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재무제표, 다른 이야기: 업종별 재무제표 차이

나만 재밌던 내 재무제표 전자책

by 강냉이콘

이제 재무제표의 전체 구조와 주요 계정들, 그리고 그 계정을 조합한 재무비율까지 하나씩 짚어보았습니다. 여기까지 왔다면, 이제 남은 건 실제 기업의 재무제표를 읽고 분석해보는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전에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살펴본 재무제표, 이 정형화된 틀조차도 업종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는 사실입니다.


회사마다 하는 일이 다르듯, 재무제표를 구성하는 항목도, 그 항목을 해석하는 방식도 조금씩 달라집니다. 업종은 크게 제조업, 수주업, 서비스업, 도소매업, 금융업 등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이 중에서 수주업·서비스업·도소매업은 그 구조가 기본적으로 제조업 재무제표를 바탕으로 파생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업종별 재무제표의 가장 극명한 차이를 보려면, 제조업과 금융업을 비교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제조업: 눈에 보이는 자산, 손에 잡히는 원가


제조업 재무제표의 중심은 ‘매출원가’와 ‘매출총이익’입니다. 물건을 직접 만들어서 파는 구조이기 때문에, 원재료나 인건비 등 원가가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생산한 제품은 곧바로 팔리지 않기 때문에, ‘재고자산’이 재무상태표에서 중요한 항목으로 등장합니다. 또한, 공장이나 기계 같은 ‘유형자산’이 많기 때문에 감가상각도 주요 비용으로 나타나죠.


이러한 이유로 제조업 기업을 볼 때는 재고 관리, 원가 통제, 유형자산 투자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금융업: 숫자로 이루어진 흐름, 돈이 돈을 낳는 구조


반면 금융업은 구조 자체가 다릅니다. 금융회사는 제품도 없고 재고도 없습니다. 이들이 벌어들이는 ‘매출’은 대출에서 받는 이자이고, ‘비용’은 예금자에게 주는 이자입니다. 그래서 손익계산서에는 제조업에서 보던 매출원가 대신 ‘순이자수익’이라는 항목이 등장합니다.


재무상태표도 독특합니다. 제조업의 재고자산 대신 금융업의 핵심 자산은 ‘대출채권’입니다. 고객에게 빌려준 돈이 자산이 되는 것이죠. 부채 항목에도 ‘예수부채’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고객이 맡긴 예금이 곧 부채가 되고, 이 부채로 수익을 만들어냅니다. 이처럼 금융업에서는 부채가 많다고 해서 반드시 위험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금력을 상징하는 긍정적 신호가 될 수 있습니다.



현금흐름표 해석도 달라진다


현금흐름표에서도 업종에 따라 해석이 달라집니다. 제조업에서는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일 때 기업이 실질적으로 돈을 잘 벌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반대로 ‘–’라면 수익 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의심하게 되죠.


하지만 금융업은 다릅니다. 대출이 늘어나면 현금이 외부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자연스럽게 ‘–’가 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나쁜 신호는 아닙니다. 오히려 대출을 많이 했다는 것은 수익을 위한 자산을 늘렸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


복잡하지만 경제를 이해하는 재미


재무제표의 다섯 가지 종류, 셀 수 없이 많은 계정들, 그리고 그 계정들을 조합한 다양한 재무비율까지 살펴보았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 업종마다 재무제표의 구조도 다르고, 같은 숫자도 해석이 달라진다고 하니, 처음 접하는 분들에게는 다소 버겁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복잡해 보이는 재무제표의 세계를 하나하나 뜯어보며 공부하다 보면, 결국 기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산업은 어떤 구조로 움직이는지, 더 나아가 경제라는 거대한 기계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를 조금씩 이해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순간, 숫자 속에서 흐름이 보이고, 숫자 너머에 있는 사람과 시장의 이야기가 읽히기 시작할 것입니다. 그렇게 재무제표는 더 이상 어렵고 딱딱한 문서가 아니라, 세상을 읽는 또 하나의 언어로 다가오게 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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