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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노을 May 28. 2020

나의 첫 아르바이트

1700원의 소중함

2020년 최저임금 8590원. 

만원에서 1410원 모자란 금액. 한 시간동안 열심히 일을 하면 만원에 가까운 돈을 벌 수 있다. 물론 만원을 쓰는데는 몇 분이 채 걸리지 않지만.


1999년.

밀레니엄 시대를 한 해 앞둔 그 해 여름,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르바이트라는 것을 해보았다. 지금처럼 근로계약서라던지, 근무 환경 같은 조건들을 따질 겨를이 없었다. 여전히 짧은 까까머리에 세상 물정이라고는 아무것도 모르는 열 여섯의 중학교 3학년이었던 나는 친구를 따라 새롭게 오픈하는 패스트푸드점에 가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늘상 부모님에게 용돈을 받아 쓰던 나는, 내 몸을 움직여 돈을 벌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아르바이트는 내게 큰 메리트가 있었다. 시간당 벌수 있었던 돈은 고작 1700원. 


지금으로부터 20년전 물가를 고려한다해도 시간당 1700원은 분명 적은돈이었다. 당시 중학생을 아르바이트생으로 고용한다는 사실 자체가 리스크가 컸기 때문에 매일 나가서 일을 할 수는 없었다. 나는 주말에 나가서 고작 몇 시간을 하는게 전부였다.


그 때 처음으로 사회를 경험해본 나는 세상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음을 느꼈다. 학교에서 청소시간에 대걸레를 가지고 쓱싹쓱싹 닦아대던 실력으로는 무서운 매니져의 등짝 스매쉬를 부를 뿐이었다.

지금 기억으로는 여자 매니져님은 덩치도 꽤나 컸던 것으로 기억이 나는데, 중학생이었던 나는 청소를 잘 못한다고 등짝을 후려갈기던 매니져를 볼 때마다 무섭고 피하고 싶었던 기억 뿐이었다.

그렇게 한 달정도의 아르바이트(사회생활 튜토리얼)을 마치고 월급 5만원을 받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5만원을 주머니에 넣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친구들과 함께 수업을 마치고 나면 흙 먼지가 날리던 운동장에서 축구공을 이리저리 뻥뻥 차대며 땀을 흘리던 그 시간들이 떠올랐다. 1999년의 중학교 3학년인 나에게는 한달 월급 5만원이 꽤 큰 돈은 아니었지만, 세상의 꼬까신을 신고 한 발 내딛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었던 좋은 경험이었다. 그 이후로도 나는 아르바이트를 꾸준히 했다. 하루에 10만원 이상을 벌 수 있었던 막노동 현장까지 물불 가리지 않고 열심히 일을 했다.


한 달 월급 5만원에 대한 추억이 아련해서일까? 지금도 내가 아르바이트를 했던 패스트푸드점을 보면 마음 한켠에는 알 수 없는 오묘한 기분이 든다. 건강한 몸으로 땀을 흘려 노동을 할 수 있다는 사실, 액수를 떠나 그에 대한 대가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레 감사하게 느껴지는 오늘이다.


트라우마 극복을 위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다시 그 패스트푸드 점에 들어가 당시 즐겨 먹었던 햄버거를 하나 주문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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