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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영 Aug 21. 2023

대체 왜 국밥집이에요?

파워 J의 자영업종 선택하기

메뉴, 즉 업종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예산이다. 통장에 2억 이상의 여유 자금이 있었더라면 자영업 불패 신화라고 불리는 교촌치킨과 본죽의 문을 두드렸을 테지만, 나에게 주어진 예산은 한정적이었다. 그래서 가맹비나 레시피 전수비가 높지 않은 프랜차이즈여야 했고, 비용이 가장 많이 든다는 인테리어에서도 어느 정도의 자유도를 가질 수 있어야 했다. 더불어 회사를 다니면서 운영해야 했기에 메뉴의 가짓수도, 식자재를 쓰는 것도 최소한의 리소스만 들어가는 것이어야 했다.


대체 어떤 메뉴를 선택해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던 찰나에 사회 초년생 때 들은 사수의 조언이 생각났다. 스타트업에 처음 발을 들이고 2주 정도 지났을 때쯤 사수가 치열한 사회생활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본인만의 팁을 알려줬다.


전 회사를 선택할 때
대표와의 친분이 있는지가 1순위예요.
친분 덕분에 회사에서 자리도 빨리 잡고
각종 어드밴티지를 받으며 일할 수 있거든요.



그 당시에는 이게 무슨 대단한 팁이라고 따로 불러서 알려주는 걸까 싶었지만, 우리는 가끔 가장 기본적인 이야기를 잊어버리고 돌아갈 때가 있다.


사수의 말을 떠올리며 한 다리 건너 알고 지내던 프랜차이즈 돼지국밥집 대표님에게 연락하여 미팅을 가지게 되었다. 오며 가며 몇 마디 나눈 게 전부인 사이였지만, 그래도 생판 모르는 남보다는 낫지 않은가. 원래 이 프랜차이즈는 매장 영업만 하던 곳이었는데, 코로나 이후 배달업으로 사업을 확장 중이라고 했다. (역시 인생은 타이밍이다.)


프랜차이즈는 어떻게 해서든 가맹점 1개라도 추가로 오픈시켜 인테리어 공사와 식자재 발주로 매출을 올리는 게 목적인 곳이다. 때문에 온갖 사탕발린 말들로 유혹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업체 쪽에서 제공하는 예쁜 우상향 그래프와 매출 TOP 매장의 순이익 자료만 보고 장밋빛 미래를 그리며 덜컥 계약한다. 발품 팔기가 힘들다는 이유로, 데이터를 어디서 찾아봐야 하는지 모른다는 이유로 업체에서 제공하는 정보만 믿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내 돈과 인생이 걸린 문제다. 유야무야 넘어가기보단 철저하게 데이터를 뜯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지인일수록 더!




원가율 계산하기


가게를 오픈하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간과하는 점이 많다. 바로 원가율이다. 회사 다닐 땐 급여명세서를 보며 1원이라도 잘못 떼인 게 없는지 꼼꼼하게 확인하면서 정작 내 가게를 운영하게 되면 원가, 순수익은 허투루 계산하는 사람이 많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도 늘 강조하던 것이 원가율 계산이다. 자영업 실패의 팔할이 잘못된 원가율 계산이라는 말이 있듯이 이는 중요하고 또 중요하며, 30%를 넘어간다면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나는 계약하기 전, 다른 지점들의 평균 순수익이 궁금했다. 따라서 국밥을 만드는 데 필요한 모든 재료들을 엑셀 시트에 옮겨적고, 단가와 1인분 사용에 대한 그램수를 엑셀에 기입하여 1인분 가격을 환산했다. 개별 품목에 대한 정확한 단가는 계약 전까지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나 같은 경우에는 근처 지점의 점주분을 통해 단가를 확인했고, 배달이 아닌 매장 영업 위주로만 운영되었던 곳이기에, 배달 용품 등은 식자재 마트 기준으로 설정했다.

<원가율 계산은 철저하게!>


원가율 계산을 마쳤다면 이제는 내가 원하는 수익을 가져가기 위해서 월 얼마의 매출을 달성해야 하는지 계산해 봐야한다. 다만 이때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 나와 직원들의 인건비, 그리고 월세 등의 고정비까지 포함시켜야 하는 점이다. 내 인건비와 순이익은 별개라는 것, 절대 잊으면 안 된다.




