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여름날, 시장에서 떡을 사 왔다가 쉬어버린 적이 있었다.
더운 날씨에 제대로 보관되지 않은 떡에서 쉰내가 났다.
그날 이후로, 여름의 떡은 좀 꺼려지곤 했다.
제법 날씨가 더워진 며칠 전, 재래시장에서 장을 보다 떡집 앞을 지나가는데 하얀 동부 가루가 덮인 인절미를 아주머니가 칼로 썰고 계신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엄마가 좋아하는 동부인절미라 발길을 돌려 떡집으로 갔다.
"쓸고 계신 인절미는 한 팩에 얼마예요?"
"이천 원이요. 얼마나 드릴까요?"
대답하면서도 손은 익숙하게 떡을 쓸고 계셨다.
나는 한쪽에 쓰여있는 '3팩에 오천 원'이라는 문구를 보고,
"그럼 한 팩은 지금 썰고 계신 걸로 주시고, 나머지 두 팩은 앞에서 고를게요."라고 말했다.
그때 아주머니가 건조하게 말씀하셨다.
"앞에도 있는데."
그제야 진열대에 포장된 동부인절미가 눈에 들어왔다.
"그냥, 썰고 계신 걸로 한 팩 주세요."
아주머니는 혼잣말로 이렇게 말씀하셨다.
"사람들이 의심이 많아서 사람 말을 안 믿어. 오래된 떡이라고 생각하는 거지."
그 말이 마음에 박혔다.
"아, 그런 건 아니고요, 썰고 계신 떡이 더 맛있어 보여서요."
멋쩍게 웃으며 말했지만, 이미 공기는 싸늘해졌고, 내 얼굴은 화끈 달아오르고, 마음은 조용히 닫혔다.
집에 돌아와 포장을 열고 떡을 하나 집어먹었다.
맛은 쫄깃하면서도 고소했다.
그런데 마음 한쪽은 쓰고, 목이 메었다.
그날 이후, 나는 더 이상 그 떡집에 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