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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주워담기 Oct 15. 2022

나를 나다운 사람이 되도록 하는 너에게

너를 너다운 사람이 되도록 하는 엄마가 될게. 

"엄마가 학원 강의나 과외를 하면 어떨 것 같아?"

이제 곧 학교와의 계약이 끝나가기에 또 다른 수입 라인을 확보해야 하는 나는 당장 계약 만료 후 일자리에 대해 고민 중이었다. 틈틈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는지 알아보고, 이러다가 내년엔 방송 모니터를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도 하고 있었다. 나도 주말이 있는 삶을 살고 싶다며 이직을 했으나 평일도 주말처럼 지내게 될 수 있고, 그러면 수입도 0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은 잠시 묻어뒀다. 그런데 그 상황이 조금씩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당장 아이들 학원비가 걱정이 되어 취업사이트를 들락거리면서 단시간 일자리를 찾아 헤매고 있으나 딱히 나를 써줄 만한 곳은 없어 보였다.


 "엄마, 엄마가 하고 싶은 대로 해. 그런데 엄마, 글은 안 써?"

그랬다. 주말이 있는 삶, 휴식이 있는 생활을 찾아서 지금의 일을 택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 휴식의 시간에 난 쓰고 싶은 글을 써보겠다고 했다. 하지만 6개월이 다 되어가는 지금 내가 쓰고 싶던 글이라곤 몇 꼭지도 제대로 완성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게을렀던 것은 아니었다. 나름 부수입을 늘리겠다며 돈이 되는 글에 몰두하고, 내가 하고 싶던 글쓰기는 또 미뤘다. 그런데 아이에게 차마 돈을 위해서 글쓰기를 미뤘다는 말은 할 수 없었다. 

'늘 내가 원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생각해야 해. 그리고 내가 원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생각해야 해.'

 미래를 꿈꾸는 중학생 딸에게 여러 번 했던 말이지만 정작 그 말을 하는 나는 그런 삶을 살고 있지 않다면 아이에겐 그저 엄마의 잔소리 또는 기우로 밖에 여겨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돌아보니 충분히 글을 쓸 수 있는 상황이 있었음에도 글쓰기를 미뤄왔던 나 자신이 순간 부끄럽기도 했다. 내가 생각하는 나다운 사람, 그 모습을 잠시 잊고 있었다. 그런 나에게 경각심을 가지게 해주는 건 늘 나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바라보는 딸이다. 


딸아이가 작년 국어수업 시간에 시를 필사하고, 나에게 써서 함께 준 편지 

 오랜만에 작년 초에 딸이 국어 시간에 썼다며 나에게 준 편지를 꺼내봤다. 국어 시간에 배운 시인데 이 시를 보면서 엄마 생각이 많이 났고, 그래서 편지를 쓰면서 많이 울었다고 했다. 엄마도 엄마의 이름으로 불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것 같다며 너무 강한 엄마가 되지 않아도 된다고 나를 위로했던 속 깊은 딸. 그런 딸을 보면서 나는 더욱 나다운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야 나의 딸들 역시 나를 바라보면서 각자 본인다운 삶을 살 수 있지 않겠는가. 

 나는 글 쓰는 것을 즐겨하고, 글쓰기가 곧 나인 사람이 되는 게 꿈이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할 시간을 또 좀 까먹었지만 이제 다시 내가 가야 하는 길 위에서 나침반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뚜벅뚜벅 이 길을 걸어가보기로 한다. 그리고 언젠가 내가 꿈꾸는 나다운 사람이 되어서 딸들 앞에 자랑스럽게 이야기해주고 싶다. 너희들을 돌보느라 나의 삶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너희들과 함께라서 행복했고, 감사했으며 나를 늘 곁에서 지켜봐 주는 너희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될 수 있었다고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 오늘 나는 또 한 페이지의 글을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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