지점별 매출 확인하기


대략적으로나마 원가율을 알게 되면, 지점별 매출과 순이익에 대한 접근도 쉬워진다. 매출 건수와 평균 주문 단가(나는 매장의 인기 메뉴인 국밥 2그릇을 평균 단가로 설정했다.)를 곱하면 매출액이 나오고, 여기에 원가율을 대입한다면 순이익을 어림짐작해 볼 수 있다.


먼저, 해당 프랜차이즈에서 배달을 도입한 지점의 주소를 모두 리스트업 하여,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의 데이터를 확인했다. 배달 전문점의 경우, 모바일 플랫폼 입점이 필수인데 이 플랫폼을 잘 활용한다면 업장에서 공개하지 않는 정보도 손쉽게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매출을 확인하고 싶은 가게의 화면에서 정보탭을 확인해 보면 최근 6개월 동안의 주문수를 볼 수 있다. 그리고 리뷰 페이지에서는 월간 리뷰 총계 그래프도 볼 수 있는데, 매월 게재된 리뷰의 총개수를 확인하여 가게의 매출 추세를 확인하자. 월이 지날수록 리뷰 건수가 줄어든다면 이상신호이다.

<집 근처 배달 터줏대감인 한 중국집의 배달의 민족 데이터>


이는 배달을 시키는 소비자 입장에서도 충분히 도움이 될만한 정보다. 이왕이면 동네에서 내로라하는 맛집에서 주문하는 것이 실패의 확률을 줄여줄 수 있으니까.


자영업을 시작한 이후로 새로운 지역을 방문할 때마다 이 지역에서 가장 잘 되는 배달 전문점은 어디인지 찾아보는 습관이 생겼다. 일단 주문건수가 1만 건이 넘으면 그 동네의 대장 가게라고 볼 수 있는데, 이곳들의 메뉴와 단가, 배달비 등을 확인하고 리뷰 이벤트와 같은 고객 서비는 어떻게 진행하는지 조사한 뒤에 이를 우리 매장에 적용시킨다면, 광고비를 크게 들이지 않고도 손쉽게 매출 상승을 일으킬 수 있다.




같은 메뉴를 판매하는 다른 가게 매출 확인하기


매출 지표를 확인했으면 이젠 지점이 위치하고 있는 반경 3km 내의 국밥집들을 리스트업 하고, 매출 추이를 확인할 차례다. 3km로 한정한 이유는 대부분의 배달대행업체들이 커버하는 최대 거리가 3km이기 때문이다. 치킨집이었으면 조사하는데만 꽤나 시간이 들었을 것 같은데, 2020년 당시 배달 전문 국밥집은 동네별로 대략 10개 정도였기 때문에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이때 매출 데이터 외의 다른 데이터들도 한 번에 정리해 두고 비교해 보면 좋다.


최근 6개월 간 주문 및 리뷰 건수

메뉴 구성 및 히트 메뉴

가격대

배달료

리뷰이벤트 진행 유무 및 제공 상품


한식 카테고리의 타 메뉴들과도 비교해 보면 대략적으로 이 프랜차이즈가 다른 곳들에 비해 어느 정도의 인기와 포션을 차지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물론 안 되는 곳들도 있고, 잘 되는 곳들도 있다. 매장의 위치도 큰 작용을 하기 때문에 무조건 맹신하는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참고 자료 중 하나로만 활용하는 게 좋다.



나는 위 3가지의 데이터를 확인한 후, 국밥집 창업을 결심했다. 순이익이 나쁘지 않은 게 가장 큰 요인이긴 했지만, 지인 찬스로 가맹비와 인테리어 비용에 대해서 협상이 가능했다는 점도 한몫했다. 계약을 마친 후 프랜차이즈 대표님께서 해주시던 말이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


사장님! 대박 내 봅시다!



여태껏 평사원 나부랭이였던 제가 사장이라고요? 난 평생 권력욕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사장이라는 두 글자를 들으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와, 회사에서 안 시켜줘서 내가 스스로 승진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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