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떨림

week 14. 230503

by 옥돌

시연 수업을 앞두고, 지인들을 초대해 첫 수업을 했다. 소중한 기억과 감정들이 날아가기 전에 날 것 그대로 붙잡아두는 기록.​



첫 수업은..

1. 첫 수업을 시작하기 30분 전부터 미친 듯이 떨렸다. 신기하게도 수업 시작을 선언하고 난 후부터는 점점 긴장이 풀리더니 편안해졌다. 같은 시공간을 공유하며 함께 존재하는 에너지가 오롯이 느껴졌다. 모든 것, 모든 순간에 감사했다.

2. 짧은 명상으로 수업을 열었다. 강사는 어깨와 목 긴장을 덜어내고 편안한 호흡을 이어가라 말했지만, 곳곳에서 꽉 쥐고 있는 긴장들이 눈에 들어왔다. 특별한 안내나 핸즈온을 더하지 않았다. 부디 이 수업의 끝에는 내려놓을 수 있길 바라며 그저 바라보았다.

3. 단 한 번의 핸즈온을 했다. 다운독을 처음 접근하는 분이셨다. 앞쪽으로 쏠린 무게중심과 둥글게 말려있는 척추가 보였다. 조심스럽게 옆으로 다가가 작은 목소리로 안내를 건넸다. “발을 조금 더 앞으로 가져와볼까요? 무릎을 많이 굽혀도 괜찮아요. 손바닥으로 매트 강하게 밀면서 무게중심 뒤로..”

나의 언어로 부족했는지 아직 감을 잡지 못한 수강생의 몸. 잠깐 손을 얹어도 괜찮을까요? 여쭤본 후 등허리 부근에 손을 얹어 천천히 뒤로 힘을 보탰다. 전보다 고르게 분배된 힘. 어떠한 자세를 만들어내기보다 처음 접근한 다운독 자세에서 힘의 균형을 경험하길 바랐다.

최대한 조심스럽게 접근하고자 노력했지만, 과연 수강생에게도 편안한 핸즈온이었을까.

한창 요가를 처음 시작할 때, 그룹 수업에서 나만 집중적으로 봐주시는 선생님이 감사하면서 부담으로 다가올 때도 있었다. 나 때문에 다음 동작을 못 이어가는 것은 아닐지, 다른 사람들의 집중이 나에게 쏠리지는 않을까 마음 졸였다. 터프한 손길로 내 몸을 강하게 누르거나 완벽한 동작을 만들고 싶어 하는 강사도 있었다.

지난 경험을 떠올리며 수강생이 편안한 수업을 만들고자 노력했으나,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에서 수강생이 불편한 감정과 마주하지 않았을까 걱정이 든다.

4. 이러한 맥락에서, 요가지도자과정 시간이 정말 소중하구나 깨닫는다. 그곳에서는 모두가 서로의 코치가 된다. 수업에 대한 피드백을 여과 없이 나눌 수 있고, 그것을 반영해서 다시 연습할 시간도 주어진다. 그런데 실제 수업에서는? 그 누구도 나에게 피드백을 건네지 않는다. 물론 ‘좋았다’는 말이 진심일 수도 있겠지만, 정말로 불편한 수업이었다면 두 번 다시 그 수강생을 만날 수 없겠지.

5. 첫 수업을 마치고 나니 ‘해냈구나!’ 하는 뿌듯함과 앞으로의 여정에 대한 기대감이 동시에 든다. 수강생(지인)들의 정성 어린 메시지를 한 자 한 자 마음에 새겼다. 수강생들과 교감한 90분 남짓한 시간은 수업 그 이상의 배움과 감정들을 가져다주었다. 앞으로도 부지런한 수련과 안내를 이어가야지.

다음 수업에는..

1. 준비 시간은 넉넉하게. 30분으로 충분할 줄 알았는데 예상치 못한 변수는 생기기 마련이다. 분명 점심시간에 리허설도 했는데, 수업 시작 전에 블루투스 스피커와 핸드폰이 연결되지 않았다. 한참 씨름하다가 결국 연결은 성공했지만, 수강생 분들을 여유롭게 맞이해주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2. 인센스를 준비했는데, 건물 내 소방감지기가 울릴까봐 사용하지 못했다. 다음번에는 걱정 없이 오일로 준비해 봐야겠다. 향이 주는 효과는 강력하니까!

3. 딱 붙는 상의를 입자. 품이 넉넉한 커버업을 입었는데 동작을 할 때마다 위로 말려 올라가는 옷이 신경 쓰였다. 수업 중 옷매무새를 다듬을 수는 없으니, 몸에 밀착되는 상의를 착용해야겠다. (실제로 수업 시작 전부터 거울을 보며 머리를 손질하고, 수업 중에도 본인의 자세를 감상하는 강사님과 수업을 한 적이 있는데 수강생으로서 집중에 매우 방해가 됐다.)

4. 삼각대를 챙기자. 역사적인 첫 수업의 순간을 기록해두지 못한 아쉬움이 가장 크다.

5. 가장 중요한..! 메모 없이 수업에 임하는 자신감을 가져보자. 계획했던 다음 동작이 생각나지 않으면, 나에게 익숙한 움직임을 소개하면 되니까. 완벽한 시퀀스를 구현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내려놓고, 매트에 올라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