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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쾌한 주용씨 Jan 26. 2024

안티에이징 논술 수업

논술쌤이 고른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책!

2024년 새해가 시작되는구나 싶더니 벌써 2월을 준비하고 있네요. 작년(한 달밖에 지나진 않았지만) 12월 23일에 중1 아이들 16명을 졸업시키고 한동안 강의실이 좀 썰렁하지 않을까 했는데 1월에 초4·5·6 학년과 중1, 신입생 19명이 등록했습니다. 허전한 마음을 달래고 있을 겨를도 없이 새로운 아이들 맞을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아이들도 학원에 처음 오는 게 부담스럽고 떨리겠지만 저도 신입생이 들어오면 적잖이 긴장하고 신경을 바짝 쓰게 된답니다. 학부모님들은 우리 아이가 적응 잘 하나, 가기 싫다고 하면 어쩌나 등등 학원 보내놓고 걱정이 많으시겠지요.


저는 2주 수업 후에 학부모님들과 상담을 진행합니다. 우선 아이들이 어색하지 않게 수업에 적응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수업하는 동안 신입생을 주의깊게 관찰하며 메모합니다. 이번 1월처럼 신입생이 많을 때는 따로 적어놓지 않으면 이름이 헷갈리기도 하고, 학부모님들과 통화할 때 정작 중요한 내용을 빼먹는 경우가 생기거든요. 오늘까지 19명 신입생 상담을 모두 마쳤습니다. 다행히 아이들 모두 수업에 대한 호감을 갖고 좋다고 한다네요. 특히 선생님이 너무 재미있다는 아이들이 많아서 살짝 당황했습니다. 50대 논술쌤이 초등4,5,6학년과 중1 아이들을 웃기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이주용, 아직 죽지 않았어!'를 속으로 외쳤습니다. 수업에 대한 반응이 좋아서 정말 다행이에요. 


2월에 읽을 책 고르는 데에도 신경이 많이 쓰였습니다. 남녀 성비, 아이들의 성향과 수준, 반 분위기 등을 고려해서 재미있지만 유익한 책으로 선택하기 위해 시간이 많이 걸렸네요. 1월에 좋았던 첫 인상을 유지하고 새로운 자극으로 적절한 긴장감을 주고 싶었습니다. 수업하는 동안은 즐겁고 수업이 끝나고 나면 뿌듯함을 느낄 수 있는 수업을 만들어가기 위해 애쓰는 중입니다. 제 진심이 아이들에게 전해져서 우리 아이들이 책의 맛을 알아가고 글쓰기의 매력에 빠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제가 그런 것처럼요.




제가 맡고 있는 중1은 12명입니다. 여학생보다 남학생 비율이 좀 더 높습니다. 3년째 논술 도서로 선정하는 《아몬드》는 특히 남학생들의 반응이 좋았던 책입니다. 청소년 도서 중에 제가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책이기도 하고요. '폭력, 피, 죽음' 이런 무시무시한 단어로 이 책을 소개하면 남학생들이 열광을 합니다. 아이들에게는 금지어 같은 단어지만 책으로 접하는 건 통용되니까 좀 짜릿한 기분이 들 수도 있잖아요.《식탁 위의 세계사》도 제가 아주 재미있게 읽은 책입니다. 세계사가 너무 방대하고 어려운데 식재료로 이야기를 풀어내니 아주 흥미롭고 술술 읽히더라고요. 아이들 수업할 때 도움이 될까 싶어 요즘 가장 인기 좋은 세계사 책 《요즘 어른들을 위한 최소한의 세계사》를 빌려다 놨습니다. 논술쌤이 되니까 다양한 책을 더 많이 읽게 된답니다. 





