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걸으세요

또다시 시작된 우울의 시작에

by 나목석

올해 1월 처음으로 정신의학과 진료를 받았다. 처음 병원에 갔을 때는 얼마나 떨렸는지 모른다. 뭔가 마약이라도 사러 온 범죄자가 된 기분이 들 정도였다. 처음 만나는 의사 선생님 앞에서 눈물 한 바가지를 쏟고 약을 처방받았다. 그리고 2~3개월간은 잠잠했다. 아침 운동도 시작하여 나름 '건강인'의 반열에 올랐다. 이제 정말 행복해질 수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한 달 전부터 시작된 업무 중 긴장감. 시험 업무를 맡아서 야근을 하다 보니 몸과 마음이 버거웠다. 어느 날은 사무실 2층 화장실에서 창문 밖으로 내다보다 여기서 뛰어내리면 죽을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죽음이라는 단어가 다가오면 나는 병원에 가야 할 때라는 것을 직감한다. 역시나 그 이후에 계속되는 스트레스에 약해진 멘털은 계속 삶의 중단을 떠올리게 했다. 회사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을 참 이상한 사람이라며, 집에 가서 죽지 왜 남들 피해 보게 학교에서 회사에서 죽나 욕하던 나인데, 이제는 그렇게 가버린 이들의 마음을 살필 수 있게 되었다. 동병상련.


암환자는 암환자끼리 통하고, 우울증 환자는 우울증 환자끼리 안다. 그 고통이 무엇인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두려움과 우울감을 말이다. 글로도 책으로도 공감할 수없다. 그래서 언젠가 자식을 잃어버린 부모를 위로할 수 있는 사람은 그 상황을 경험해본 부모만이 할 수 있다고 하지 않았나.


의사 선생님은 여전히 친절하셨다. 작년 초 남편을 급작스럽게 잃으신 것을 나는 올해 초 처음 병원에 내원했을 때 지역 신문을 통해 알았다. 내 아픔이 힘들어 찾아온 것이었지만 갑자기 선생님의 마음이 얼마나 아플까 마음이 쓰였다. 진료를 보러 들어가기 전 '힘내세요'라는 말을 해드릴까 고민하는 오지랖 넓은 환자였다. 생각해보니 당시 의사 선생님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푸석한 머리와 초췌한 얼굴로 환자를 보시던 의사 선생님에게 나는 동병상련을 느꼈다.


사실 이 병원에 오기 전 시내에 아주 시설 좋은 병원의 젊은 여자 의사 선생님에게 진료를 받았던 적도 있다. 지금 다니는 이곳의 예약을 한 달은 기다려야 한다기에 당장 숨 가쁜 현상이 심해 약이라도 먹어야 싶어 우선 예약이 가능한 곳으로 갔다. 잘해봐야 30대 초반도 안되었을 예쁘장한 의사 선생님은 아주 평온하게 나의 두서없는 한풀이를 머리를 끄덕여가며 AI처럼 상냥하게 말씀해주셨다.(하지만 그분도 진심으로 나를 대해셨을 테지만...) 그리고 약을 처방해주셨고, 그곳의 약은 두 번을 먹으니 너무나 잠이 쏟아져서 말씀드렸더니 그럼 그리 심한 상태가 아니니 안 오셔도 된다고 하셔서 황당했던 일이 있었다. 나는 죽겠다고 하는데 의사 선생님은 괜찮다고 하시니 이건 뭐지 싶어 원래 오려고 했던 이 병원에 오게 된 것이다.


정신의학과에 다니는 게 자랑은 아니지만, 요즘 같은 우울감이 빈번한 시대에 조금은 편하게 이야기를 꺼내놓고 싶어 그나마 인스타나 블로그보다 독자가 적은 이곳에 풀어놓게 된다.(그러고 보면 의식을 안 하는 것도 아닌 듯...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앞으로 어떤 식으로 치료가 되고 변화가 될지 나도 모르겠지만, 암환자가 되었을 때도 꿋꿋하게 회사를 다니던 나였으니 이 또한 내가 겪고 지나가야 할 삶의 길이라 생각하며 즐기려 한다. 그러나 과연 즐길 수 있을 것인가?

인생은 생각보다 짧다. 그래서 참 스펙터클 하고도 재미있다.


그나저나 닥치고 내일부터 걷기!^^


내 안에 내가 너무도 많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