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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쾌한 주용씨 Mar 20. 2024

매일 글쓰기가 부부 생활에 미치는 영향

<결혼 25년, 슬기로운 부부 생활> 연재를 마칩니다!

어제는 브런치북 연재 <매일 브런치에 글을 쓰면>을 20화로 마치면서 '내 글의 쓸모'에 대해 생각해봤다. 지금으로서는 나 자신을 위해서도, 내 글을 읽을 누군가를 위해서도 그닥 큰 쓸모를 찾지 못해 '매일 글 발행'이라는 약속을 지우기로 했다. 지난 주 목요일부터 매주 요일마다 연재하던 브런치북을 차례차례 완료하고 발간했다. 오늘 수요일에 연재하는 브런치북 <결혼 25주년, 슬기로운 부부 생활>이 7개 브런치북 중 마지막이다. 이 글을 마지막으로 나는 '매일 브런치북 글쓰기'라는 굴레에서 벗어나게 된다.


오늘은 매일 글쓰기가 우리 부부 생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생각해보려고 한다. 내가 매일 글을 씀으로써 우리 부부 사이에 달라진 점이 있나? 우선 긍정적인 부분부터 생각해보기로 한다. 5개월 가까이 글을 썼는데 5개월 전보다 지금, 우리 사이가 더 좋아졌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다. 우리는 그 전에도 친한 친구처럼 사이좋은 관계였고 함께하는 시간도 다른 맞벌이 부부에 비하면 많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대화 시간도 꽤 긴 편이다. 사이가 나빴거나 관계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었으니 5개월 매일 글쓰기가 우리 부부 관계를 다르게 만들 일도 없었다.


아, 있다. 남편은 내가 꽤 긴 시간 브런치에 매일 글을 쓰고 발행한다는 사실에 나의 성실성과 꾸준함에 대해 감탄하며 박수를 쳐줬다.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대단하다'는 칭찬을 듣는 건 자존감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한다. 그리고 남편에게 좀 서운한 게 있거나 두 아들 문제로 속상할 때, 집안일을 하다가 짜증날 때도 글을 쓰면 마음이 좀 풀렸다. 수다 떨 친구가 없는 나는 브런치나 블로그가 내 속을 털어놓는 동네 친구다. 만약 나에게 글쓰기라는 취미가 없었다면 나는 남편에게 바가지 긁는 아내가 됐을지도 모르고 잔소리 늘어놓는 엄마로 아들들을 질리게 만들어서 지금처럼 좋은 관계를 유지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스트레스를 어디다 풀 데가 없어서 우울증에 걸렸을 지도 모른다. 이렇게 쓰고보니 글쓰기가 우리 부부 생활을 좋게 만드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 같기도 하다.


맞다. '글쓰기'는 우리 부부 생활에 분명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그것도 아주 오래. 2017년에 일을 그만뒀을 때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나는 일하지 않는 여자로 사는 재미에 푹 빠지게 되었다. 전업 주부로 살면서도 심심하거나 무력감을 느끼지 않았고 하루하루를 바쁘고 의미 있게 살면서 남편과 아들들에게 정성을 다했다. 매일 읽고 쓰는 삶이 그토록 즐거운 것인지 40대 중반이 되어서야 알게 되었고 그것이 8년이 지난 지금까지 내 일상에 가장 큰 즐거움이 돼 주었다. 게다가 중간에 브런치 작가가 되어 내 생애 첫 책을 출간했고, 나이 50에 논술 강사로 재취업까지 해서 블로그를 통한 홍보로 안정된 경제 활동을 하고 있으니 글쓰기는 나에게 과분한 보답을 한 셈이다.


그런데 '매일'은 아닌 것 같다. 글쓰기를 습관화하려는 목적성을 가지고 어느 정도 기간을 정해 '매일 글쓰기'를 시도해보는 건 그 나름의 의미가 있다. 그러나 그 외 다른 무언가를 기대하며 '어떻게든 매일 글을 쓰자'고 덤비는 건 좀 별로다. '어떻게든'이 문제다. 하루에 한 편씩 글을 발행하려니 글의 진정성이나 완성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발생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가 가기 전에 발행 버튼을 눌러 연재의 약속은 지켜냈다며 자신을 합리화한다. 글이 즐거움이 아니라 부담이 되는 날에는 다른 일에도 집중을 하지 못한다. 저녁 때까지 글을 완성하지 못한 날에는 마저 글을 써야한다는 생각에 몸은 퇴근한 남편과 함께있는데 정신은 브런치에 가 있다. 남편과 데이트를 앞두고 글을 쓰느라 약속 시간에 늦은 적도 있다. 남편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핸드폰 브런치 스토리를 켜 놓고 코박고 글을 쓰기도 했다. 이제 브런치북 연재를 그만둔다고 하니 남편도 은근히 반기는 눈치다.


완연한 봄이 오기 전에 안 입는 겨울 옷은 넣어두고 앞으로 입을 얇은 옷을 꺼내 놓듯이 내 글쓰기 생활도 봄맞이 정리 중이다. 그동안 무거웠던 '매일 글쓰기'라는 부담은 내려놓고 이제 '자유롭고 즐거운 글쓰기'를 해보려고 한다. 커튼까지 쳐놓았던 창을 활짝 열고 살랑살랑 봄바람을 집안에 들여놓는다. 이번 주말엔 남편에게 베란다 창에 놓을 꽃화분을 사러 가자고 해야지.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는 설렘으로 내일부터 연재 없는 일상 즐겨야겠다. 오늘 청량산에 오르니 나무에 연두색 새순이 돋고 멀리 진달래꽃도 몇 송이 보였다. 철쭉도 꽃을 피우려고 준비 중이다. 연재를 끝내고 여유가 생겼으니 이참에 내 브런치와 블로그도 봄단장을 해야겠다. 산에 꽃이 만발해지기 전에  글쓰기 꽃도 활짝 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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