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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민 May 04. 2023

 내 마음대로 살고 싶어.

# 학교를 떠나고 싶다고!!

25살, 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바로 교사가 되었다.

어릴적 내가 자주 했던 놀이는 학교 선생님 놀이였다.

동네 아이들을 우리 집에 줄을 맞춰 앉혀놓고 뭐든 가르쳤다. 당연히 내가 선생님이었다.

가르치는게 재밌고 좋았다. 할아버지는 그런 나를 흐뭇하게 바라보며 손녀가 선생님이 정말 된 것처럼 기특해 하셨다.

꿈이 뭐냐고 물으며 무조건 선생님이었고 그 꿈은 한번도 변한적이 없고 그 꿈을 이루었다.

23년차 교사였던 나를 돌아보면 부끄럽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한 복잡미묘한 심경이다.

나름의 도덕성과 양심을 지키며 아이들을 가르쳤고 차별하지 않고 상처주지 않는 교사가 되려 노력했다.

그냥 나쁜 교사는 아니었다... 라는 정도만 듣는다면 나는 만족한다.

그리 기억에 남고 싶은 교사가 되고 싶지도 않고 대단한 업적을 남기는 교사는 더 될 수 없다.

나의 관심이나 교육이 필요한 아이에게 작은 도움이 되는 소박한 교사이고 싶은 마음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런데,, 학교를 이제 떠나고 싶다.

어릴적부터 늘 변함없이 교사를 꿈꾸었고 그 꿈을 결국 이뤄내고 쉼없이 23년을 달려온 나는 이제 학교를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점점 상처를 받기 시작했고 그 상처는 나이를 무관하게 잘 아물지 않는다. 나이들면 사람이 주는 상처쯤에는 면역력이 생길 줄 알았는데 완전 그 반대다. 더 여리고 더 아프다. 매해 반복되는 상처에 이젠 그만 내가 떠나고자 한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법이니까....


사실 남에게 싫은 소리를 잘 못하고 상처주는 말을 하는건 더 못한다. 그렇기에 누군가가 나게에 주는 상처도 그만큼 더 아프다. 아무리 싫은 소리도 최대한 예의를 갖춰야 하고 상대방 기분 상하지 않게 내 의도를 전달하려 노력해왔다.

그런데 언젠부터인가 내가 교사라는 이유로 학부모로부터 듣는 가시 돋힌 항의나 오해가 못견디게 싫어졌다.

아이들과 교실에 있다보면 당연히 갈등이 생기고 싸움도 난다. 교사는 사실 가르치는 일보다 아이들 중재하는 일이 더 많고 더 중요하다. 슬프게도... 어떤때는 내가 경찰인가? 내가 판사인가? 싶을 때가 다반사다.


1학년을 담임하고 있었을 때 일이다.

1학년은 그야말로 학교생활을 잘 모르는 순수함 그 자체이고 하얀 도화지이다. 어떤 그림을 그리느냐가 매우 중요하고 특히 1학년 학부모님도 처음으로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분이 많아서 교사가 알려주고 가르쳐줘야 할 것들이 많다.

학부모 총회때 늘 강조하는 건,  1학년은 아직 유아기를 벗어나지 못해서 어떤 상황을 자기 중심적으로 이야기 하므로 반드시 객관적인 상황을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나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사실임을 강조하며 꼭 기억하라고 몇번이고 강조한다. 아니나 다를까?

점심 시간에 급식을 한창 먹고 있는데 우리반 귀여운 지영(가명)이랑 준서(가명)가 토닥토닥 싸움이 났다.

옆에 있던 야물딱진 지윤(가명)이가 나에게 곧장 이른다.

" 선생님, 지영이가 자기 이야기 신나게 하고 있는데 준서가 어쩌라고? 해서 지영이가 준서 팔을 때리고 준서가 지영이 어깨를 때렸어요~~"

'에휴, 또 시작이군. 편하게 밥먹긴 글렀어. '

두 아이에게 사실을 확인하고 서로 잘못한 점 이야기 하고 서로 사과하고 마무리했다. 늘상 있는 일들이니 뭐 특별할 것도 없다. 아이들은 금방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다시 깔깔거리며 웃는다.

그날 저녁, 아니 밤 10시에 학급밴드 문자가 왔다. 볼까 말까 망설였다. 좋은 징조는 아니다. 금요일이고 밤 10시.. 외면하고 싶은데 마음이 편치 않다. 결국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

문자인데도 화가 잔뜩 난 학부모의 글..


요약하자면 우리애(지영)가 일방적으로 맞았는데 왜 선생님은 사과를 시켰냐. 당장 학폭을 열겠단다.

순간, 내가 뭘 잘못 지도했나 헷갈린다. 일단

' 제가 알고 있는 사실과 다르니 월요일 아이들과 다시 이야기 한 후 연락드리겠다' 답장을 보낸다.

학부모는 순간 자기도 뭔가 실수였나 싶은지

' 저도 웬만하면 민감하게 굴고 싶지 않은데 우리 아이에게 몇번이나 물어도 자기는 맞았다고 했어요. 정말 몇번이나 확인했다구요. 월요일에 알려주세요.' 하고 답이 온다.


토, 일은 소화불량에 입맛도 뚝 떨어지고 월요일에  해결해야 할 일들에  미리 골치가 아팠다.

혹시나 내가 잘못 알고 지도했다면 이래저래 막 입학한 1학년 아이들은 친구와의 갈등을 학폭이라는 제도로 풀어나가게 생겼다.


월요일, 당사자 아이들과 옆에 있던 야물딱진 목격자 아이를 불러 다시 그 날에 대해 이야기해 본다.

지영이는 자기가 먼저 때렸고 집에 가서는 자기가 잘못한 건 이야기 하지 않고 무조건 맞았다고만 한 것이다.

아이들과 나눈 이야기를 글로 정리해 지영이 부모님에게 보냈고 부모님은 사과 없이 문자가 왔다.

' 정말 아이가 자기는 맞았다고만 해서 그런거예요.'


조금 지쳤다.

왜 알아보지도 않고 무조건 화를 내냐? 내가 처음에 말하지 않았냐? 자녀말만 믿지 말라고~~

그리고 왜 사과도 안하냐??? 라고 맘껏 퍼붓고 싶지만 참아야 한다. 학부모랑 다퉈서 좋을 건 하나도 없으니까

주말동안 밥도 못 먹고 이 일에 신경썼던 예민한 나를 자책한다.


지나 온 시간동안 있었던 무수히 많은 아이들의 갈등, 부모님들의 요구, 무례한 문자와 전화,,,

그냥 이젠 이런 일로 맘 졸이며 신경쓰고 싶지 않는 마음이 더 커져간다. 내가 좀 예민한 점도 인정한다.

남에게 싫은 소리를 못하는 만큼 남에게 상처도 잘 받기에 앞으로의 내 교직생활에 자신이 없다.

점점 학부모는 민감해지고 아이들의 갈등은 분명히 일어날테고  그 수습은 교사가 해야 할테니 그 과정에서 받을 나의 상처가 미리 두렵다.


이젠 천직이었던 나의 직업을 조금씩 내려놓 준비를 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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