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깨 모종 심는 날, 고마운 손길

by 눙디

밭에 뿌려두었던 들깨씨가 어느새 제법 자라 소복이 올라왔다.
이제는 작물을 심지 않은 밭 전체에 들깨를 옮겨 심어야 할 차례다.

밭을 바라보는 순간, 마음이 다소 무거워졌다.


나는 들깨 심는 일이 농사일 중에서도 가장 힘든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허리를 숙이거나 쭈그려 앉아 한 포기씩 심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부모님과 함께 이틀 꼬박 들깨를 심어야 겨우 끝낼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아버지께서 허리 통증으로 병원 치료를 받고 계셔서, 엄마와 나 둘이서 이 일을 감당해야 했다.

물론 우리도 허리가 성한 건 아니지만, 아버지보다는 낫기에 각오를 다졌다.
며칠이 걸리더라도 끝까지 해보자고 마음먹었다.


비가 와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만큼 흙이 메말라 있었지만, 아버지께서 새벽부터 밭에 물을 주신 덕분에, 흙이 촉촉해졌고, 모종을 심는 일이 한결 수월해졌다.

줄기가 굵은 들깨 모종을 골라 작은 구덩이를 파고, 세 포기씩 줄을 맞춰 심기 시작했다.
더운 낮 시간을 피해 새벽부터 저녁까지 일했지만, 하루 10시간 가까이 허리를 굽힌 채 일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하루 종일 심었건만, 해가 진 뒤 밭을 둘러보니 아직도 심지 못한 자리가 수두룩했다.

하루 일을 마치고 씻은 후, 엄마와 나는 파스를 꺼내 허리에 붙였다.
그리고 우리는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다음 날 새벽, 아버지는 다시 밭에 물을 주셨다.
농번기에는 늘 그렇듯, 비는 야속하게도 내릴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엄마와 나는 전날과 다름없이 모자를 챙겨 쓰고, 수건을 목에 두르고, 흙이 묻어도 괜찮은 옷을 입은 채 장갑을 끼고 밭으로 향했다.
낫 하나 챙기고, 작은 그릇에 모종을 담아 다시 허리를 굽혔다.


정오 무렵, 더위를 피해 점심을 먹고 시원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쉬고 있을 때, 동네 아주머니 한 분이 오셨다.

익숙한 얼굴에 반가운 인사를 건네고, 시원한 커피 한 잔을 내드리자, 아주머니는 컵을 받으며 말씀하셨다.

"이 넓은 밭에 엄마랑 딸 둘이서 어떻게 다 심으려고 그래요. 우리 밭은 다 심었으니까 내가 좀 도와줄게요."

부탁한 것도 아닌데, 자진해서 밭으로 와 주신 그 마음이 참 따뜻하고 고마웠다.

힘든 일이란 것을 알기 때문에 괜찮다고 몇 번이나 사양했지만, 아주머니는 "할 일도 없어요."라며 웃으셨다.


오후 4시. 아직 해는 따가웠지만, 아주머니의 빠른 발걸음을 따라 우리는 다시 밭으로 나섰다.

엄마도 손이 빠르시지만, 아주머니 손은 더 빠른 것 같았다.

두 시간 남짓 함께 들깨를 심고 나서, 아주머니는 후다닥 일어나셨다.
"저녁 드시고 가세요." 몇 번이나 말씀드렸지만, 바쁘다고 하시며 손사래를 치고 댁으로 돌아가셨다.


다음 날, 고마운 마음을 담아 작은 선물을 드렸다.

고맙다고 인사를 하셨지만, 오히려 고마운 건 우리 쪽이었다.

힘들고 고된 일이란 걸 누구보다 잘 아실 텐데, 그 마음으로 밭에 와 함께 허리를 굽혀주신 것이 얼마나 고맙고 따뜻했던지.


그날 이후로도 엄마와 나는 허리에 파스 한 장씩 붙인 채, 매일 같은 방식으로 들깨를 심었다.

며칠 뒤, 들깨로 가득 찬 밭을 바라보며 감탄이 절로 나왔다.

"와, 예쁘다!"


하지만 일이 끝난 건 아니었다.
지열에 타버리거나 벌레에 먹힌 들깨를 다시 골라 심어야 했고, 호스의 위치를 바꿔가며 물도 자주 줘야 했다.

그렇게 일주일을 들깨와 함께 밭에서 보냈다.
몸은 고됐지만, 마음은 꽤나 충만했다.

앞으로 잘 자라주기를.

무럭무럭, 튼튼하게 자라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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