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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K Jun 12. 2019

03 공채 채용 절차와 디자이너, 그리고 디자인

제품 디자인 취업 도전기 _03공채 채용 절차와 디자이너, 그리고 디자인


취업준비의 과정에서 취업 준비생은 '간 보기'를 엄청 당해야만 한다. 나는 이 과정을 소개팅에 자주 빗댄다. 소개팅과 다른 점이라면 아쉬운 사람이 늘 나라는 점이다. 연애를 하고 싶어 친구를 졸라서 소개팅을 잡는 것은 서류전형과 비슷하다. 그리고 면접은 소개팅 당일이다. 소개팅을 하면서 만날지 말지 상대로부터 계속 확답을 얻을 수 없다. 대신 다음에 한번 볼지 말지 다음 주에나 시간 되면 말해주겠다는 말을 만날 때마다 듣게 된다. 실제 소개팅이었다면 아마 질려서 도망칠 것이다. 그러나 연애 준비생과 달리 취업준비생은 이런 간 보기를 적게는 2번 많게는 3-4번까지 당한다. 연락을 '받을지도 모르는' 다음 주, 또 그다음 주 이렇게 계속 기다리는 것이다. 그 기간 동안 취업준비생은 어떠한 장기적인 약속 또는 계획을 세울 수 없다. 그 기간 동안 어떤 간 보기를 당해야 하는지 정리해보겠다.


01. 서류전형, 포트폴리오 전형

일반적으로 디자이너가 아니면 서류전형에서 자기소개서만 쓰면 끝이다. 그러나 디자이너는 포트폴리오라는 것을 제출해야 한다. 포트폴리오는 한 번만 만들면 끝이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제품 디자이너를 뽑는 회사, UXUI디자이너를 뽑는 회사, 제품 디자인 중에서도 패키지 디자이너를 뽑는 회사, 그중에서도 용기 디자이너를 뽑는 회사, 패션회사인데 제품 디자이너를 뽑는 회사. 이런 회사들에 맞게 포트폴리오를 조금씩 바꾸거나 스타일을 다르게 준비해 두어야 한다. 내 경우는 회사별 직무 별로 포트폴리오를 제작했다. 그리고 특정회사의 경우는 주제를 제시해서 그것을 완성해오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는 공고가 뜨고 1-2주간의 모집기간에 자소서와 병행하여 완성하기에는 시간적으로 매우 힘들다. 게다가 3월이나 9월의 경우 채용공고가 여러개의 회사로부터 집중적으로 열리기 때문에 꽤 에너지 소모가 심하다. 그러다 보면 선택과 집중이 필수적이다.


+ 다른 얘기를 좀 추가하자면, 주변에 디자이너 취업준비생에게 서류 많이 넣으라는 말을 조금 자제할 필요가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간적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떨어질게 뻔한 회사에 투자하느니 될 법한 회사에 더 집중하게 된다. 이때 필수적으로 따라오는 잔소리가 어디든 다 넣어봐라. 왜 가리냐 가릴처지냐 하는 것이다. 나도 안 가리고 다 지원하고 싶다.  그럴 수 없는 이유는 예를 들어, 제품 디자이너 채용공고와 패키지 디자이너 채용공고가 동시에 열렸다. 그런데 후자에는 시각디자인 우대가 붙어있다. 그리고 나는 제품 디자인 출신이다. 그렇다면 전자에 집중하게 되고, 후자에는 상대적으로 투자하는 시간 대비 효율이 떨어지게 된다. ( 기계공학과 컴퓨터 공학만큼이나 다른 것이 제품 디자인과 시각디자인이다.)


포트폴리오 제작. 가이드라인도 없고 합격 포트폴리오라는 것도 없다. 합격 자소서들은 인터넷에 여기저기 떠돌아다니지만, 합격 포트폴리오는 찾아보기 어렵다. 어떻게 구성해야 할지, 어떤 것들을 넣어야 할지, 내가 한 것들을 어떻게 이 회사에 맞춰야 할지, 내가 그동안 뭘 해왔는지 되돌아봐야 하는 과정이다. 학부 졸업 후 취업준비를 할 때에는 수업 중에 했던 과제들을 정리해서 넣는 정도로 했었다. 그리고 계약직이 끝나고 취업준비를 하는 지금은 당시에 했던 과제들을 다시 렌더링하고 디자인해서 3개월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제작했던 것 같다. 그래도 합격률에 별 차이는 없는 듯싶다. 어쨌든 그렇게 제작된 포트폴리오는 2단계 전형에서 의심을 사게 된다.


