을 틀어놓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과의 간극이 너무 크다.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렇다.
음악으로도 해결되지 않는 것들도 물론 많지만, 혼자인 나를 감싸주는 선율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딸이 서울로 떠나고 며칠이 지난 오늘 저녁땐 좀 신기한 일이 있었다. 퇴근 후 귀갓길에 길을 걷다가 딸내미 생각이 나서 무심코 '찌롱아!'하고 작게 혼잣말을 했다. 그러고 나서 바로 전화벨이 울렸는데 딸에게서 온 전화였다. 전화를 받자마자 이런저런 수다를 늘어놓는 딸에게 했던 말...
"찌롱아! 방금 니 생각이 나서 작게 이름을 불렀는데 전화가 왔어. 소름이다. 우리 텔레파시가 통한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