초등 4학년 반은 1월 2주 차에 어렵게 구성됐어요. 제가 목, 금, 토 3일만 수업하고 있는데 다른 시간대는 모두 차 있어서 초4 신설반목, 금 5시 수업밖에 가능한 수업 시간대가 없거든요. 항상 주중 5시 시간대가 학생 모집이 가장 어려워요. 그때는 대부분 영어나 수학 학원에 있을 시간이거든요. 12월에 여학생 한 명이 금요일 5시 수업 가능하다고 대기하고 있었는데 인원이 안돼서 결국 초4 수업은 못하는구나 하고 거의 포기 상태였어요. 그런데 1월 첫주에 극적으로 여학생 한 명이 합류되었답니다. 그래서 아주 귀엽고 똘똘한 여학생 2명으로 1월 둘째 주부터 수업하고 있어요. 2월까지는 좀 가벼운 책으로 수업에 적응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책 읽는 부담은 줄이지만 대신 다양한 활동을 통해 논술 수업에 흥미를 느끼게 하면서 저는 아이들을 관찰하는 시간을 가지려고요. 2월에 읽을 책 2권 모두 아이들에게 꽤 반응이 좋았던 책이랍니다. 





초등 5학년이 되면 한국사에 대해 걱정하시며 문의하시는 학부모님들이 계십니다. 재작년에는 5개월 동안 초5 대상으로 한국사 5개월 과정 수업을 진행했는데 너무 사회 과목 중심 수업이 되는 것 같아 저는 개인적으로 힘들기도 하고 재미도 덜했습니다. 그래서 한국사 논술을 따로 하지는 않고 대신 다양한 역사 관련 책들을 읽게 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제가 수업하는 송도 신도시는 한국사를 이미 따로 수업한 아이들도 있고, 남학생들 같은 경우는 어렸을 때부터 한국사에 관심이 많아서 관련 책을 많이 읽은 아이들도 꽤 되더라고요.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학부모님들이 한국사 논술 과정을 고집하시기보다는 제 수업 방식을 따라주십니다. 이번 2월에는 한국사 관련 책을 읽히려고 합니다. 주제는 역사지만 문학과 비문학 책이 주는 느낌은 확연히 다를 거예요. 5학년이 되어서 공부하게 될 한국사가 이번 기회에 좀 친근해지면 좋겠습니다. 저도 지금 《책과 노니는 집》을 재미있게 읽는 중입니다. 





요즘 아이들 돈에 대한 관심 많습니다. 비교적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동네인데도 아이들은 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나름 아는 것도 많고, 다른 어떤 주제보다 눈을 반짝입니다. 장래 희망이 '돈 많은 백수'라는 농담도 거침없이 하고, 돈 많이 버는 게 꿈이라는 이야기도 하는 아이나 듣는 아이나 이상할 게 전혀 없습니다. 나이 들었다고 티 내는 것 같아서 아이들 앞에서는 말을 아끼지만 정말 우리 때는 안 그랬는데 말이죠. 돈이 인생의 목적이고 돈 많이 버는 직업이 장래 희망이라고 말하는 것이 속물 근성을 내비치는 것 같아 부끄러웠던 시절도 있었잖아요. 물론 그때의 태도가 무조건 옳았다고 말하려는 건 아니지만 너무 어린 나이에 돈, 돈 하는 모습이 그리 예뻐보이지는 않습니다. 돈에 대한 관심을 책으로 돌려 제대로 된 경제 관념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2월에 초6 도서로 무턱대고 재미있는 책 《억만장자 소년》과 어린이 경제 분야 베스트셀러 《세금 내는 아이들》로 정했습니다. 아이들이 돈보다 더 중요한 것들의 가치를 알고, 돈을 정직하고 현명하게 사용하는 어른으로 자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논술쌤으로 살면서 제가 더 부지런해진 것 같아요. 항상 다음 달을 미리 준비해야 하니까요. 각 학년별로 어떤 책이 좋을까 고르는 작업이 만만치 않습니다. 프랜차이즈 교재와 시스템을 그대로 쓰면 이런 고민을 할 필요도 없겠지만 저는 우리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책을 매달 제 손으로 골라야 하니까요. 시간도 많이 걸리고 매번 고민을 해야 하는 과정이지만 제가 고른 책을 아이들이 즐겁게 읽고 수업 시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면 힘들었던 시간을 몇 배로 보상 받는 듯합니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책을 고르는 시간은 제가 아이들이 되어보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아이들 입장에서 아이들의 눈으로 책을 보는 연습을 합니다. 덕분에 수업할 때는 제 나이를 잊고 아이들의 친구가 되어있는 나를 자주 발견합니다. 논술쌤으로 사는 동안 마음만큼은 늙지 않을 것 같아요. 저에게는 논술 수업이 안티에이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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