02 실무자 면접, 실기 면접


실무자와 실기 면접은 보통 같이 진행되기도 한다. 아니면 실기 면접을 진행하고 그중 합격자를 추려서 실무자 면접을 보거나. 어쨌든 포트폴리오를 검토해서 1단계에서 뽑았음에도, 다음 단계에서 실기 면접을 보는 것은 '그 포트폴리오 정말 네가 한 거 맞니?'라는 의미이다. 일반적인 PT면접과 다른 점은 3시간가량 제품 하나를 디자인하고 실무진 앞에서 설명해야 한다. 심지어 스케치, 모델링, 렌더링 세 가지를 시키는 경우도 있다. 이 '실기전형'은 한국에서만 존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와 비슷한 일본도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해외 채용과정에서는 별로 본 적이 없다. 취업준비생은 어떻든 뽑히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고 (그것이 거짓말이라 하더라도), 기업은 거기에서 검증을 해서 뽑아야 하기 때문이기에 별수 없다 생각은 든다. 오랜 불신의 역사가 있겠거니 하는 중이다. 그런데 어떤 철면피가 남의 디자인을 훔쳐서 자기 포트폴리오에 넣을지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 포트폴리오란 1개의 디자인만으로 구성된 것도 아니고 수 개 혹은 수십 개의 디자인이 들어가 있는데, 한 사람이 했으면 비슷할 수밖에 없다. 일관되지 않은 디자인으로 구성된 포트폴리오라면, 1차에서 추려지는 것이 맞다고 본다. 어쨌든 여기서 실기력이 검증되었다면, 개인적인 성격마저 검증당하는 절차로 가야 한다.


03 임원진 면접


디자인과 상관없이 회사의 높은 사람들에게 평가받는 자리이다. 이 자리에서 디자이너로서의 어필은 다소 필요가 없다. 실제로 CMF관련 회사에서 임원진 면접을 봤을 때, CMF의 뜻을 진지하게 물어보는 임원도 있었다. 정말 몰라서 묻는 사람이었다. CMF가 디자인 팀에서 쓰는 단어 같은데 무슨 뜻이냐, 미국 사람이 만든 말이냐는 질문을 받았었다. 그러니 그냥 최근에 읽은 책이나 직업관 등을 말하면 되는 자리다. 사실 이 자리는 그렇게 부담스럽지도 않고 어차피 임원들이란 취준생 입장에서는 그냥 아저씨라고 보면 된다. 그래서 비교적 쉬운 난이도이지만, 면접장의 분위기와 면접관들의 질문내용 등과는 상관없이 합불을 가늠하기 어렵다. 내 경우는 잘 봤다 생각해도 떨어지고 못 봤다 생각해도 떨어졌었다. 그래서 아직 취업준비 중이다. 이 단계에서 떨어지면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크다. 모든 과정을 또 다른 회사에서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떨어질 바에는 차라리 서류에서 떨어지는 게 나을 정도다. (심지어 예비번호를 주는 회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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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의 단계는 다른 일반 사무직 직무와 디자인 직무가 비슷하면서 또 다르다. 그래서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일부 전형은 다른 일반 사무직 전형과 비슷한 단계로 맞추기 위해 생긴 전형들도 있다. 그래서 이러한 단계들을 통해 검증된 디자이너들이 회사로 간다고 해서 그 회사의 디자인의 수준이 오르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디자인 취업시장은 점점 경쟁자가 늘고 선발인원수는 줄어들고 있다. 이에 따라 경쟁자들의 전체적인 수준이 올라가고 있는 것은 느껴진다. (면접장에 가면 3대 디자인 어워드 수상은 기본이고, 해외 아트스쿨 출신자들도 꽤 있다.) 그러나 일부의 회사는 이들 중에서 철저히 검증하여 선발한 디자이너들을 데리고도 공감받지 못하는 디자인의 제품들을 계속 내놓는다. 회사가 디자이너에 대한 검증과정을 철저히 할 것이라면, 회사에서 출시하는 제품들도 정말로 괜찮은 디자인을 내놓았으면 한다. 그리고 디자이너를 그렇게 뽑았다면, 그들의 역량이 충분히 발휘되었으면 한다. 내가 걱정할 일은 아니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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