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9. 창작자와 일하는 법 -이해와 존중이 작품을 만든다
창작자와 함께 일한다는 건, 예측할 수 없는 모험을 함께 떠나는 일이다.
그리고 그 모험에서 가장 중요한 건 ‘지도’가 아니라 ‘동행자에 대한 이해’다.
기자로, 칼럼니스트로, 외부 필자로.
나는 꽤 오랫동안 창작자이자 협업자로 살아왔다.
브랜드가 원하는 글을 쓰기도 하고, 기업의 목소리를 대신 전하기도 했다.
미술 전시를 준비하는 작가와 협업해 전시 도록을 만든 적도 있다.
서로 다른 배경, 다른 언어, 다른 속도를 가진 사람들이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그 과정이 좋았다.
때로는 벅찼고, 때로는 눈물 났고, 무엇보다 의미 있었다.
하지만 어느 날, 나는 단순한 ‘문장 생성기계’가 된 기분이 들었다.
아이디어 회의에 성실히 참여했고, 콘셉트도 잘 정리했고, 기획도 매끄러웠다.
그런데 돌아온 피드백은 이랬다.
“몇 개 더 줄 수 있나요?”
“지금 어느 정도 하셨나요?”
“대충 몇 개만 더 써주시면 돼요.”
“빨리요. 그냥 적당히요.”
‘대충’이 뭔지, ‘몇 개’가 얼만지, ‘빠르게’가 얼마나 빠른 건지,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다.
그저 내 시간과 감정과 창의력이 무제한 공급되기를 바랐다.
결국 그 프로젝트의 결과물은 아무도 만족하지 못했다.
나는 마감도 책임도 철저히 지킨다.
하지만 창작은 단순히 속도와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아이디어는 ‘수확’이 아니라 ‘재배’의 시간에서 나온다.
그때 깨달았다.
“좋은 협업은 창작자를 이해하려는 노력에서 시작된다.”
다른 경험도 있었다.
유명 미술 작가의 그림에 글을 붙이는 작업을 맡았을 때다.
그때는 창작이 얼마나 ‘영역의 존중’으로 이루어지는지를 뼈저리게 느꼈다.
그 작가는 내 글에 간섭하지 않았고, 나도 그의 그림을 판단하지 않았다.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한밤중에도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부족한 점을 물었다.
그 프로젝트는 지금도 내 마음속에 오래 남아 있다.
“서로를 건드리지 않지만, 서로에게 기대는 협업.”
그게 진짜 창작자의 언어였다.
지금 나는 필라테스 강사다.
겉으로는 완전히 다른 길 같지만, 들여다보면 본질은 늘 같았다.
필라테스 수업도 하나의 ‘창작’이다.
아프던 몸에 근육을 붙이고, 무너진 자세에 생기를 불어넣는 일.
눈에 보이지 않는 조각이 완성되는 과정과 닮았다.
회원의 마음을 이해하고, 몸의 신호를 읽어내는 일은
자료를 모으고, 인터뷰를 분석하고, 단어를 고르는 것과도 같다.
이해 없이 움직이면 부상을 입는다.
존중 없이 창작하면 상처만 남는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글을 쓰는 사람만이 아니다.
몸을 돌보는 사람, 아이를 키우는 사람, 식사를 차리는 사람.
하루하루 자신의 삶을 조율하는 사람도 모두 창작자다.
나를 발견하고, 없는 것을 만들고, 더 나은 방향으로 다듬어가는 일.
그게 창작이다.
1. ‘대충’과 ‘적당히’는 금지어
창작자에겐 구체적인 수치와 명확한 지시가 필요합니다.
2. 데드라인은 꼭 지켜주세요
창작자는 그 안에 감정과 에너지를 담습니다. 지연은 곧 소진입니다.
3. “그냥 느낌대로 해줘요”는 함정
느낌에도 가이드가 필요합니다. 콘셉트, 예시, 참고자료를 주세요.
4. 아이디어 회의는 함께하는 시간이자, 창작에 대한 존중입니다.
서로의 생각을 경청하는 순간, 이미 좋은 아이디어가 시작되고 있는 거예요.
5. 수정 요청은 구체적으로, 가능한 한 한 번에 모아서 주세요.
그래야 창작자의 흐름도 덜 끊기고,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어요.
6. 창작자의 감정은 결과물에 반영됩니다.
사람 대 사람으로 대하기.
기분 좋은 말 한마디가, 예상 못한 명작을 부를 수도 있답니다.
7. ‘이건 쉬운 일 아닌가요?’는 금지
보이지 않는 시간과 고심 끝에 나온 결과물일수록, 겉으로는 더 쉬워 보이니까요.
8. 말보다 행동, 약속보다 실행
창작자는 말보다 실천을 믿습니다. 함께하고 싶다면, 먼저 움직이세요.
9. 잘했을 땐 아낌없이 칭찬해 주세요.
창작자는 그 한마디로 다시 뜁니다. 당신의 진심 어린 격려는 창작자에게 연료가 됩니다.
10. “이 부분, 어떤 의도로 쓰신 거예요?”라고 물어보는 건 최고의 피드백입니다.
그 한마디는 창작자의 생각을 존중하고, 대화를 열어주는 열쇠가 됩니다.
11. 의견은 제시하되, 창작자의 ‘언어’를 바꾸려 하지 마세요.
표현의 결은 창작자의 손끝에서 나오는 ‘고유의 숨결’입니다.
12. 예산과 계약은 애매하게 하지 마세요.
창작도 생계입니다.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 창작자는 마음껏 몰입할 수 있습니다.
13. ‘이건 좀 다른 방향인데요’보다 ‘이건 이런 방향으로 바꿔보면 어떨까요?
부드러운 제안이 창작자의 마음을 열고,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집니다.
14. 결과보다 과정을 먼저 봐주세요.
그 안에 창작자의 시간과 애정이 담겨 있습니다. 완성된 작품 뒤에 숨은 노력과 열정이야말로 진짜 보석입니다.
15. 창작자는 협업자이지 하청업체가 아닙니다.
서로 존중하며 함께 만들어갈 때, 가장 빛나는 결과물이 탄생합니다.
1. 마감 전엔 말을 걸지 마세요. 침묵이 사랑입니다.
2. “왜 이렇게 예민해?” 대신 “요즘 몰입 잘 돼?”라고 물어주세요.
3. 기쁠 땐 같이 춤추고, 좌절할 땐 말없이 옆에 있어주세요.
3. “이 글 내가 제일 먼저 읽어봐도 돼?”는 최고의 사랑 고백입니다.
4. 창작자의 ‘딴짓’은 영감의 통로일 수 있어요. 그냥 두세요.
5. 가끔은 그가 만든 걸 함께 자랑해 주세요.
세상보다 먼저, 가까운 사람의 인정이 필요하니까요.
창작자는 외롭고 고된 여정을 혼자 걸어가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그 옆을 조용히 함께 걸어주는 이해자와 존중자가 있다면
훨씬 더 멀리, 훨씬 더 깊이 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창작을 돕는 또 하나의 ‘창작자’ 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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