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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주 Jun 13. 2024

every day 신앙일기

믿음을 쓰다/3

외치는 자의 소리여 이르되 너희는 광야에서 여호와의 길을 예비하라 사막에서 우리 하나님의 대로를 평탄하게 하라 골짜기마다 돋우어지며 산마다, 언덕마다 낮아지며 고르지 아니한 곳이 평탄하게 되며 험한 곳이 평지가 될 것이요 여호와의 영광이 나타나고 모든 육체가 그것을 함께 보리라 이는 여호와의 입이 말씀하셨느니라 -이사야 40장 3~5절 말씀-


인생이 광야길이 아니던가. 인생이 꽃길만 같은 사람도 분명 있을 테지만 광야길에 간간하게 주어지는 주의 은혜에 탄복하여 이 쓸데없는 자에게 부어주시는 은혜로 광야가 꽃길이 되는 은혜를 누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은 고생이자 광야인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차라리 인생이 광야다 여기며 사는 것이 차라리 편할지도 모른다. 바라는 것이 좌절되는 것보다는 광야 한가운데 갑작스레 임하는 기적에 감탄을 자아내니 말이다.


찬양 가사처럼 '원하고 바라고 기도합니다' 할지라도 원하는 대로 되지 않고 기도한다고 다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원하고 바라며 기도하면서도 그리 아니하실지라도 나는 믿습니다 아멘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믿음이더라.


모태신앙으로 45년을 자의든 타의든 간에 신앙생활을 하면서 이제야 믿는다는 것이 무엇이고 믿고 의지함이 무엇인지 아주 조금 알게 된다. 믿음의 노선이 바뀌었다고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실적인 문제에 불안이 먼저 급습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마음을 주님께로 돌린다는 것, 현실적인 문제 해결이 아닌 그 문제를 바라보는 내 마음 가운데 평안을 바라고 지혜를 구하며 헤쳐나가도록 도우심을 구하는 것, 그것이다.


바라고 원하는 대로 되어서 아멘 할렐루야가 아닌 바라고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지라도 하나님을 믿겠습니다 아멘이 신앙이란 말이다.


결혼 생활 내내 경제적인 문제를 겪고 있는 나로서 때때마다 채워주시는 은혜의 경험을 수도 없이 하면서도 문제가 닥칠 때마다 여전히 인간적인 걱정이 앞선다. 때로는 협박을 하면서 얻어내기도 하는 우를 범하지만 마치 어린아이가 아빠에게 사달라고 조르는 양 어여삐 여겨주실 거라 믿는다. 그렇다고 매번 협박을 하는 건 아니다.


욕심껏 채워달라 하지도 않지만 욕심껏 채워달라고 한다고 이루어주시는 하나님이 아닌 걸 안다. 하나님은 정말 딱 필요한 그만큼만 채워주신다.


올 1월 말쯤 딱 30만 원이 필요했고 20만 원은 입금될 예정이었기에 남은 10만 원을 어찌해야 하나 고민하면서 막무가내로 그냥 믿고 나아가자 하며 구한 적이 있다. 아이들 관련해서 나갈 돈이었기에 허튼 돈은 아니었다.


큰애가 중학생이 되고 대출이율이 오르는 통에 뻔한 생활비에서 지출이 플러스되는 상황이 한 해 한 해 지속되더니 한순간에 쪼들리는 생활을 매달 하게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현금으로 나가야 하는 돈이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 와중에 10만 원이 부족해서 걱정이던 차에 입금되기로 한 20만 원을 확인하기 위해 통장 계좌를 연결하는 순간 소름이 돋았다.


20만 원이 아닌 30만 원이 입금이 되어 있는 것이다. 뭐지? 잘못 넣으셨나? 순간 고민이 많았다. 잘못 입금되었을 경우가 클 거라는 생각에 응답이 되었다보다는 더 입금된 10만 원에 대한 걱정이 앞섰으니 말이다. 결국 전후사정을 알아보니 매달 20만 원으로 한정된 페이가 30만 원으로 올랐다는 것이다. 오 할렐루야!


그 순간 하나님 더 이상 재정에 대한 걱정은 단 1도 하지 않겠습니다 라며 감사기도를  연신 해대고 그 은혜를 친구와 함께 누렸다. 그 은혜의 감격을 잊지 않고 매 순간 떠올리려고 하는 건 그 은혜가 지나고 나면 다시금 현실적인 문제에 빠지기 쉬운 것이 사람이고 환경이고 상황이란 말이다.


은혜의 기억을 상기하지 않으면 우리는 잊고 또 잊은 채 다오다오다오하며 하나님을 또 기만하게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백성을 돌보시겠다 약속하시고 여전히 돌아오라 강권하시는 그분.


교회에서 이사야 연속 읽기를 하고 있는데 성경 일독을 할 때마다 이사야는 읽기 싫은 성경 중 하나로 그냥 눈으로만 읽고 넘기기 일쑤였는데 이사야를 삼독째 읽으며 이스라엘 백성을 향한 하나님의 포기하지 않는 끈덕진 사랑에 감동하고 있는 중이다.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며 하나님의 돌보심을 구하고 돌보심을 입으면서도 원망이 끊이지 않는 모습을 보고 이 사람들은 도대체 왜 이렇게 불평이 많아? 했는데 불평은 안 하지만 불안에 항상 빠져있는 나 자신도 광야에서 이스라엘 백성과 다를 바가 없다. 은혜를 입으면서도 그 은혜를 잊은 채 하나님을 망각하기 일쑤고 아쉬우면 또 하나님을 구하며 거지가 구걸하듯이 은혜를 거저 받으려고 하는 게 아닌가 싶다. 구걸하는 은혜가 아닌 구하는 은혜, 주어지는 은혜의 샘물이 끊이지 않길 오늘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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