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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디 Feb 05. 2024

착한 사람들이 옷장에 숨겨두는 것

미국 속담 중에는 '누구나 옷장 속에 해골을 숨겨두고 산다.'라는 말이 있다. (Eveyone has a skeleton in the closet) 속담에서의 해골은 집안의 비밀이나 개인적인 과오, 부끄러운 일 등 부정적인 사건들을 말하는 것인데, 그러니까 속담의 뜻은 '누구에게나 숨기고 싶은 비밀이 있다'라는 뜻이 된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해골을 지나치게 흉측하다고 여겨서 꽁꽁 숨겨두고 산다. 그래서 절대 옷장 밖으로 꺼내지 않으려고 하는 반면, 누군가는 해골이 너무 많이 쌓여있는 탓에 어쩔 수 없이 옷장 밖으로 튀어나오기도 한다.


나의 경우에는 두 가지 모두에 해당하는 사람이었고, 나처럼 인간관계에서 어색한 순간이 자주 일어나는 방식으로 옷장 속의 해골이 튀어나와 버리는 바람에 순간적으로 패닉에 빠지는 사람을 많이 봐왔다.





자기 자신을 미워하는 사람들

몇 년 전에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임상심리학자 '조던 피터슨'(Jordan B. Peterson)의 책을 한 번 읽어 봤었다. 내게도 꽤 유익했던 책인 탓에 아직도 기억나는 흥미로운 구절이  몇 가지 있다.


나는 그중 죄책감과 관련된 부분이 가장 흥미로웠다. 자기 자신을 나쁘게 바라보는 사람들은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더라도 집으로 돌아오면 약을 복용하지 않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과 그 와중에 자신이 기르는 반려동물은 아무 죄 없는 귀여운 존재일 뿐이므로 자기 자신보다 헌신적으로 돌본다는 것.

다시 말해, 과중한 죄책감은 '내 삶에 아무 좋은 일도 안겨주지 말아야지'라는 슬픈 결론에 닿게 만들고, 심지어 무의식적인 셀프 처벌로도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 때로는 자신이 속한 집단에서 손해가 일어났을 때 무리하게 혼자서 책임을 지려는 모습도 보이기도 한다.


아무도 보지 못하도록 꽁꽁 숨겨둔 해골은 당사자의 바람과는 달리 이처럼 자책과 자해의 방식으로 옷장 속을 빠져나와 모습을 드러낸다. 당연하게도 주변 사람들은 기이한 느낌을 받게 되고, '왜 저러는 거야?'라는 물음표를 띄우기 십상이다.


스스로 페널티를 떠안는 모습을 목격한 사람들은 그 기이함 때문에 당사자와 거리를 두기 쉽다. 그리고 당사자는 더욱 고립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해골을 너무 많 숨기는 사람들의 인간관계가 그래서 어렵다.





셀프 체벌의 역할

착한 아이 증후군을 앓는 사람들은 지나치게 많은 죄책감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이들은 보통 어린 시절에 겪은 이유 없는 체벌과 괴롭힘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원래부터 부적절한 존재라는 죄책감을 얻는다. (더 자세한 연관관계 설명은 '01화 성격은 착한데 쎄한 느낌이 든다는 것' 참고)


전혀 반대의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스스로에게 가하는 처벌은 하나의 방어기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스스로를 처벌함으로써, 일부로 고생을 겪음으로써 부적절한 존재인 자신이 이제는 정당화되길 원하는 것이다.   


은근히 이러한 점을 알아주길 바라는 면모도 있다. 가령 착한 사람들은 본인의 순수한 장점에 대해서는 기회가 주어져도 자랑을 잘하지 못하는 반면, 자신이 얼마나 힘든 인생을 살아왔는지에 대해서는 자랑하듯이 말하는 경우가 많다.





허용하기

당사자에게는 슬프겠지만 부적절한 존재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는 소용이 없다. 애초에 본인이 부적절한 존재라는 믿음 자체가 허상이기 때문이다. 존재하지도 않는 것을 부정하려고 하다 보니 바뀌는 게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느끼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다만 어린 시절에 그 누구도 해주지 못했던 따스함을 스스로에게 안겨줌으로써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 바로 허용이다. '실수할 수도 있다.'라고 스스로에게 말하는 것, 그래도 마음이 풀리지 않는다면 '마음에 쌓인 것이 많아서 분이 풀리 않는구나'라고 말하는 것이다.


아무것도 잘못된 것이 없다는 것을 인지하면서 자신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밀어내지 않고, 허용해 주는 것이 고통스러운 굴레를 멈추는 것에 있어 중요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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