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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주워담기 Sep 23. 2022

현명하게 사춘기를 보내는 방법

아낄 것은 아끼고 나눌 것은 나누기로 

 호르몬이 과다 분비 중임이 분명하다.

 아침에는 저기압이었다가 학교에 다녀와서는 한랭전선이 낮고 길게 깔려 있었다. 그러더니 저녁에 학원에 다녀와서는 급작스럽게 고기압으로 변화한다. 밤만 되면 텐션이 올라가고 기운이 뻗쳐서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안 되는 춤을 추기도 하는 우리 집 사춘기 1호. 그런 언니의 변화에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난감해하다가 최근 마침내 그에 버금가는 사춘기 호르몬이 본인에게도 흐르기 시작함을 깨달으면서 언니와 서로 다른 파도를 타고 있는 우리 집 사춘기 2호. 

 까칠한 그녀들과 하루하루를 보내는 일은 생각보다 나에게 큰 스트레스 요소이기도하다. 폭풍같이 스트레스가 몰려올 때면 초긍정의 마인드 리셋이 필요한데 그럴 때마다 

 "학교를 안 간다고 해서 걱정이야."

 "집에서는 멀쩡하게 나갔거든. 근데 선생님은 아이가 가오나시처럼 메이컵을 하고, 핫 미니스커트 교복을 입었다고 전화를 하셨지 뭐야."

 "잠만 자, 잠만. 어떻게 그렇게 잠만 잘 수 있는지? 병원에라도 데려가야 할까 봐."

등 사춘기의 극에 달한 다른 집 아이들을 떠올리며 위로 아닌 위로의 감사일기를 작성하기도 한다. 

  처음 큰 아이의 질풍노도의 시기를 직감했을 때, 엄마도 사춘기 딸은 처음이라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난감하기만 했다. 최대한 아이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한다고 했으나 아이는 불만스러움이 가득했던 것 같다. 한 번은 남편이 아이에게 미리 이야기도 하지 않고 주말 학원 수업을 다녀오자마자 할머니 댁에 가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아이는 쉴 틈도 주지 않고 미리 의견도 묻지 않고 일정을 마음대로 정한 아빠에게 화가 폭발해 버렸다. 욱하는 성격이 똑 닮은 아빠와 딸이라 둘 사이에서 양쪽의 입장을 이해시키느라 1박 2일 마음고생을 한 생각을 하면 지금도 가슴을 쓸어내리게 된다. 부모의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따르도록 하는 게 아니라 아이의 의견을 묻고 그것을 존중해주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깨달은 계기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 일이 있은 후, 주말 일정을 계획할 때나 가족 행사가 있는 경우에는 온 가족의 의견을 묻곤 한다. 각자의 생각을 나누면 나눌수록 오해도 사라지고, 서로의 입장에 대해 이해할 수 있어 더욱 돈독해지는 것 같다. 그리고 가끔씩 아이들의 속 깊은 생각에 놀라거나 감동을 받을 때도 있다. 

 그런가 하면 평소 쏟아 놓던 잔소리는 아끼고 아껴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정말 공부를 잘하고, 스스로 알아서 하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공감하는 이야기가 있다. 학창 시절 막 공부를 하려고 하는데 "얘. 그만 놀고 공부 좀 해." 하는 부모님 잔소리에 공부하려던 마음이 싹 달아나서 더 공부하기가 싫었던 경험은 대부분 있을 것이다. 아이들이 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것에 대한 잔소리를 듣게 되면 짜증은 배가 된다. 그리고 하고 싶던 마음은 사라진다. 비단 공부와 관련된 것만은 아닐 것이다. 그렇기에 질풍노도의 시기에 진입한 딸과 아들이라면 한 발자국 물러서서 바라보고 생각한 다음에 행동해야 한다. 막 꺼내려고 했던 내 말이 아이의 입장에서 잔소리라고 생각할지, 이미 여러 번 했던 말이라면 두 번 할 말은 한 번으로 줄여서 아끼고 아꼈다가 기분 좋게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물론 생각보다 실천은 쉽지가 않다. 

 오늘 아침에도 등교하는 아이를 배웅하며 방바닥에는 잠옷이 뒹굴고, 책상 위에는 사탕, 초콜릿 껍질과 여러 종류들의 프린트 물이 난무하는 방을 목격했으나 아이 등 뒤에 폭풍 잔소리를 하려는 순간 두 입술을 지그시 마주대고 꾹 참았다. 대신 청소를 하면서 방 정리를 해주고 난 뒤 책상 위에 포스트잇을 붙여줬다.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

 잔소리이긴 하지만 웃음 한 번 지을 틈은 주니 기분은 덜 상하고, 기억엔 좀 더 남길 바라는 마음이다.

   바깥 날씨가 이상하다. 아침엔 분명히 햇살 쨍쨍 이었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 어두컴컴해지더니 바람과 함께

무서운 소나기가 쏟아진다. 아침에 아이에게 우산을 들려 보내지 않았는데 학교에 가져다줘야 하나 고민을 하며 글을 쓰고 있으니 먹구름은 흘러가고 다시 하늘이 쨍해졌다. 변덕이 딱 우리 아이들 마음 같다. 그래도 비가 오래도록 오지 않아서, 먹구름이 바람에 저 멀리 흘러가서 참 다행이다. 아이들의 사춘기도 그렇지 않겠는지?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오늘도 아이들에게 잔소리는 좀 아끼고, 아이를 생각하는 마음은 더 많이 나누는 현명한 하루를 보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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