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dioslave - Audioslave
교과서적인 락/메탈 명반은 어떤 것일까? 모두가 입에 담는 비틀즈나 롤링 스톤즈, 레드 제플린이나 메탈리카는 너무 안일한 선택인 것 같고, 너바나의 Nevermind처럼 시대를 바꾼 음반도 명반이라 할 수는 있겠으나 다소 너무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은 느낌도 있기에 '교과서적인'이라는 수식어에는 맞지 않는다. Rage Against the Machine, Nine Inch Nails, Korn과 같은 밴드들은 하나의 장르를 개척한 훌륭한 밴드들이지만 역시 자신들만의 색깔이 너무 강하고 정공법에서 벗어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역시나 기준에 부합하지는 않는다. Oasis나 Blur, Radiohead 같이 대중성과 작품성과 인기 모두를 겸비한 모범적인 팀들도 있지만 왠지 락 스피릿이 차오르는 느낌에서 부족한 뭔가가 아쉽다. 적당히 야성적이고 거친 매력과 수려한 멜로디와 탄탄한 연주, 나름의 철학을 담은 모범적인 음반이 무엇이 있는가 고민했을 때, 바로 머릿속에 떠오르지는 않지만 한참 생각하다 보면 '아, 이 음반 정도면...?'이라는 생각이 드는 앨범이 바로 Audioslave의 1집이라고 할 수 있겠다.
90년대에서 2000년대로 넘어가던 즈음에 갑자기 잘 나가던 밴드 Rage Against the Machine이 해체를 선언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해체라기보다는 보컬인 잭 드라로차의 탈퇴에 가까웠지만, 그가 없는 RATM은 쉽게 상상할 수 없었기에, 보컬이 교체되는 것은 기존 Rage Against the Machine의 종말, 그리고 새로운 밴드의 탄생을 의미했다. 한 동안 Cypress Hill의 B-Real이 그를 대신한다는 소문도 돌았고(후에 이는 Prophets of Rage라는 또 다른 밴드로 현실화된다), 어떤 랩퍼가 잭을 대체할지에 대해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었으나, 의외로 후임 보컬은 얼터너티브/그런지 장르의 또 다른 전설적인 밴드 Soundgarden의 보컬 Chris Cornell로 낙점된다.
Audioslave라는 이름의 이 슈퍼밴드는 결성과 함께 수많은 기대와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양측 간의 훌륭한 시너지가 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수도 있으나, 스크래치 및 다양한 디제잉 사운드를 기타로 구사하는 묘기를 선보이며 랩메탈의 그루브에 특화된 듯한 모습을 보여왔던 기타리스트 톰 모렐로 및 나머지 RATM의 연주멤버들과 오로지 야성적인 그런지 보컬로서의 인상 외에는 쉽게 다른 모습을 상상하기 힘들었던 당시의 크리스 코넬이 물과 기름처럼 따로 놀 위험성도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이들은 기존의 RATM의 음악과도, 사운드가든의 노래와도 아예 다른 새로운 음악을 선보임으로 인해 이런 우려를 완전히 불식시켰다.
사실 많은 이들이 간과했을 수 있는 부분인데, 기존의 RATM의 곡에서도 잭 드라로차의 랩 보컬을 제외한 연주에서는 의외로 많은 부분에서 블루스와 하드락의 정서가 묻어나기도 한다. 그리고 크리스 코넬은 당시의 시애틀 그런지 보컬 중에 가장 에너제틱하고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가수이기도 했기에, 결국 다재다능한 뮤지션들끼리 만나 서로가 가장 돋보일 수 있는 접점을 찾았고 이를 극대화할 수 있었던 것이다. 첫 싱글 'Cochise'에서도 이러한 점이 잘 드러나는데 마치 헬리콥터 프로펠러가 돌아가는 듯한 느낌의 강렬한 초반부 기타 사운드, 서서히 쌓아 올리다가 한방에 터지는 연주, 거기에 시작부터 하이노트를 찍어대며 짐승처럼 포효하는 크리스 코넬의 보컬이 어우러지면서 한 편으로는 굉장히 고전적이고, 다른 한 편으로는 엄청나게 모던한 락을 성공적으로 구사했다고 할 수 있다.
Audioslave의 1집은 첫 트랙 Cochise 이후에도 Show Me How To Live, Gasoline, Set it Off와 같은 강렬한 곡들로 하드한 락에 대한 리스너의 갈망을 충족시켜 주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크리스 코넬 표 이모 발라드라고 할 수 있는 What You Are, 남성적인 락 발라드이자 밴드의 최고 히트곡인 Like A Stone 같은 감성적인 트랙들까지 균형적으로 뽑아내며 듣는 이를 즐겁게 해주는 모범적인 음반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이후에도 2집 Out of Exile, 3집 Revelations까지 안정적인 퀄리티의 훌륭한 앨범들을 발표했으나, 아쉽게도 2007년에 해체하고 만다. 그리고 2017년에 재결성 및 활동 소식으로 팬들에게 기대를 안겨주었지만 몇 개월이 지나지 않아 보컬 크리스 코넬이 자살로 생을 마감함으로 인해 결국 진정한 재결성은 이제 불가능한 일이 되고 말았다.
Audioslave 외에도 2000년대 중후반에는 Stone Temple Pilots의 보컬 Scott Weiland와 Guns N Roses의 연주멤버들이 결성한 Velvet Revolver, Led Zeppelin과 Foo Fighters와 Queens of the Stone Age의 멤버들의 조합 Them Crooked Vultures, Mudvayne과 Pantera와 Nothingface 멤버들이 술 마시기 위해 만든 밴드 Hellyeah 등의 슈퍼그룹/슈퍼밴드들이 유행처럼 결성되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밴드들 중 가장 안정적으로 오래 좋은 결과물을 뽑은 팀은 Audioslave가 유일하다고 생각한다. 짧다면 짧은 활동과 영원히 있을 수 없는 재결성은 팬으로서 아쉽지만, 그 기간 사이에 훌륭한 퀄리티의 음반을 3개나 내주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음악 팬으로서 감사하게 즐길 거리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