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내 삶은?

by 어수정
맛있는 과일들.jpg <맛있는 과일들>, 수채, 어수정 作, 2022.9.20




조용하게 집중하면서 그림을 그려야 하는데

그 동안 코로나19, 남편의 허리 부상 등 외부적인 요인으로 인해

화실에 가는 것을 잠시 쉬어야했다.

많이 불편하고 속상했지만 어쩌랴! 감내할 수밖에...


9월, 드디어 오랜만에 화실에 갔다.

다들 열심히 정진하여 솜씨가 많이 발전된 것 같은데

나는 제자리인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컸다.

5개월만에 붓을 드니 붓끝이 매끄럽게 나가지 못하고

색깔 배합은 나에게 여전히 어렵고 또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선생님은 내 나이가 나이인 만큼

부지런히 그림을 그려 개인 전시회도 하라고 하시지만,

나는 느긋한 마음으로 서두르지 않고 그림을 그리려고 한다.

선생님은 내가 전문적인 화가가 되기를 바라시지만

나는 그냥 취미 생활의 하나로 하려고 한다.

취미로 하다가 전문인이 될 수도 있겠지만...

친구들은 농담삼아 나를 화가라고 부르지만 언감생심...

나는 아직 그 말이 어색하다.


정목 스님의 책 '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에서 말하듯이

"우리가 행복이라 믿는 것은 많은 경우 행복이 아니라

어리석은 욕심일 때가 대부분이다.

우주의 시계에서 달팽이는 결코 늦지 않습니다."

요즘은 달팽이를 직접 보기도 어렵지만,

정말로 달팽이는 느려도 천천히 제 길을 가듯이

달팽이의 속도가 우리 인간의 눈으로 보면 더디고 답답해 보이지만

우주의 속도에서는 지극히 정상적인 속도일 것이다.

우리 인간들의 조급함으로 빨리 무엇을 이루려고 하는 행동에서

많은 부작용을 초래하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급히 먹는 밥이 체한다'는 속담이 있듯이

나는 내 속도로 천천히 꾸준히 가면서

그 속에서 내 나름의 행복을 찾는 인생을 살고 싶다.

젊었을 때는 시간에 쫓기며 시간과 싸우며

허겁지겁 지냈는데 나이 들어서까지

그렇게 바쁘게 살고 싶지 않다.

마음은 비울수록 더 편안해지고,

마음이 편안해지면 사는게 다 즐거워지고

행복은 더 커지지 않을까?

단, 생활하는데 기본인 일어나는 시간, 잠자는 시간,

세끼 밥 먹는 시간은 규칙적으로 꼭 지키면서 살고자 한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적지만,

화가로서 성공하지 않아도 사는 날까지

소소한 행복을 찾아 나의 길을 꾸준히 묵묵히 가련다.

이것이 남은 내 삶의 모토(motto)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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