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쓸 때 독자에게 초점을 맞추지 못하는 이유의 십중팔구는 불안에 있다. 불안함을 느끼게 되면 절대 타인을 원활하게 도울 수가 없다. 불안이라는 감정 자체가 자신의 안위에 초점을 맞추도록 몰아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글을 쓸 때 도대체 무엇으로부터 불안함을 느끼는 것일까? 이를 알기 위해서는 먼 과거를 거슬러 올라갈 필요가 있다.
생존한다는 것
인류가 다른 동물과 크게 구분되기 어려울 만큼 먼 과거에는 불안을 느낀다는 것이 곧 목숨이 위험한 상황을 의미했다. 즉 생존에 몸부림치기 위한 온갖 호르몬이 분비되면서 일어나는 신경계의 떨림이 곧 불안이었다. 그렇기에 과거에는 불안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해줬었다. 불안을 느끼는 동물의 몸은 단시간 안에 일명 ‘투쟁 도주 상태’에 접어들었고, 생존적인 행동의 판단을 본능에 맡기며 생존율을 높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의 경우는 입장이 약간 다르다. 현대의 인간은 자연에서 오는 위협을 극복하는 것을 넘어 거의 지배하고 이용하는 모습에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어째서인지 우리는 불안이 사라진 것을 전혀 체감할 수가 없다. 아니, 오히려 자연에서 살아가는 동물보다 더 많은 불안을 느끼며 살아가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그 이유는 인간에게 있어 생존의 의미가 변화했기 때문이다. ¹
또 다른 생존
인류는 자연에 대한 저항력을 갖추게 되면서 외부로부터 목숨이 위협당할 일이 줄어들었다. 그에 따라 생존의 의미 또한 육체적인 것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졌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공동체 속에서의 지위이다. 사람 사이에는 ‘부’와 같이 계급을 나누는 새로운 단위들이 등장했고, 여기서 높은 위치를 차지하게 되면 우월한 존재로 인식되었다. 바로 이 부분이 우리가 타인의 인정을 갈망하는 것과 관련이 깊다. 자신의 자손을 성공적으로 남기면서 생존하려면, 겨냥해야 하는 목표를 바꿔야만 했었던 것이다. 목숨을 부지하는 것에서 타인에게 인정받는 것으로 말이다. 심리학자 조던 피터슨은 이러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생존속에서 인간이 자신의 위치를 어떻게 가늠하는지를 설명을 한 적이 있다. 사람들은 자신을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을 분석하고, 그 정보를 토대로 자신의 위치를 평가한다는 것이다. ²
자, 그렇다면 처음의 주제로 돌아가 보자. 작가가 글을 쓸 때 불안함을 느낀다는 것은 무엇을 걱정한다는 것이겠는가? 바로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게 되면서, 인간적인 생존이 불투명하다고 느끼게 되었음 의미한다. 자신의 글이 불특정한 다수에게 노출된다면 반응 또한 불특정 할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좋아해 줄 수도 있지만, 누군가는 무시할 수도, 비아냥댈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런 불확실성 때문에 작가는 불안함과 마주한다. 더군다나 처음 겪는 일이라면 예상이라도 해 볼 데이터조차 부족하기에 더욱 심한 불안을 감당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작가는 어떤 생존의 몸부림을 부리게 될까? 또는 불안을 손쉽게 식혀주는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게 될까? 작가는 이내 자신의 글에 대한 독자들의 칭송을 충동적으로 바라게 된다. 작가들이 독자에게 초점을 맞추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어떻게 해야 독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를 생각하는 것보다 어떻게 해야 자신이 작가로서 사람들에 인정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 시선이 쏠리기가 쉬운 법이다. 그리고 실제로 많은 글쓴이가 그 생각을 실행으로 옮겨버리는 실수를 범한다. 예를 들면 자신의 겪은 경험을 토대로 얻은 진중한 깨달음을 글에 녹여내기보다는 요즘 인기가 좋은 책들의 성향을 따라가는 식이다. 쉽게 말해 이미 성공을 거둔 트렌드에 눈길을 주게 된다.
잘난 놈이 되고 싶은 충동
미국의 작가이자 성공한 미디어 전략가인 라이언 홀리데이는 자신의 저서에서 좋은 책을 만들 수 없게 만드는 마인드를 지적한 적이 있다. ³ 그의 설명에 따르면 많은 글쓴이가 지나치게 작가라는 이름으로 불릴 일에만 들떠 있다는 것이다. 그의 말처럼 정작 중요한 것에는 초점을 맞추지 못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나는 이전에 이 부분을 간과해서 큰 실수를 범한 적이 있다.
나는 2019년을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해로 보냈었다. 그해 초에는 HigherSelf 의식성장 학교를 운영하는 알렉스 룽구의 워크샵에 참석했었는데, 그가 전하는 자아실현의 이론들이 너무 진정성 있게 와 닿은 탓에 그의 수업에 완전히 매료되어 버렸었다. 나는 그를 우상화하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고, 꼭 그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게 되었다. 그러나 그 생각은 곧 위험한 선을 밟도록 만들었다. 그처럼 선한 영향력을 끼치겠답시고 그가 쓴 책을 표절하다시피 한 비슷한 전자책을 써낸 것이다. 당시에 나는 잘못됐다는 자각도 없었다. 배운 것을 자신만의 문체로 써내면 자신도 비슷한 기여를 한 사람이 될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인정받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망에 눈이 멀어 판단력을 잃어버린 것이다. 덕분에 나는 뻔뻔하게도 코치에게 감사 연락까지 보내며, 나의 책을 소개했었다. 돌아온 것은 그의 따뜻한 충고와 함께 내가 앞으로 걸어가야 하는 길에 대한 조언이 담긴 메일이었다. 그때의 기억은 영원히 잊히지 않을 것 같다. 나는 창피한 마음을 이기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눈물 쏟아버리고 말았었다.
질문을 곰곰이 고민하며 노트에 써보세요.
Q.1 내 글이 자신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다주길 기대하고 있을까?
Q.2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 걸까?
Q.3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Q.4 내가 우상으로 삼는 사람은 누구인가? 혹시 나는 위험한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