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주 노르웨이 산골이냐 아기자기 스톡홀름이냐?
여행지에 대해 공부할수록 보이는 것이 많은 범. 그런데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노르웨이는 어쩌면 여행에 최적화된 나라는 아닐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시 간 이동하는 방법도 제한적이고, 심지어 이동거리도 멀고, 관광 인프라가 다양하게 발전한 것도 아니고, 도심을 벗어난다고 해서 가격 경쟁력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노르웨이는 동방의 여행객에게는 특히나 진입장벽이 높은 나라였다. 출발 2주 전까지도 검색은 수도 없이 했지만 호텔 하나 예약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구글맵을 동서남북으로 돌려보며 동선을 쥐어짜고 있는데 갑자기 릴레함메르에서 신랑의 일이 끝나면 운전을 해서 덴마크나 스웨덴으로 넘어갈까? 하는 구글 맵의 악마 같은 속삭임이 들렸다. 이건 아무 예약도 걸어두지 않은 내게 마지막 기회이자 계시인가? 오슬로에서 남쪽으로 코펜하겐까지 운전하면 6시간 반, 스톡홀름까지도 6시간 반. 중간에 쉬엄쉬엄 가도 스웨덴 예테보리나 말뫼까지 일주일이면 넉넉히 둘러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북유럽 감성을 가장 대표하는 도시는 사실상 스웨덴과 덴마크 아닌가?!
오슬로에서 서쪽 항구도시 베르겐은 7시간 반, 베르겐에서 알레순도 7시간 반, 그러니까 노르웨이에서 6~7시간씩 산속 길을 운전하고 갔다 오느냐, 어차피 비슷한 시간을 운전해서 스웨덴이나 덴마크에서 아기자기한 북유럽 감성에 빠져보느냐. 내가 흔들리자 신랑은 동공에 지각변동을 보이면서도 내 의견을 따르겠다고 했다.
노르웨이 숙소를 찾으면서 고민은 되레 깊어졌다. 우리는 노르웨이까지 가서는 호텔보다는 대자연에 가까운 캠핑장이나 게스트하우스, 노르웨이인들의 전형적인 집을 볼 수 있는 에어비앤비를 생각했다. 물가도 비싸니 주방이 있는 집에서 요리도 해먹을 요량이었다. 하지만 노르웨이의 숙소들은(오슬로와 같은 도시를 제외하고) 내 요량을 요령 좋게 피해 갔다. 예를 들면, 오토캠핑장의 통나무집인 캐빈은 1박에 15~20만 원 상당이었다. 구글맵을 찾아 힘겹게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내부 사진은 무성의하기 그지없었다. 포토샵이나 조명을 활용한 인스타그램 ‘갬성’이 노르웨이까지는 닿지 않은 것인지, 자식이 사준 2G 핸드폰으로 처음 사진을 찍은 부모님의 사진첩 같은 내부 사진이 많았다. 게다가 캐빈에는 화장실이 없고 샤워실은 공용인 곳이 많았다. 끝이 아니다.
코인 샤워실, 즉 10 NOK 크로네(한화 1,500원 정도, 시간도 정해져 있다!) 요금이 별도였고 침대에 씌울 린넨과 이불 커버 등도 별도 추가 비용을 내야 하는 곳들이 많았다. 정말 차가운 북구인들이라고 냉기에 치를 떨며 숙소 후보지만 찾다가 선뜻 예약을 못한 채 여행이 2주 앞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그래서 운전대를 남쪽으로 틀어 요즘 미식 여행으로 떠오르고 있는 코펜하겐이나 북유럽에서 가장 예쁘다는 디자인의 도시 스톡홀름으로 방향을 바꿀까 하는 유혹에 흔들렸다.
하지만 고민하고 고민하다, 이왕 간 김에 안 그래도 가기 힘들다는 노르웨이에서 일주일을 온전히 보내고 오기로 했다. 지금도 이렇게 고민되는데, 나중이라고 노르웨이에 가게 될 이유가 강해질 것 같지 않았다. 살인적인 아니 연쇄살인마 격의 물가도 직접 대면해보고, 태곳적 자연 속에서 들숨 날숨 한껏 쉬며 폐에 깨끗한 공기를 가득 채워보고, 중학교 지리책에서 얼핏 듣고 한 귀로 흘린 피오르드라는 것도 직접 보자. 손이 얼마나 아릴지 모르겠지만 빙하도 만져보고, 만년설 폭포수도 맞아보고, 신선한 생 연어도 배 터지게 먹어보고, 토르처럼 키 크고 잘생긴 북유럽인들도 실컷 보고(응?), 어디 한번 노르웨이 끝까지 가보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