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했던 봄날, 친구의 생일을 기억하고 챙겨주고 싶었던 마음에 작은 마음을 건넸다.
몇 달 뒤, 여름이 찾아왔고 내 생일도 다가왔다.
친구는 잊지 않고 내 생일을 챙겨주었다.
고맙다는 마음보다 먼저 스친 감정은 의외였다.
‘내가 괜한 부담을 준 건 아닐까?’
순수했던 마음이 누군가에게 의무가 되는 순간, 그 따뜻함은 어딘가 무거워진다.
계절이 한 바퀴 돌아, 다시 봄.
정신없이 바쁜 날들이 이어지면서 친구의 생일이 조용히 스쳐 지나가 버렸다.
‘이번엔 그냥 넘어가자’는 생각조차 할 틈이 없었다.
그리고 여름. 내 생일이 다시 돌아왔지만 이번엔 친구에게서 아무런 연락이 오지 않았다.
그제야 지난봄, 내가 놓쳤던 그 하루가 떠올랐다.
아, 그 조용함은 어쩌면 내 쪽에서 먼저 시작된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또다시 일 년이 흘러 봄이 찾아왔다.
이번에도 나는 친구의 생일을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어떤 말도, 행동도 하지 않았다. 아니, 하지 못했다.
마음을 전하는 일이 자꾸만 '형식'처럼 느껴졌다.
그 형식 속에서 마음이 오히려 멀어지는 기분이었다.
어설픈 다정함보다는,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더 솔직하게 느껴졌다.
시간이 흐를수록 마음이 식은 것은 아니었다.
그저, 불필요한 오해나 어긋남을 피하고 싶었던 것뿐이었다.
마음을 주는 게 두렵지는 않았지만, 그 마음이 '받은 만큼 돌려줘야 하는 어떤 것'으로 해석되는 순간이 조금은 슬펐다.
기억하고도 아무것도 하지 못한, 아니, 하지 않기로 한 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