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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영 Oct 04. 2024

삭제된 하루

끙끙 앓다가 깼다. 새벽 한 시, 37.5도 타이레놀을 먹고 다시 앓다 잠들었다.


아침, 남편이 챙겨준 샐러드를 먹고 이비인후과를 갔다. 굳이 운전하지 말라는 남편의 말에 전철을 타기로 했다.


이상하다. 역에서 나오자마자 있어야 하는 병원이 없다. 꿍이가 어렸을 때 휴일에 아프면 데려가던 곳이었다. 모퉁이였는데..  다시 걸어서 블록 끝까지 가 봐도 병원이 없다.


길 찾기 앱으로 검색해 봤더니... 세상에 걸어서 18분이란다. 다시 보니 내가 한 정거장 전에 내린 것이었다. 인지를 했을 때는 이미 전철역을 많이 지난 후였다. 걸었다. 끝이 없다. 눈물이 난다. 좀 데려다 주지. 괜한 원망도 했다.


버스정류장이 보여서 잠시 앉았다. 다시 검색. 마침 병원에 가는 버스가 온다. 무정차. 왜 이러십니까. 한참을 기다렸다가 다른 버스를 탔다.

 

병원에서 열을 쟀더니 38.5도다. 오느라 고생해서 그런 듯하다. 주사를 한 대 맞고 한아름의 약을 받았다. 그리고 또 고민했다. 택시를 타자. 힘들다.


카카오 택시를 부르려고 했더니 8천 원이다. 거리가 얼마나 된다고 이렇게나 비싼가. 포기하고 바로 앞 전철역으로 갔다. 이렇게 코앞인 걸 멍청해서 고생했다.


전철에 사람이 많았다. 나는 속절없이 흔들리며 왔다. 집에 도착해서 열을 재니 39도. 코로나일 수 있겠다 싶어 아들과의 대면을 피했다.


약을 먹고 잤다. 땀을 한 바가지 흘렸다. 열이 뚝 떨어졌다. 남편이 챙겨준 밥을 따로 방에서 먹었다. 땀이 뚝뚝 떨어지는데 닿는 느낌이 차다.


다시, 잤다. 또 옷이 흠뻑 젖을 정도로 땀이 났다. 열은 더 떨어졌다. 샤워를 하고 옷을 싹 갈아입었다. 저녁도 따로 먹었다. 정말 먹고 싶지 않아 챙겨주지 말라 했는데 남편은 먹어야 한다며 준다. 정말로 꾸역꾸역 먹었다. 약도 꾸역꾸역 먹었다. 목이 찢어진 것처럼 아프다.


휴일, 먹고 자기만 했다.


다시 자야겠다.



                                                              2024.1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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