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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쾌한 주용씨 Mar 15. 2024

오늘 <유쾌한 논술쌤> 연재를 마칩니다!

누군가를 원망하는 글이 아니라 저를 돌아보는 글입니다.

지난 주 금요일 마음에 상처를 받은 일이 있었다. 예고도 없이, 예상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아무 준비도 하지 못한 채 당한 일이라 무척이나 당황했다.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왜 그런 상황까지 벌어졌는지, 내게 왜 그렇게까지 해야 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전후 사정을 글로 다 쓰자니 기억하지 않아도 될 일을 너무 곱씹게 될 것 같기도 하고, 시간이 좀 지났으니 좀 쿨해지고 싶은 마음에 그날의 사연은 접어두기로 한다. 다만 이제 누가 봐도 '나이 많은 강사'가 되었다는 것도 실감이 나고, 학원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나 같은 사람을 고용하는 게 부담이겠구나 하며 인정하게 되고, 지금 이 학원이 나의 마지막 직장일 거라 생각하니 시원 섭섭한 기분도 들었다. 사실 좀 주눅이 들었다. 나이가 무기가 될 수는 없어도 자존감을 무너뜨리는 도구가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아무튼 결과적으로 힘이 좀 빠지는 일이었다.


매주 금요일, <유쾌한 논술쌤으로 살아가기> 연재를 5개월 가까이 이어왔다. 대부분 내 수업에 대한 자부심, 내 근무 환경에 대한 만족,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의 즐거움을 이야기했는데 일주일 사이 생각이 많아졌다. 오늘로 연재를 마치기로 했다. '유쾌한 논술쌤'이 아니라 '나이 많은 논술 강사'로 이름을 바꿔 놓으니 영 글 쓸 맛이 안 난다. 앞으로 5년(아니, 해가 바뀌었으니 4년)만 일하자 마음먹고 정신과 체력 잘 챙겨야지 했는데 이번에 좀 심하게 흔들렸다. 내 수업에 대해 다시 돌아보고 학생과 학부모에 대한 나의 태도와 말투도 점검해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나의 최선이 누군가에게는 부족함일 수 있고 내가 옳다고 생각했던 방식이 또 누군가에게는 거슬렸을 수도 있다. 모두를 만족시키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지만 나의 진심만은 모두에게 닿을 거라고 자신했었다. 내가 오만했다.


앞으로 4년, 5년, 이런 기간을 정해두지 않기로 했다. 당장 오늘 일도 예상하지 못하는 인생을 살면서 4,5년이나 무탈하게 지금 학원에서 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것도 부질없다.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수업에 대한 의욕이 사그라질 수도 있다. 운 좋게 다른 기회가 생겨 나에게 더 맞는 일을 하게 될지도 모르고, 생각보다 빨리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겨 일하지 않고 읽고 쓰는 삶을 누리게 되는 행운이 찾아올 지도... 나이 많은 강사지만 내 인생에 변수는 많고, 나는 충분히 다른 삶을 선택할 수 있으며,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내가 원하는 대로 만들고 채워갈 수 있다. 정해진 인생은 없다. 나는 '전인미답(前人未踏)'의 나만의 인생을 살고 있다. 아무도 밟지 않은 길이라 어디로 가야할지 흔들리고 겁먹은 적도 있지만 포기하지 않고 지금까지 뚜벅뚜벅 잘 걸어왔다. 유쾌한 논술쌤으로 앞으로 몇 년을 살겠다는 각오는 접어두고 순리대로 내 맘 가는 대로 그냥 흘러가고 싶다. 그런 의미로 요일별로 브런치에 연재하면서 매일 브런치에 글을 쓰겠다는 틀을 좀 느슨하게 풀어주려고 한다. 여유가 생기면 내 학원 생활도, 내 글에도 살랑살랑 봄바람이 불 것만 같다.


더 열심히 수업 준비를 한다. 아이들에게 말을 건넬 때, 학부모님과 상담 전화를 할 때, 이런저런 문자를 보낼 때, 전보다 더 신경을 쓴다. 진심에만 기대어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인생은 한 치 앞도 알 수 없으며 내 마음도 한결같지 않다. 그러니 나와 관계된 사람들에게 내 말이 오해 없이 닿게 하려면 깊이 생각하고 잘 듣고 천천히 말해야 한다. 살아도 죽어도 어색하지 않은 나이를 먹었으니 너무 길게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지금 이 순간을 최대한 즐기는 게 현명하다. 옳게 먹은 마음이 달아나지 않도록 잘 붙드는 것도 어른으로서 꼭 해야 할 일이다. 연재를 끝내겠다는 글을 쓰면서 마음이 훨씬 가벼워졌다. 정해 놓은 길을 벗어나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새로운 길로 발을 내딛고 싶어졌다.


오늘 <유쾌한 논술샘으로 살아가기> 19화로

연재를 마칩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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