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일곱째 날, Estella
여섯 시에 출발하기로 했는데 여섯 시에 일어났다. 지영이는 일어난 건가? 벌떡 일어나 지영이가 있는 방으로 뛰어갔다. 당황한 나와는 달리 이미 준비를 마친 상태로 양치를 하고 있었다. 서운함이 몰려왔다. 출발 시간이 다 됐는데도 안 보이면 못 일어난 건 아닌지 확인해줄 수 있는 거 아니냐며 나는 툴툴댔다.
15분 만에 준비를 마치고 나왔다. 동트기 전 레이나의 푸르스름한 하늘은 먹빛에 가까웠다.
중학교 사회 시간, 거리에 황소를 풀어놓고 사람과 경주하는 축제에 대해 배웠던 기억이 있다. 그 축제가 팜플로나에서 열린다는 걸 오늘 알았다. 팜플로나에 있을 땐 왜 몰랐지.
알베르게의 시설은 대체로 좋았다. 침대, 화장실, 부엌 다 괜찮았다. 부엌의 파리도 레이나보단 덜 했다.
샤워실은 공용인데 커튼 하나로만 가림막이 되어있어서 조금 당황스러웠다. 여기가 맞나? 싶었는데 금방 또 적응했다.
보통 샤워실은 여남 공용인 곳이 많다. 잠금장치가 달려있는 곳이 대부분이지만 샤워 커튼 하나로만 분리되는 곳도 있었다. 공용 시설에 조금 무뎌야 순례길에서 생활하는 데 크게 스트레스가 없을 것이다.
내일 걸을 길에 와인을 무료로 마실 수 있는 곳이 있다고 한다. 요한 오빠 말로는 빨리 가야 마실 수 있다는데 우리도 맛볼 수 있을까? 지나가는 길이니까 꼭 들려보고 싶다.
내일은 평소보다 일찍 출발해야지. 늦잠 자지 않아야 할 텐데..
25.06.18 에스떼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