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자판을 장시간 두들긴 탓에, 손목에 불편한 통증을 느꼈다.
VDT 증후군일 거라고 생각하고, '조금 쉬면 괜찮아지겠지'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하지만 어느 날, 팔꿈치 안쪽에 뻐근한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고 결국 동네 ○○정형외과를 찾았다.
○○정형외과는 오래된 병원이다.
요즘 동네는 재개발로 신식 병원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중이지만, ○○정형외과는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예전에는 진료를 받기 위해 몇십 분은 기본으로 기다렸는데, 최근엔 대기 없이 바로 진료와 물리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예전만큼 환자가 많지는 않은 듯하다.
의사 선생님은 언제나 같은 자리에 앉아 계신다.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늘 같은 말로 인사를 건네신다.
"좀 어떠세요?"
병원을 일주일에 서너 번씩 찾다 보니, 번쩍하고 낫지 않은 이상 대답은 매일이 똑같다.
"어제와 비슷해요."
아픈 부위에 대한 설명을 하시다가도, 갑자기 삼천포로 빠지기도 하신다.
농담을 던지며 웃고, 동네 이야기나 요즘 날씨 얘기도 스스럼없이 하신다.
무척 유쾌하고 다정한 분이다. 마치 '시골의사' 같은 느낌이랄까.
물리치료를 받은 지도 어느덧 한 달이 넘었다.
그날도 평소처럼 치료를 받던 중이었다.
물리치료실 저편에서 남자 목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이거, 왜 소리가 안 나요?"
자신이 사용 중이던 치료기기에서 종료음이 나지 않는다며 물리치료사에게 따지는 중이었다.
"아, 그 기기는 종료 알림음이 따로 나오지 않는 기종이에요."
물리치료사는 또박또박 설명했다.
"아! 소리가 안 난다니까?"
이번에는 한층 목소리를 높이며 반말로 윽박지르듯 말했다.
"네, 기기 안에 내장되어 있어서 저희가 따로 조절할 수 없어요."
물리치료사는 끝까지 침착했다.
"내 귀에 안 들린다고!"
그 순간엔 모두가 숨을 죽인 듯, 조용해졌다.
잠시 뒤, 다른 물리치료사가 다가와 조용히 말했다.
"다음엔 저희가 직접 시간 체크해서 종료 시점을 알려드릴게요."
그제야 상황이 정리되었다.
남자 환자가 물리치료실을 나가고 나서야, 물리치료사들끼리 조용히 속상한 마음을 나누는 소리가 들렸다.
"왜 우리한테 그렇게 날을 세우는지 모르겠어요…"
치료실 벽면에는 '물리치료사에 대한 폭언·폭행 시 치료가 중단될 수 있다'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그럼에도 어떤 사람들은 여전히 서비스를 받는 입장이라는 이유로 상대를 함부로 대한다.
미안하다는 말 없이 상황을 끝낸 그 환자의 태도가 오래 마음에 남는다.
요즘 들어, 서비스직에 있는 사람들에게 무언의 '100% 친절'을 요구하는 분위기가 점점 당연해지는 것 같다.
물리치료사는 치료를 제공하는 전문가다.
그들의 역할은 환자의 감정받이가 아니라, 몸의 회복을 돕는 것이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작은 불편에도 쉽게 불쾌함을 드러낸다.
'이기심이 넘치면 예의가 사라진다(利己損禮, 이기손례)'는 말이 있다.
과도한 기대와 요구는 결국 누군가에게 상처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