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저기요 May 29. 2020

누가 내 모성애에 돌을 던지나

모성애가 뭘까? 모성애가 강하다고 할 때 기준은 뭘까? <모성애가 없나 봐요> 하고 자학하는 엄마들의 글을 볼 때마다 생각한다. 저 정도면 충분히 모성애가 강한 건데? 라고. 


내 모성애는 범사회적? 보편적인 기준에서 높은 편은 아닌 것 같다. "내가" 그렇게 느낀다는 거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객관적으로 모성애가 부족한 엄마일까? 모성애가 대체 뭐기에?


모성애를 측정하는 스카우터가 있는 것도 아니고, 나는 그저 내가 우리 엄마에 비해 모성애가 강하지 않다고 느낀다. 희생하고 또 희생하고. 자식을 나보다 나은 사람으로 키우기 위한 목적에 충실하셨던 엄마와 나는 다르다. 


퇴근하고 집에 가면 아이랑 눈 맞추고 놀아주기보다 밀린 집안일부터 하고

아이 앞에서 술 먹는 거 안 좋다지만 알게 뭐냐 매일 달린다 맥주  

육아 중에 <여긴 어디 난 또 누구> 모드로 멍 때릴 때도 많고

아이는 회사 와서 키즈노트로 볼 때가 젤 이쁘고 보고싶고(진심)

가끔 주말에 셋이 있는 시간이 너무 답답하고 견디기 힘든 나 

아이를 낳은 건 정말 좋은 경험이었지만 함부로 추천하고 싶진 않은 

=> 이런 나는 모성애가 별로 없는 걸까? 

보통 육퇴 후 한잔이라는데 나는 그냥 바로 한 잔... 두 잔... 세 잔 


그럼 모성애가 강한 엄마란 뭘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봤다.

-자식을 위한 희생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엄마

-자식 교육에 신경을 아주 많이 쓰는 엄마

-자식을 반드시 나보다 낫게 키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엄마

-자식에겐 뭐든 최고만 해주려고 애쓰는 엄마


아이를 낳는 행위 자체가 희생이니 자식 키우며 희생하는 건 당연한 거고. 하지만 내 몸 부서져라 희생하고 나중에 아이에게 "너 때문에 이렇게 희생했어!" 라며 생색내고 싶진 않다. 교육은 아주 방만하지 않은 선에서 해줄 거고 나보다 낫게 키우는 거...? 성격만 쫌 좋았으면 좋겠다. 최고로 해주고 싶은 마음이야 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으니 그냥 적당히. 


내 스스로 모성애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건 괜찮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당신은 모성애가 부족한 것 같다"라는 판단/평가/비난조의 말을 하면 어퍼컷을 날리고 싶다. 모성애가 부족하다는 건 남에게 듣고 싶은 말은 아니다. 누가 나만큼 희생하고 누가 나만큼 책임을 지는데? 나만큼 희생하고 나만큼 책임지는 사람만 나에게 돌을 던지세요. 


타인이 그런 말을 하면 <헐> 인데 가족이 그런 피드백을 주면 사기가 낭떠러지로 추락한다. 엄마라는 역할을 처음 수행하고 있는데 못한다는 말을 들으면 자신감이 확 떨어지고 신이 나지 않는 것이다. 나 잘 못하고 있나? 내가 특별히 부족한 엄마인가? 이전 일을 곱씹으며 풀이 죽는다. 육아가 재미 없어진다. 


그러니까 나의 모성애는 나만 느끼고 나만 염려하게 해주세요. 관심과 케어의 기준은 저마다 다른 것이니. 내가 나만의 방식으로 아이를 케어하고 사랑하면 되는 거니까, 잘한다 못한다는 평가는 넣어두세요. 제발. 



 

이전 16화 난 행복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