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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쾌한 주용씨 Feb 08. 2024

저녁밥에서 자유로워지기!

박완서 읽기 14. 장편소설『오만과 몽상』①

동학군은 애국투사를 낳고, 애국투사는 수위를 낳고, 수위는 도배장이를 낳고, 도배장이는 남상이를 낳고...

매국노는 친일파를 낳고, 친일파는 탐관오리를 낳고, 탐관오리는 악덕 기업인을 낳고, 악덕 기업인은 현이를 낳고...


남상이와 현은 요즘 말로 베프, 절친이었다. 빈부의 격차가 심했지만 부의 편에 있는 현이 가난한 남상이를 좋아했고 그의 초라한 집까지 편안하게 여기니 둘의 우정은 남달랐고 두터웠다. 엄마의 사랑을 받지 못했지만 돈 많은 집안의 현은 자신과 다른 환경에서 자신에게는 없는 능력을 가진 남상이를 진심으로 귀하게 여긴 것 같다. 자신이 소설가가 되면 의사가 된 남상이를 모델로 <의사 남상이>를 쓰겠다고 결심하고, 계획하고, 공표했다. 그러나 남상이는 현과는 정반대인 가족사를 알고 하루아침에 현에게 절교를 선언한다.


현은 남상이에게 복수를 결심한다. 돈 많은 집안과 절연하고 편한 환경을 마다하고 고행을 자처한다. 소설가의 꿈도 포기하고 남상이가 되기를 바랐던 의사가 되기로 결심한다. 남상이가 경멸했던 집안의 도움 없이 남상이의 미래였던 의사가 되려는 현. 1, 2권으로 되어있는『오만과 몽상』을 아직 반도 못 읽었으니 현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기도 어렵고 두 사람의 끝이 어떻게 될 지도 알 수 없다. 그래도 오늘은 <박완서 읽기> 연재하는 날이니 지금까지 읽은 내용으로 오늘의 감정을 몇 자라도 적어본다. 아무튼 박완서의 소설은 무엇이든 흥미롭다. 재미 없거나 지루해서 읽기 힘든 적은 아직까지 없다. 단지 이번에 아들의 입시 결과를 전후로 속 시끄러워서 책에 집중하지 못했을 뿐이다. 


오만 : 태도나 행동이 건방지거나 거만함. 또는 그 태도나 행동.

몽상 : 실현성이 없는 헛된 생각을 함. 또는 그 생각.


영자야, 나 상관하지 말고 제발 네 일을 보려무나, 저녁밥에 대해서도.
p.195


의사가 될 현에 대해 무조건적인 헌신과 정성을 보이는 영자는 두 아들의 엄마인 나와 닮았다. 어제 저녁 외식 자리에서 며칠 전 전역한 큰아들은 엄마아빠의 호의 또는 배려 또는 사랑을 원치 않는 부담이라고 콕 짚어 지적했다. 서운했지만 인정했다. 섭섭했지만 아들의 의견을 존중했다. 하지만 남편과 나는 오늘 아침 자식들을 피해 둘만의 친목 데이트를 하고 피곤에 절어 돌아왔다. 아닌 척 했지만 자식이 품에서 떠나는 허전함을 부부의 정으로라도 달래려고 했던 것 같다. 우리 부부는 아들들을 좀 내버려두기로 마음을 모았고 앞으로 좀더 자유로워지자고 결심했다. 자식 상관하지 말고(아주 그럴 수는 없지만 되도록, 최대한), 내 일을 보기로 마음먹었다. 저녁밥에 대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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