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느려도 결국 도착하는 사람들-느려도 괜찮아, 중요한 건 시작이야
“당신이 멈춘 자리에 봄은 피고, 당신이 돌아보지 않은 곳에서 기적은 시작된다.”_작가의 말
“선생님, 전 이제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녀는 말끝을 흐리며 내 앞에 앉아 있었다. 고개를 들지 못한 채, 두 손은 무릎 위에서 마른 나뭇가지처럼 움켜쥐고 있었다.
“애들은 다 컸어요. 공부도 잘하고, 대학도 잘 갔고… 다 해놨는데, 나는 왜 이렇게… 허전하죠?”
그녀는 오십한 살에 처음으로 필라테스 센터의 문을 열었다.
“운동이라도 해보자 싶어서요. 몸도 망가졌고, 요즘은 잠도 잘 안 와요. 마음이 자꾸만 울컥하고요.”
굳은 어깨, 틀어진 골반. 몸은 ‘도움이 필요해요 ‘라고 말하고 있었고 굳은 몸만큼이나 마음도 메말라 보였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눈빛에서 작고도 단단한 ‘싹’을 하나 보았다. 그건 변화의 싹이었다.
그녀는 단지 운동을 하러 온 것이 아니었다. 그 누구의 엄마도, 누구의 아내도 아닌 ‘그녀 자신의 이름으로 살아가기 위한 첫걸음’이란 걸 나는 알고 있었다. 필라테스는 단지 몸만이 아니라, ‘삶을 새로 시작할 용기’도 천천히 일으켜 세운다는 걸 알기에. 내가 그랬듯이.
그날, 그녀 안에는 이미 봄이 시작되고 있었고 ‘조금만 더 따뜻해지면, 분명히 꽃이 피겠구나!‘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누구에게나, 언제든, 새로운 시작은 찾아온다. 그리고 그 시작은, 늘 용기에서 비롯된다.
용기와 참 많이 닮은 사람이 있다. 바로, 맥도널드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만든 ‘레이 크록(Ray Kroc)‘이다.
레이 크록은 원래 피아노 연주자였다. 작은 바와 행사장에서 연주하며 생계를 이어가던 그는 자신이 좋아하던 음악으로는 삶이 풀리지 않자 세일즈맨의 길로 들어선다.
종이컵, 주방용품, 밀크셰이크 기계… 그는 수십 년 동안 온갖 물건을 팔며 전국을 돌아다녔다. 나이 오십이 넘었을 때, 그는 여전히 트럭에 믹서기를 싣고 다니던 외로운 영업사원이었다.
그리고 1954년. 그 해에 그는 믹서기 8대를 한꺼번에 주문한 낯선 햄버거 가게를 알게 된다.
‘이건 뭔가 다르다’는 예감에, 그는 직접 그 가게를 찾아간다. 그곳이 바로, 캘리포니아에 있던 맥도널드 형제의 가게였다.
그 작은 가게에는 미래가 있었다. 점원들은 분업화된 시스템 속에서 빠르게 주문을 처리했고, 주방은 깔끔하고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었으며, 메뉴는 단순했지만 만족도는 높았다. 레이 크록은 말 그대로 충격을 받는다.
“이 시스템이라면, 미국 전역에 퍼질 수 있어.”
그날 이후 그는 맥도널드 형제들을 따라다니며 계속해서 맥도널드를 ‘프랜차이즈 화‘ 하자고 설득했다. 하지만 형제들은 현실에 안주하고 있었고, 확장에 회의적이었다.
“우린 그저 지금 이 식당만 잘 운영하고 싶을 뿐이에요.”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계속 찾아가고, 사업계획서를 내밀고, 숫자를 보여주고, 그들이 보지 못하는 ‘가능성’을 끝없이 설득했다.
결국, 형제들은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 뒤의 이야기는 당신도 알고 있다. 맥도널드는 미국을 넘어 전 세계로 퍼졌고, 한때 밀크셰이크 기계 하나를 들고 다니던 영업사원은 세계적인 외식 산업의 아이콘이 되었다.
그녀의 이야기로 돌아오자.
처음에는 천천히, 조심스럽게 움직이던 그녀. 몸은 늘 뻐근했고, 마음은 늘 조급해했던 그녀에게서 점차 변화가 일어났다.
“선생님, 요즘은 조금 가벼워요. 몸이 아니라… 마음이요. 필라테스를 하다 보니, 몸이 말랑해지면서 마음도 말랑해졌어요 “
그녀는 어느 날 그렇게 말했다. 운동이란 건 단순히 몸을 움직이는 일이 아니다. 움직이지 않던 ‘마음의 관절’까지 펴지기 시작할 때, 진짜 변화가 시작된다.
그녀에게서 그런 변화가 일어나자 그녀의 삶도 변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은 딸과 함께 꽃시장을 다녀왔다고, 어느 날은 혼자 좋아하던 그림 전시를 보고 왔다고, 그녀는 매주 새로운 이야기를 품고 왔다.
그녀는 한 달, 두 달, 그리고 어느덧 일 년 가까이 필라테스를 지속했다. 그리고 마침내, 봄이 시작된 어느 날 그녀는 플로리스트 자격증 과정에 등록했다고 말했다. 그녀 나이 52세였다.
“선생님, 이제 저도 제 이름으로 살아보고 싶어요.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 말고, 그냥 ‘나’로요. 아이들도 제 삶을 응원해 줘요. “
그녀는 여전히 조심스럽게 말했지만, 그 말투 속엔 설렘과 자신감이라는 꽃이 피고 있었다. 그녀의 봄은 그렇게 피어나고 있었다.
“늦었다는 건,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는 뜻일 뿐이다. 봄은 늘 제때 온다.” _작가의 말
우리는 늘 너무 조급하다. 누군가는 벌써 도착해 있고, 나는 아직 준비도 안 됐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그래서 스스로를 계속 늦었다고 자책한다.
하지만 레이 크록이 그랬듯, 그녀가 그랬듯, 삶은 타이밍의 게임이 아니라, 용기의 게임이다.
늦게 시작한 사람에게는 시간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기다림 속에서 단단해진 마음, 그리고 한 번 시작하면 끝까지 가는 끈기다. 그래서 늦은 시작은 더 깊은 울림을 남긴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이 첫걸음을 내딛는다면 그건 분명 당신 인생에서 가장 빠른 출발일 수 있다.
그러니 느려도, 주저해도, 오늘의 한 걸음이면 충분하다. 그 한 걸음이, 당신 인생의 봄을 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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