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 내시경이 뭐라고 이리 겁이 덜컥 나는 걸까? 아마 통증과 아픔에 대한 겁보다는 '혹시 몸에 작은 용종이라도 아니면 더 심각한 상황이라도?'라는 생각이 더 지배적이었던 것 같다. 게다가 나 같은 경우는 흔히 말하는 '가족력'이 있어 대장에 대한 민감함이 남들보다 더 할 수밖에 없었다.
대장내시경을 받기 위해서는 며칠 전부터 병원에서 권고한 대로 '식단 조절'을 한다. 특별히 해조류나 견과류 그리고 씨가 있는 과일 등 내시경 검사를 할 때 이상 물질로 보일 수 있는 것들은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그런데 참 신기한 것은 평소에는 있어도 잘 들여다보지 않았던 것들이, 억지로 먹지 못하게 하면 더 먹고 싶어 진다. 사람이 참 간사하다.
게다가 검사 전날에는 흰 죽 하나만 먹고 금식을 해야 하는데, 평소에도 금식이든 '굶식'이든 잘하지 못하는 내게는 죽을 맛이었다. 옆에서 식사하는 사람을 보면 내시경이고 뭐고 다 그만두고 달려가서 숟가락을 뺏어 마구 퍼먹어 버리고 싶은 충동까지 들었으니. 어쨌든 대장 내시경을 위한 내 안의 배고픔과의 전쟁은 이쯤 하도록 하자. 그다음 또 다른 괴로운 전투가 남아있으니.
금식을 하면서 동시에 진행되어야 하는 일이 바로 '관장'이다. 몇 년 전에도 한 번 해본 경험이 있지만, 다시 하려니 끔찍했다. 앉은자리에서 도대체 물을 얼마나 마셔야 하는지. 물을 다 쏟아내기 전에 빵빵하게 부어오른 배가 곧 터져버릴 만큼 물을 많이 마셨다. 밑으로 쏟아내기 전에 위로 다 뱉어내버릴 것만 같았다. 그래도 억지로 참고 또 참아 꾸역꾸역 가루약과 물을 다 마시고 나면 한 시간쯤 지나 신호가 오기 시작한다.
이때는 정말 충격적 이게도 그 어떤 건더기도 없는 순수한 물이 소변과 같이 터져 나오기 시작한다. 이런 경험은 무척 불편하기도 하고 정신적 충격을 주기도 한다. 그런데 그런 관장으로 인해 화장실을 가는 횟수가 단 한 번이 아니라는 사실에 더 끔찍함을 더할 수밖에 없다. 수 시간 안에 들낙날락 거린 것만 해도 수차례, 게다가 한 번들어가면 한 번에 끝나지 않고 서너 차례의 사투를 벌여야 겨우 밖으로 나올 수 있는 에너지 소모가 있었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검진을 받을 때마다 우리의 신체가 참 특별하고 놀랍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오늘은 기왕 이렇게 된 거 조금 더 더러운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자.
길거리를 걷다가 개 똥을 밟으면 그 똥 냄새가 코 끝을 찔러 매우 불쾌한 냄새가 끊임없이 따라온다. 그뿐 아니다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의 똥을 치우다 실수로 손에 묻기라도 한다면 그 냄새는 고약하고 지독하기 그지없다. 이처럼 아주 냄새가 나고 더러운 똥이 사람 몸에 가득히 담겨 있는데, 이 몸 밖으로는 절대 그 냄새가 세어나가지 않는다. 이게 머선129? 놀랍지 않은가?
비단 똥 만의 문제가 아니다. 피를 흥건히 흘리고 나면 피 비린내가 난다. 흥건하게 흘린 피를 닦아내기만 해도 피 냄새가 진동하는데, 그게 사람 몸 안에 들어있는 동안에는 절대 냄새가 세어 나가지 않는다. 놀랍다.
대장 내시경을 하다 보니 의식의 흐름에 따라 여기까지 왔다. 아무튼 요즘 우리의 삶이 건강하기 위해 건강을 갈아 넣아 고생 고생하는 아이러니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하며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