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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ggles Mar 23. 2024

에필로그: 반려공황을 키우고 있습니다만

지금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

코로나 후유증과 극심한 공황장애로 한참 힘들 때 매일같이 내가 겪는 증상과 어떻게 하면 나아질 수 있는지에 대해 인터넷에 찾아보고 의지했다. 의외로 나와 비슷한 증상을 찾은 사람은 쉽게 찾을 수 없었고 사실 딱히 나의 증상을 어떻게 말로 표현해야 할지 잘 알지도 못했다. 분명 이상한 감각과 느낌들이 괴로운데 그것들을 말로 옮기자니 적당한 표현도 단어도 존재하지 않는 듯했기 때문이다.


내가 공황발작이 일어나 힘들 때마다 큰 위로를 받고 몇 번이나 다시 찾은 글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브런치에 있는 은래빛 님의 ‘내 인생 37살, 불안장애 극복기’와 인스타그램에 베리타스님의 ‘공황장애툰’이다. 그 두 작가님의 글과 그림들은 나에게 곧 안정제이자 비빌 언덕이었고 내가 이렇게 나의 이야기를 글과 그림으로 (인스타그램 @iggletoon) 남길 수 수 있게 해 준 원동력이었다.


나만 왜 이렇게 예민하고 다른 사람과 달리 유난스럽고 힘든 것일까 괴로워하던 시간들을 통해 나 스스로에 대해 더 배우게 되고 돌볼 수 있는 지혜가 생겼다. 만약 나에게 공황장애와 불안을 겪지 않고 그 기분을 영영 모르는 채로 살아갈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과연 나는 그 인생을 선택할 것인가 하는 엉뚱한 질문에 “그렇다”는 대답 대신 망설이게 되는 건 그 힘든 경험들을 통해서 무엇인가 애틋하고 소중한 삶의 지혜를 얻었다는 확신이 있어서 이다.


많이 건강해진 지금도 나는 여전히 공황장애를 위한 약을 복용 중이다. 여전히 새로운 장소나 멀리 가려면 살짝 두려움이 뒷머리를 탁 치고 지나간다. 그리고 최첨단 고도로 발달한 나의 신경계는 오늘도 처음 복용해 본 유산균 한 알에 마치 각성제나 항정신제를 복용한 것 마냥 정신이 아늑하고 어질어질하고 손발에 식은땀이 나고 심장이 조인다. 이럴 때마다 내가 생각해도 얼탱이 없고 이상신체감각에 아찔 하지만 이제는 이것 또한 나의 몸의 특징이라는 것을 받아 드리고 예전보다는 조금 덜 놀랄 수 있게 성장한 멘탈이 대견하기도 하다.


나의 반려공황 키우기는 내가 살아있는 한 계속될 것이다. 인생의 어떠한 순간마다 더욱더 괴로워질 수도, 혹은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잊고 살아갈 수도 있겠지만 이제는 그것을 두려워하기보다 그때그때 보듬어주며 잘 키워 볼 생각이다.


혹시 어디선가 공황발작과 불안 때문에 인생이 송두리째 무너지는 경험을 하는 이가 있다면 나의 경험이 그대의 마음에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 나아질 수 있다는 무의미한 희망을 말해주기보다는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을 건네고 싶다.


“나도 그랬었어.”

“너만 그런 게 아니야”

“네가 잘못해서 그런 게 아니야”

"너니까 이만큼 견디는 거야. 대견해"

“안 나아져도 살만해”

“그 고통의 순간이 절대 영원하지 않아”

“다시 기쁨과 행복을 느끼는 순간이 분명히 와”

“약 먹어도 괜찮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리고, 지금은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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