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에버유, 다시 시작의 공간

11장. 상처받은 영혼, 필라테스로 치유되다

by 유혜성

11장. 상처받은 영혼, 필라테스로 치유되다


늦은 오후였다.

센터 문이 조용히 열렸다.

낯선 공기처럼 스며든 바람과 함께, 그녀가 문 앞에 서 있었다.


키가 크고 마른 체형, 잔뜩 움츠린 어깨.

그녀의 눈빛에는 망설임과 두려움, 그리고 간절함이 섞여 있었다.


“안녕하세요… 상담을 받을 수 있을까요?”


작고 조용한 목소리였지만, 나는 그 안에서 도움을 구하는 마음을 읽었다.

나는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그럼요. 이곳은 몸과 마음을 함께 돌보는 곳이니까요.”


그녀는 누가 봐도 평범한 20대였다.

좋은 대학을 다니는, 겉으로는 문제없어 보이는 청춘.

하지만 대화를 나누자 곧 드러났다.


속은 망가질 대로 망가져 있었다.


그녀는 어린 시절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했다.

하지만 그 사실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심지어 가족에게조차.


“내가 뭘 잘못했을까?”

“왜 나만 이런 걸까?”


그런 질문들이 마음을 좀먹었고,

자라서도 상처를 품은 채 살아갔다.


그녀는 사랑받고 싶었다.

그래서 누군가 조금이라도 친절하면, 모든 걸 내어주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언제나 배신이었다.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싶어서 뭐든 다 해줬어요.

그런데 왜 다들 떠날까요?”


그녀는 필라테스 기구를 내려다보며 조용히 말했다.

그리고 시선을 떨궜다.


나는 작고 여린 그녀의 손을 바라보았다.

이제는, 그 손으로 자신을 꼭 안아줄 차례라고 생각했다.


필라테스 기구 위에서 배운 것들


“이거 너무 불안한데요…?”


처음 필라테스 기구 리포머 위에 올랐을 때,

그녀는 마치 깊은 물에 빠진 사람처럼 몸을 떨었다.

움직이는 캐리지는 불안정했고, 그녀의 중심도 흔들렸다.


“천천히, 자신의 몸을 믿어봐요.”


나는 그녀에게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내쉬게 했다.

그 순간, 그녀의 떨림이 조금씩 가라앉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자기가 불안하면 리포머도 흔들리고,

자기가 중심을 잡으면 리포머도 안정된다는 사실을.


“삶도 그래요.

상대방에게만 기대려고 하면 불안해져요.

내가 중심을 잡으면 흔들리지 않아요.”


그녀는 나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숨을 가다듬으며 다시 중심을 잡았다.


그날 이후,

그녀는 기구 위에서 동작을 배우듯 삶을 배우기 시작했다.

작지만 강한 힘이 필요한 체어 위에서는 자기 몸을 믿는 법을,

배럴 위에서 가슴을 열고 등을 펴며 웅크린 마음을 펴는 법을,

캐딜락 위에 매달려 체중을 이겨내며 스스로를 지탱하는 힘을 배웠다.


필라테스는 그녀에게 단순한 운동이 아니었다.

무너졌던 자존감을 다시 세우는 연습이었다.


몸이 변하자, 마음도 변하기 시작했다.

표정이 달라졌다.

목소리가 달라졌다.

그녀의 눈빛이 달라졌다.


그리고 어느 날,

운동을 마친 뒤 조용히 내게 말했다.


“선생님, 이제 알 것 같아요.

왜 그렇게 사랑을 갈구했는지요.

저는 저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몰랐던 것 같아요.

이제는 다른 누군가보다, 저 자신을 먼저 사랑할 거예요.”


그녀의 눈에는 결심이 담겨 있었다.

흔들림 대신 단단함이 있었다.


나는 부드럽게 웃었다.


그래요.

사랑은 타인에게서 얻는 게 아니라

내 안에서 시작되는 거예요.”


몇 달 후


그녀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어깨가 활짝 펴졌고,

눈빛에는 생기가 돌았다.

그리고 웃음에는 힘이 실렸다.


이제 그녀는 더 이상 사랑을 구걸하지 않았다.

누군가의 인정에도 매달리지 않았다.

그 대신 자신을 먼저 보듬을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그녀는 깨달았다.

가장 단단한 중심은

누구도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중심에서 시작된 사랑은

어떤 바람에도 쓰러지지 않는다는 것을.


필라테스 힐러가 전하는 메시지


1. 상처 입은 마음도 몸을 통해 치유할 수 있다.

2. 내 몸을 믿는 법은 내 삶을 믿는 법과 같다.

3. 흔들리지 않으려면 내 안의 중심을 잡아야 한다.

4. 사랑은 누군가에게 구걸하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시작된다.

5. 자신을 돌보는 일은 가장 근본적인 치유이자 사랑이다.

<내 안의 작은 꽃〉 , Pilates Healer 테마송 작사by유혜성

To. 여름 한가운데서 당신께 보내는 편지

<필라테스 힐러>를 읽는 당신께


안녕하세요.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어떤 하루를 지나고 계신가요?


요즘 여름은 참 혹독하지요.

기온도 그렇지만, 마음의 온도도 그렇습니다.

누군가는 아프고,

누군가는 상처를 숨기고,

또 누군가는 혼자 견디고 있을지도 몰라요.


사실… 저도 그중 하나입니다.


가끔은 이 세상이 너무 이상하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내 마음은 멀쩡한데,

주변 사람들만 이상한 것 같고,

나만 자꾸 지치고, 무너지고,

그게 또 너무 힘들고 서러워지는 날도 있습니다.


저도 여러분과 다르지 않게,

그런 여름을 보내고 있어요.

다만, 제가 할 수 있는 건

하루하루 고군분투하며 살아내려는 몸짓입니다.


쓰러져 있지 않으려,

숨을 놓지 않으려,

글을 씁니다.

몸을 움직입니다.

영상을 찍고, 녹음을 하고,

누군가의 마음에 토닥이는 말을 건네며

저 또한 내면 깊숙한 어둠 속에서

조금씩 빛을 되찾고 있어요.


<필라테스 힐러>는

제가 먼저 스스로를 치유하려는 과정에서 시작됐어요.

“나라도 나를 안아주자.”

“내가 먼저 힐러가 되자.”

그런 간절한 마음에서요.


그리고 책을 쓰면서

저는 수많은 댓글과 이야기들 속에서

다시 치유받았습니다.

말없이 손잡아 주는 듯한 눈빛,

“나도 그래요”라는 한마디에

숨통이 트이기도 했어요.


그래서 지금,

당신에게도 이 말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당신은 잘 살고 있어요.

그렇게 살아내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해요.


혹시 오늘 힘들었다면,

당신의 마음을 탓하지 말아 주세요.

괜찮지 않은 날도 우리 안의 일부예요.

괜찮은 척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필라테스를 통해,

혹은 작은 움직임을 통해,

숨을 쉬듯 나를 돌보고,

조금씩 회복해 나가기를 바랍니다.


저도 여기서, 그렇게 살고 있어요.

우리 함께, 천천히,

몸을 움직이며 마음을 펴고 나아가요.


당신의 여름이

그저 무사히, 그리고 조금은 시원하게 지나가기를.

그리고, 당신도 누군가에게

조용히 빛나는 힐러이기를.


당신과 함께 숨 쉬는

– 필라테스 힐러 유혜성 드림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comet_you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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