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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lluda Oct 31. 2020

자식 크는 것 금방인데 그 아까운 걸


다시 너희들을 키운다면 한 손가락이 아니라 열 손가락으로 감싸 안아 줄거야


-어릴 때 엄마 무서웠다고?

그래. 맞아.

엄마 니들에게 참 무섭게 했어.
너 생각나지?

엄마가 니들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학교 시험에서 하나 틀려올 때마다 다섯 대씩 때렸던 거.

왜 그랬을까? 시집살이도 당해 본 사람이 시킨다고 네 외할머니가 엄마를 하도 무섭게 키우셔서 엄마도 그걸 보고 자라서 그랬나 봐. 한편으론 엄마는 그렇게 배우고 싶었는데도 못 배운 공부. 이렇게 하라고 시켜 주는데도 못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한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엄마가 너무 고단해서 너희에게 그렇게 무섭게 군 것 같아. 여덟 식구 건사하면서, 나가서 돈 벌다 보면 언제나 할 일이 발 끝에 차일 만큼 많았어.

니들 키우면서 하루에 네 시간 이상 자 본 적이 없으니까. 지금 엄마가 손녀들 키우면서 요즘 엄마들 애 키우는 거 보면 니들에게 미안해.

아무리 힘들었어도 니들 키울 때 좀 덜 무섭게 키울 걸.

지금 생각하면 후회돼.

늙는 것 못 막는 것처럼 아이들 크는 것도 한 때인데 말이지.

 



결혼은 지금까지 살던 네 삶의 터전을 옮기는 거야


- 니들 결혼할 때 기분?


결혼할 사람이라고 하며 니가  이 서방 우리 집에 처음 데려왔을 때 참 이쁘기도 하드라니. 키도 크고 얼굴도 잘 생기고 성격도 좋고 뭐 하나 맘에 안 드는 게 없더라고. 거기다 음식도 얼마나 복스럽게 먹던지.

이 서방도 송 서방도 처음에 봤을 때 그렇게 맘에 드는 사위들이었는데도 막상 결혼식장에 들어가니 왜 그렇게 서운하던지. 전에 네 외할머니가 그러셨어. 딸 나면 두 번 서운하다고. 한 번은 날 때 서운하고 또 한 번은 시집 줄 때 서운하고. 그 말 꼭 맞더라고. 따지고 보면 사위도 아들이라고 거저 아들을 둘이나 얻는 거잖아. 그런데도 니들 시집갈 때는 그렇게 서운하더라고. 이제 시집가면 그 집안 귀신 되는 거라 생각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어.

그래서 딸은 '시집 준다, 시집간다'라고 하고

아들은 '장가든다'라고 하나 봐.

아들 장가들 때는 며느리 얻는다는 생각에 마냥  좋았던 걸 보면 말이지.

니들 결혼식 끝나고 신혼여행 떠나는 것 보고 집에 와서 니들 지내던 방에 들어가잖아? 아ᆢ그때 그 빈자리는 말로 다 못해. 크지도 않은 방이 그렇게 넓어 보일 수가 없어.

방 안 한가득 찬바람이 들어차서 그 방에 서있으면 심장이 얼어 버리는 것 같은 그런 기분이야. 나중에는 그 빈자리를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 결혼식 끝나고 집에 오자마자 니들 지내던 방 책상까지 모두 다 치웠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냥 둘 걸 그랬어.

내 딸들 친정 와서 좀 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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