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을 말할 수 있다는 것

14화 불안을 품어주는 사람 앞에서, 나는 조금 편안해진다

by 유진오

어떤 날은 이유 없이 불안하다.

딱히 나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몸이 가벼운 날이 드문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나는 혼자 끙끙 앓는다.

괜히 예민해지고,

작은 말에도 가슴이 철렁하고,

모든 게 내 탓 같고,

그러면서도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괜찮아?”라고 물어도

“응, 그냥 좀 피곤해서.”라고 답한다.

불안은 가끔 말보다 깊은 곳에 숨는다.

그래서 더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런 내 마음을

조용히 들여다보는 사람이 있다.

남편이다.


그는 묻지 않는다.

억지로 꺼내려 하지도 않는다.

그저 조용히 내 옆에 앉아,

적당한 간격으로 나를 기다려준다.


어느 날,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아

혼잣말처럼 말했다.

“나 요즘 좀 이상한 것 같아.

아무 일도 없는데 자꾸 불안해.”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응. 그럴 수 있지.”

그 말 한마디가

긴장된 어깨를 조금 풀어주었다.


우리는 대화를 길게 이어가지 않았다.

어떤 해결책을 찾은 것도 아니었다.

그저 그가 내 말을 들어주었다는 사실만으로

나는 조금 덜 외로워졌다.


감정을 말로 표현할 수 있을 때,

사람은 관계 안에서 조율된다.


예전의 나는

힘들다는 말을 꺼내는 걸 두려워했다.

상대가 놀라지는 않을까,

내가 약해 보이지는 않을까 걱정했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불안을 품어주는 사람 앞에선,

조금은 약해져도 괜찮다는 걸.

그 믿음 덕분에,

나는 불안한 마음을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오늘의 여백

당신은 누구 앞에서,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나요?

그 사람과 나눈 말, 혹은 말하지 못했지만 느껴졌던 감정이 있다면

이곳에 조용히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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