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박 때문에

딱 3번만

by 나목석

분명 전임자는 야근을 안 했다는데 내가 가면 항상 야근을 한다. 처음에는 내가 꼼꼼해서 그런가 보다 위안을 했지만 아니다, 이건 뭔가 문제가 있다 싶었다.


결국 며칠 전 그 이유를 알았다.


주로 숫자 관련한 일을 많이 하는 업무를 담당하다 보니 확인 또 확인이 필수다. 하지만 1~2번 많아야 3번만 하면 될 확인을 나는 무려 열 번을 넘어 스무 번을 하고 있었다.

왠지 그리 안 하면 문제가 터질 것 같은 불안감.


강박은 이미 이전부터 내게 있던 증상 들 중 하나였다.


자동차를 내리고 나면 꼭 사이드 브레이크를 하지 않은 것 같아 오던 길을 다시 돌아가 확인한다. 한 번도 안되어 있던 적이 없었다. 여행 중에는 가스레인지 중간밸브를 열어놓은 것 같은 생각이 문득 든다. 그래서 친하지도 않은 빌라 관리소장님께 전화를 걸어 집에 가서 확인해달라고 한 적도 있다.


강박은 나를 힘들게도 하지만 이 강박 때문에 실수를 덜 하고 완벽하게 일처리를 한 덕에 신임을 얻은 적이 많다.

없애고 싶지만 또 없애버리고 싶지 않은 이 양가감정은 죽을 때까지 함께 할 것인가...




* 강박 : 자신의 의지에 반해서「바보스러운」「불합리」로 생각되는 생각이 되풀이해서 떠올라 떨쳐버리지 못해 고민하거나, 그것에 따라서 행동을 하는 것.


** 내가 강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건 바로 최근 본 오은영 박사님의 "금쪽같은 내 새끼"에서 강박에 걸린 여자아이를 보고 나서다. 손을 수시로 씻는 아이인데 자기가 손을 씻은 지 잊어버리고 안 씻었을까 봐 불안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는데 나도 같이 울었다. 얼마나 힘들지 그 마음이 이해가 가서.


예민한 나에게 커피가 좋지 않을진데, 그 예민함이 또한 글을 쓰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