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종영된 드라마 '나빌레라'는 나이 일흔에 발레를 시작한 덕출과
스물 셋 꿈 앞에서 방황하는 발레리노 채록의 성장 드라마였다.
황혼과 청춘을 위로하며, 명대사와 명장면이 쏟아진 드라마는
'꿈을 포기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는
보편적 메시지를 통해 세대를 초월한 위로를 건넸다.
서로가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성장을 이뤄낸 그들의 모습은 세대 갈등이
사회적 문제가 된 이 시대에 커다란 울림을 주었다.
특히, 덕출이 알츠하이머 악화로 공연을 포기하려 하자
채록은 "할아버지 제가 약속했잖아요. 이제 할아버지 손 놓는 일 없을 거예요.
할아버지 완벽하지 않아도 할아버지 몸은 다 기억해요. 저 믿고 끝까지 해 봐요."라며
용기를 북돋아 주었는데, 그 장면은 나를 뭉클하게 했다.
그러면서 고등학교 때의 일이 주마등처럼 떠올려졌다.
고등학교 1학년 가을 축제 때.
1학년은 무용시간에 배운 것을 발표하고 주위 여학교와 경연 대회를 하는 행사가 있었다.
참여 인원의 대부분은 당시 대학 무용과를 지망하는 학생들로 구성되었다.
그런데 1명이 부족했다.
한 명을 뽑기 위해 선생님은 무용시간에 열심히 하는 학생 중,
부모님의 허락을 받은 학생으로 차출했는데 그 한 명이 나였다.
나는 대학을 무용과를 택한 것도 아니고, 다른 학생처럼 몸이 유연하지도 않고,
단지 수업시간에 성실히 수업 받는 학생이었다.
여름 방학 내내 아침부터 저녁까지 맹훈련을 했다.
선생님의 열정과 나의 성실함이 합해져서 축제는 무사히 끝났다.
그런데 경연 대회에서 우리 학교가 뽑혀
텔레비전(당시는 흑백 TV, 또 초창기에는 집집마다 가지고 있지 않았다.
얼마나 다행이었나?)에도 출연하게 되었다.
리허설 도중 누가 무대 장치를 건드렸는지
내 머리에 쾅! 잠깐 기절... 정신을 차린 후, 동작이 생각나지 않았다.
무용 선생님은 당황하며, 앞에 있는 학생의 동작을 보고 따라 하라고 하시면서
자리 위치를 바꾸고 뒷자리에 서게 했다.
음악과 함께 춤은 시작이 되었는데,
정말! 머릿속은 하얀데 나는 동작을 끝까지 하고 촬영을 무사히 끝냈다.
끝날 때까지 머리는 멍하고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데, 몸이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뒤 무용 선생님은 다른 반 수업시간에 나의 무용담(?)을 말하면서
나의 노력과 성실함을 칭찬해 주었다고 친구들이 말해 주었다.
마치 요즘 윤여정 배우가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받아 유명해진 것처럼
그 때는 쉬는 시간마다 친구들이 와서
무용 선생님의 이야기를 전해 주어 잠시 유명인사(?)가 되었다.
그 때 무대에 섰던 친구들이 무용과에 갔는지는 알 수 없으나
지금 나는 예술의 하나인 그림을 그리면서 편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드라마의 한 대사로 잊혀졌던 나의 과거의 추억이
새롭게 내 인생의 한 페이지가 되었다.
늘 현실의 벽에 부딪혀 자신의 꿈을 포기했던 덕출의 용기와
꿈을 향해 도전하는 날갯짓이 우리에게 커다란 공감을 주었다.
이와 함께 잦은 부상과 매너리즘에 빠진 발레 유망주에서
발레를 처음 배웠던 설렘의 순간을 간직한 채
진정한 발레리노로 성장하는 채록의 모습에서 우리는 용기를 가질 수 있었다.
'나빌레라'는 코로나19로 힘든 이 시기에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
끊임없이 위로해 주고 힘내라고 등을 다독여 주는 드라마였다.
드라마 '나빌레라'에서 70세에 자신의 꿈을 찾아 발레를 배운 덕출.
"내가 살아 보니까, 완벽하게 준비되는 순간은 안 오더라고.
그냥 지금 시작하면서 채워. 무작정, 부족해도 들이밀어."
70대에 영화 '미나리'로 오스카상 여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윤여정.
정년 퇴직 후 70대에 수채화를 배우는 나.
76세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여
10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왕성한 활동을 한 미국의 모지스 할머니 이야기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내 삶을 소중히 하며 힘차게 살아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