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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주 Jun 17. 2024

every day 신앙일기

믿음을 쓰다/5

원수를 사랑하라는 성경 말씀이 이토록 지키기 어려운 것이구나를 나이들수록 실감한다. 사랑까지는 못해도 적어도 적대시하거나 인간취급을 안하는 정도는 아니니 그나마 선방아닌가 싶었는데... 어제 저녁 남편을 대하는 태도에서 내 자신이 스스로 느끼기에도 부끄러울 행동을 원수에게 한 것이다.


그 즉시 깨닫게 하시니 은혜이고 내 잘못을 바로 속으로 뉘이치며 하나님께 회개를 했다. 평소 그런 마음을 전달하지 않고 으레 알겠거니 하던 마음도 접고 전화해서 사과를 하려는데 마침 전화를 받지 않아 직접적인 사과를 전달하지 못해서 미안했지만 대신 오늘 남편을 위한 기도를 하기로 했으니 기도로 내 마음을 전하련다.


내 원수의 시초는 남편이다. 결혼하고 남편이 원수가 되는 집이 한두집이겠냐마는 결혼 연차가 쌓일수록 더한 원수가 되는 건 시댁 상황때문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남편을 남편 그대로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일터다.


어제 상황에서도 남편의 성격이 드러나는 일이었기에 불같이 짜증을 냈던 것이다. 주일 모든 일정을 마치고 늦은 오후가 되면 일주일간 미뤄둔 낮잠을 자는데 자는 동안 거실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아이들과 거기에 같이 짖어대는 반려견까지 잠에 민감한 나로서는 제대로 잠도 들지 못하고 신경만 날카로워질 타이밍에 남편이 출근 준비를 하며 여름 옷을 챙기겠다고 안방에 들어오면서 터진 것이다.


평소에도 입으로만 일을 하는 사람이라 역시나 옷장에서 옷을 꺼내서 챙기면 될 것을 바로 앞에 옷이 있어도 여름옷이 없다면 바로 투덜거리는 남편의 행태를 보자니 제대로 잠도 못잔 상태에서 화가 분출한 것이다.


항상 저런식이라고, 제대로 해보지도 않고 불평만 하고 꼭 남의 손으로 뭐든지 해결하려고 한다고 평소보다 세게 잔소리를 해버렸다. 그 소리를 들었던지 막내가 갑자기 얌전해지는 통에 바로 내 안의 불을 잠재웠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화에 대한 자책이 스민다.


이러고 가면 일이주 후에나 볼텐데 괜히 미안한 마음에 배웅은 하고 바로 회개 기도를 했다.


주말부부라 불편한 마음을 가지고 떠나기 일쑤고 그 불편한 마음을 풀지 못한 채 10년 이상을 쌓아오다보니 해결되지 못한 채 마음에서 썩어만 가는 응어리들이 많다. 결혼 생활내내 남편을 위해 기도하고 나 자신을 다스리며 십자가에 못 박고 남편을 이해하려 참 많은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남편에 대한 불편함은 여전하고 피하고만 싶다.


이제는 몸과 마음의 여력이 없는 것이 문제고 또 아직 해결되지 않은 시댁 문제는 우리 사이를 더 어렵게만 한다. 그런 와중에 남편을 안쓰럽게 보는 마음을 주신 것이다. 보듬고 품으라는 신호를 주시는 것이다.


하나님은 항상 나에게 품으라고 하시고 불쌍히 여기라 하신다. 한때는 그럼 나는요? 라고 울부짖기도 했지만 나는 하나님께 매달리기라도 하지 교회를 다니지만 믿음은 전혀 없는 사람은 오히려 어려울 때 하나님 생각조자차도 하지 않은 사람이니 하나님의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내가 품는 것이 맞는 것이고 그것이 원수를 사랑하라 하시는 주님의 큰 뜻이 아닌가 싶다.


이미 큰 사랑 안에 거하니 그 사랑의 물꼬를 터서 흘러내보라는 주님의 말씀.


원수는 멀리 있지 않다. 가장 가깝고도 가장 친밀한 사이가 대부분 원수이다.


요즘 남편과 계속 살아갈 이유를 주셔야 한다 기도를 해서일까? 남편을 가여이 여기는 마음을 주시는 주님, 그 주님의 마음에 순종하고 싶다.


인간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이
바로 인생의 궁긍적인 질문들에 대한
하나님의 예스이기 때문

-하나님의 예스/스탠리 존스-


살면서 남편에 대한 불이해가 가장 많은 질문을 떠오르게 했지만 남편에 대한 답은 언제나 노답이다. 인간으로서는 노답이지만 하나님 안에서는 예스일테니 그저 하나님의 부르심에 합당한 자녀로써 이해되지 않아도 예스라고 외치며 그 예스의 순종을 경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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