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한 끼의 철학:숙성회, 기다림이 빚어낸 깊은 맛
나는 회를 좋아한다. 특히, 숙성된 사시미의 깊고도 쫄깃한 맛을 좋아한다. 숙성회는 단순히 갓 잡아 올린 생선을 손질해 바로 썰어 내는 활어회와는 다르다.
숙성이라는 과정을 거친 회는 일정한 온도와 시간을 통해 천천히 자신의 맛을 완성해 간다. 그 과정에서 살이 더욱 단단해지고 감칠맛이 배어든다. 단순히 신선함을 넘어, 깊은 여운을 남기는 맛이다.
숙성은 기다림의 미학이다. 적절한 온도와 시간을 맞추어야 하고, 생선마다 최적의 숙성 시간이 다르다. 광어는 하루에서 이틀, 참돔은 2~3일, 고등어나 방어 같은 등 푸른 생선은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 기다림 끝에 탄생한 숙성회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하나의 작품이 된다. 고급 일식집이나 이자카야에서 접하는 숙성회는 정갈하게 플레이팅 되어 마치 동양화처럼 아름답게 펼쳐진다.
사시미 한 점, 그 위에 살짝 올려진 고추냉이와 무순, 옆에 놓인 유자 폰즈 소스. 그리고 곁들여지는 사케 한 잔. 그것은 단순한 한 끼 식사가 아니라, 하나의 작은 예술을 경험하는 순간이다.
내가 자주 가는 숙성회 전문점 ‘와카바’는 10평 남짓한 작은 공간이다. 그곳은 숙성회를 사랑하는 사람들만 찾아오는 아지트 같은 곳이다. 주인장은 매일 새벽 수산시장에 가서 가장 좋은 생선을 공수해 온다.
그는 숙성회에 대한 철학이 있다.
“좋은 생선을 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다리는 것이 더 중요해요. 가장 맛있는 순간이 올 때까지 참을 줄 알아야 합니다.”
그의 말은 마치 인생의 교훈처럼 들렸다.
이자카야에서 숙성회를 먹을 때면, 마치 일본 드라마 심야식당 속 한 장면 속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작은 공간에서 주방장이 직접 음식을 내어주고, 한 점 한 점을 맛보며 그 정성을 온전히 느낀다.
주방장이 사장인 곳에서는 그 정성이 더욱 깊이 전해진다. 그는 단순히 음식을 만들어 내는 사람이 아니라, 철학을 담아 음식을 대접하는 예술가처럼 보인다.
숙성회는 단순한 요리가 아니다.
그것은 시간을 견디고, 온도를 맞추고, 정성을 쏟아야만 비로소 완성되는 음식이다. 그래서 나는 숙성회를 먹을 때마다 인생을 떠올린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빠르게 성장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속도로 익어가고, 때를 기다리는 것이 중요하다. 때로는 즉각적인 변화보다, 천천히 깊어지는 과정이 더 값지다.
-하루아침에 변하지 않는 몸과 마음의 단련
필라테스도, 인생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하루아침에 변하지 않는다. 몸은 서서히 단련되고, 마음은 천천히 단단해진다. 필라테스를 하면서 내 몸이 달라지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그 시간과 노력이 쌓이면 어느 순간 단단한 코어와 균형 잡힌 몸을 얻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내면도 함께 단련된다.
나는 오늘도 꿈꾼다. 시간과 정성이 만들어낸 숙성회의 깊은 맛처럼, 우리의 삶도 그렇게 익어가기를.
“가장 맛있는 순간을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 되자. 서두르지 말고, 차분하게. 나만의 속도로 익어가자.”
1. 기다림이 빚어낸 깊은 맛
숙성은 단순한 시간이 아닌 정성의 과정이다.
2. 완벽한 순간을 위한 인내
가장 맛있는 순간을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 되자.
3. 작은 공간, 큰 철학
열 평 남짓한 곳에서 탄생하는 숙성의 예술.
4. 천천히, 깊어지는 삶
숙성된 사시미처럼 인생도 서서히 단단해진다.
5. 필라테스와 숙성의 공통점
하루아침에 변하지 않는 몸과 마음의 단련.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comet_you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