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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 대신에 내가 할 일에 집중하기로 했다

by 방송과 글 사이

“다음 달엔 좀 여유 생길 것 같아요. 이제 와서 왜 그만두라는 건지 몰라.”


인수인계를 받던 중, 전임자가 내게 말했다. 그 순간, 이상하게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제까지 해왔던 일을 과할 정도로 친절하게 설명해 주고, 앞으로의 방송까지 걱정해 줬던 전임자가 아니었던가.


‘지금 나한테 이 프로그램을 넘겨주기 싫다는 건가?’

‘내가 여기 괜히 들어온 건가?’


낯선 환경에, 낯선 일에 적응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함께 마음이 더 복잡해졌다. 전임자가 부장님과 워낙 친해 보인다는 게 영 석연치 않았다. 내가 이곳에서 환영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괴롭기까지 했다. 그 와중에 떠오른 말이 있었다.


“남과 비교하기 시작하면 불행해진다.”


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Leon Festinger)는 자신의 저서 『사회적 비교 과정의 이론』에서 사람들은 자신과 타인을 비교하며 자존감을 평가하는 성향이 있지만, 지속적인 사회적 비교는 행복감을 떨어뜨리고 자기 효능감도 낮춘다고 설명했다.




다음날에도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 조용히 눈을 감고 기도했다.


“하나님, 이 상황이 너무 불편하고 마음이 약해집니다. 제게 이 상황을 이겨낼 지혜를 주세요.”


기도 이후 내 시선을 ‘타인’이 아니라, ‘나’에게로 돌렸다. 나는 이미 이 일을 맡기로 결정했고, 내가 선택된 사람이었다. 냉정하게 상황을 보려는 마음이 생겼다. 먼저 전임자에게 카톡을 보냈다.


“여러모로 많이 도와주셔서 감사했어요. 다음 업무는 제가 잘 준비할게요.”


다음으로 부장님에게도 카톡을 전달했다.


“바쁘신 와중에 제 일까지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앞으로 제가 맡아서 처리할게요.”


그냥 주저앉아 있을 순 없었다. 다음 일을 철저히 준비하기 시작했다. 관련 책을 찾아 주문했고, 도서관 상호대차로 빌릴 책도 신청했다. 자료수집부터 구성안 작성까지 어떻게 진행하면 될지 계획이 섰다. 갑자기 떨어진 일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했는데, 하나씩 해결하다 보니 할 수 있겠단 자신감이 생겼다. 일이 되어갈수록 마음도 안정됐다. 스탠포드 대학교의 심리학자 앨버트 반두라(Albert Bandura)는 자기 효능감이 높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어려움이 닥쳐도 문제에 더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결국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밝혀냈다.


따지고 보면 전임자와 나, 비교할 필요도 없고, 신경 쓸 이유도 없었다. 각자의 역할을 잘하면 되는 거였다. 전임자의 말에 휘둘릴 필요도 없었고, 부장님과 친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나는 그저 내가 맡은 일을 잘하면 됐다. 이제껏 일해왔던 방식대로 감정보다 책임에, 비교보다 성실에 마음을 두기로 했다. 이렇게 생각을 고쳐먹은 덕분일까. 지금 나에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누가 뭐래도 나는 뽑힌 사람이고, 내 일을 묵묵히 해낼 수 있는 수 있는 사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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