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서 방영한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SF 명작 "매트릭스" 총 3편을 간만에 열중해 보았던 터라 경인선 플랫폼에서 갑자기 트레인맨이 생각났다. 이 트레인맨이 매트릭스 공간 속에 구축한 지하철 역사에서 네오는 갇혀 나오질 못한다.
버추얼 세계인 매트릭스 공간 속에서 누군가 자기 세계를 구축하였다면, 영화 속 트레인맨이 말했듯, 자신이 곧 왕인 것이다. 그곳에서만큼은 절대권력자이다. 프로그래머들은 잘 안다.
또한 스미스가 네오와 대결을 펼치는 과정에서 연이어 패하자, 스미스는 분노에 차 이와 같은 대사를 외친다.
원본 스미스와 단독 혈투를 벌이는 네오.
"This is my world! This is my world!"
SF는 현실을 기반으로 미래의 스토리를 다룬다는 점에서 내게 일종의 동경과 공상, 그리고 미래의 청사진을 제시해 좋아하는 장르다. 지금껏 SF로 그려졌던 내용들은 당시엔 허구였지만, 미래에 상당수가 현실화된 것이 많다. 유인 우주 여행, 화성 탐사, 달 뒷면 착륙, 무인 차량, 복제 동물, 애견 장례식장과 호텔 등이다.
내가 SF를 사랑한 모티브는 1980년대의 명작인 조지 루카스 감독, 해리슨 포드 조연의 "스타워즈"였다. 또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E.T"는 한 때 그 못난 외모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아 캐릭터 시장을 휩쓸었던 기억이 난다.
1980년대 SF의 새로운 장을 연 "스타워즈(조지 루카스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SF 명작 "E.T".
애니메이션으로는 마츠모토 레이지의 "은하철도 999", "하록 선장", "천년여왕"이었다. 이로 인해 갖고 싶었던 목록 1, 2호도 '전사의 건'과 'E.T' 캐릭터였던 것으로 기억난다.
마츠모토 레이지 원작의 "은하철도 999".
유년 시절의 향수가 사라지면서 불혹의 나이를 넘긴 내 모습이 지하철 차창에 비치며 나를 보고 있다.
매트릭스는 내겐 또 다른 향수를 불러일으킨 영화다. 물론 그에 대한 해석은 개인의 경험이 투영되면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내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매트릭스에 대한 나의 해석은 주관적이고도 상대적인 것임을 밝혀 둔다.
한때 언론의 세계를 잠시나마 관찰할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내겐 적어도 매트릭스는 좀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영화 매트릭스에서는 스미스와 네오와의 대결 장면에서 수없이 많은 복제 스미스들이 등장한다. 네오는 매트릭스 공간 속에서 초인적 힘을 발휘해 싸우지만 힘겨운 상황.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원본 스미스와 싸우는 네오.
네오는 결국 복제 콘텐츠인 스미스가 아니라, 원본 콘텐츠인 오리지널 스미스와 담판 승부를 벌인다. 영화의 격투신은 압권이다. 네오가 오리지널 스미스를 제압하자, 끝도 없이 복제된 스미스도 함께 붕괴되어 사라지는 명장면이다.
복제 콘텐츠의 스미스들.
원본 스미스의 붕괴로 일제히 무너지는 복제 스미스들.
이 장면을 보며 내가 몸 담고 있을 당시 언론의 주소와 많이 닮아 있다는 느낌이 와 닿았다. 물론 일부 언론은 예외지만 지금도 진행중이다.
최초의 콘텐츠 생산자가 의도적이었든, 비의도적이었던 소스를 내면, 기자는 현장으로 뛰어가거나 취재원으로부터 사실을 확인해야 한다. 여기에 기자는 목숨을 걸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초의 콘텐츠 생산자를 믿거나 권위에 의지해 기사로 쓰는 경우도 있다. 그 뒤 인터넷상의 버추얼 세계는 무한 복제 기사들로 점령된다. 2진법으로 복제된 강력한 스미스들...
2진법이 지배하는 버추얼 세계의 시공간.
이때부터는 사실이 오도되면서 버추얼 세계의 시공간이 비틀리고 휘어지고, 리얼 스페이스, 즉 오프라인 세계의 진실은 숨바꼭질하듯 이리저리 꼭꼭 숨어 지낸다.
한 개인이 지금부터는 오보된 사실로 휘어진 세계를 바로 펴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때 혜성처럼 등장하는 네오, 내부자가 등장해 외치더라도 포털사이트에서 끝없이, 굳걷히 펼쳐지는 복제 기사들의 세계, 복제 스미스의 세계에서는 공허한 메아리만 되돌아온다. 그 해답을 영화 매트릭스는 명쾌하게 보여주고 있다. 원본 콘텐츠 생산자인 스미스와 담판 승부를 벌이는 것이다.
마찬가지다. 최초의 콘텐츠에서 오류를 끌어내 그 콘텐츠를 딜리트하는 것이다. 그 뒤는 인터넷상의 복제 기사들도 황금빛으로 부서지며 딜리트된다. 유감스럽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들이 더 많다...
영화 매트릭스에서는 스미스를 통해 일부 언론사들의 위상을 잘 드러내 주고 있다.....
"This is my world! This is my world!"
그리고 매트릭스의 마지막 편에서 네오는 죽음으로 결말을 맺는다!
여기서는 나의 유년 시절을 함께한 못난이 E.T를 주제로 지산이 읊은 시를 소개한다. 참고로 지산은 외모 콤플렉스가 심하다.
E.T
1980년대의 SF 영화 "E.T". 못난이 캐릭터로 전 세계를 휩쓴 명작.
옆방 사는 아가씨 자꾸만 놀린다 아저씨는요. (오라버니라 부르라고 해도 자꾸만 아저씨다) 상체는 빈티나구요 하체는 촌티나요 아저씨처럼 티나게 생기기도 정말 어려운 일이에요. 그리고 E.T처럼 못생겼어요 어리둥절해 있는 사이 한마디 더 던진다. 그래도 시를 쓰니깐 마음만은 E.T처럼 따뜻하다고 봐줄게요. 아참, 근데요 전체적으로는 더티해요. 너무 솔직한 말이라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참말로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