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강릉으로 떠난다는 것

100가지의 새로운 경험 프로젝트 #2

by 김조흐

2019년 8월 29일 목요일


평소와 같이 거실에서 누워있었던 나는 오늘 하루를 재미있게 보내고 싶어 졌다. 집에서 한가롭게 오후를 보내는 것이 아닌 바다를 보고, 하늘을 보고, 세상을 보고 싶어 졌다. 어딘가에 가고 싶어 졌던 나는 스마트폰으로 이것저것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KTX 강원도행이 새로 생겨서 서울에서 강원도를 가기가 한층 수월해졌다고 누군가 말했던 것이 기억이 났다.


그래서 코레일에 들어가서 서울에서 강원도로 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니 '서울역-강릉행' 기차를 타면 2시간이면 충분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사실을 안 순간 나는 바로 기차표를 끊고 출발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기차를 예매한 시간이 대략 오후 2시~2시 30분이었는데, 시간이 빠듯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후 4시 1분 강릉행 기차표를 선택했다. 그리고 재빠르게 이것저것 필요한 물건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웬만해선 짐을 가볍게, 적게 들고 가기 위해서 최소한의 필요한 것 위주로 가방에 담았다. 오늘의 주제를 간략하게 말하자면 '강릉으로 떠나는 즉흥여행'이다.



이렇게 갑자기 떠나버린다고?

1.jpg 간신히 도착한 서울역

내 인생에서 계획 없이 갑자기 여행을 떠났던 경험은 제대 후에 갑자기 부산 여행을 가서 처음으로 게스트하우스를 가본 것, 나고야로 여행 간 친구가 놀러 오라고 해서 출발 하루 전날에 급하게 비행기 표를 끊어서 혼자 첫 해외여행을 시작한 것, 일본인 친구를 보기 위해서 출발 2~3시간 전 급하게 비행기표를 구해서 편도로 날아간 것 정도가 되겠다.


이번 강릉 여행은 내 인생에서 TOP2에 들어갈 정도로 갑자기 떠나는 여행이었다(일본행 편도가 1순위). 그렇게 짐을 다 싸고 KTX 시간에 맞춰서 급하게 서울역으로 향했는데,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늦을 것 같아서 택시를 타기로 했다. 물론 기차 시간을 미룰 수도 있었겠지만 그렇게 되면 강릉에 도착하는 시간이 너무 늦어져서 택시를 선택한 것이다.


기차 시간은 다가오는데 택시는 왜 그렇게 안 잡히는지.. 조마조마하다가 드디어 택시를 잡았다. 그리고 택시 기사님께 바로 서울역으로 가달라고 했다. 어찌어찌 서울역으로 잘 도착했는데 그 시간이 오후 3시 54분이었다. 기차 시간은 오후 4시 1분. 택시를 타면 보통 서울역 앞 횡단보도에 내려주는데, 차선이 많기도 하고 유턴하려면 한참 돌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횡단보도도 잘 건너고 KTX 바로 앞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3시 59분 정도. 겨우 딱 세이프 한 뒤에 한 숨을 돌렸다. 그렇게 숙소도 예약하지 않고 기차부터 탄 나는 강릉으로 가는 길에 숙소를 찾기 시작했다. 가는 길에 고향 친구와 전화를 하기도 하고. 숙소를 예약한 뒤에 책을 읽었다.



고난의 연속인 강릉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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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역에 도착한 뒤에는 숙소 주위로 가는 버스를 타야 했는데 몇 십분 기다린 버스를 눈 앞에서 놓쳐버렸다. 223-1 버스였는데 '223'이랑 '223-1'이랑 다른 건가? 하며 헷갈려하다가 놓쳐버린 것이다(ㅜㅜ). 하늘을 보며 여유를 즐기다 보니 16분 정도 뒤에 버스를 탈 수 있었다.


그렇게 버스를 타고 가며 경치 구경도 하고, 사람 구경도 했다. 버스에는 셀 수 있을 정도의 사람이 있었는데, '이 사람은 강릉 사람일까?', '이 사람은 여행 온 사람일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 뒤로 멋진 풍경을 보다가 내려야 할 정류장을 놓쳐버렸다. 아뿔싸! 그렇게 '잘못' 도착하게 된 곳은 '커피거리', '안목 사거리'였다.


이왕 여기까지 온 거 둘러보다 가기로 결정! 이런 경험도 여행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주위에는 '안목해변'이 있었는데 그 주위로 '커피 거리'가 형성되어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예쁜 카페도 많았고, 사람도 많았다. 여기에 도착했을 때의 시간은 오후 6시 51분 정도. 딱 해가 질 즈음의 시간이라 그런지 경치가 참 예술이었다.



그저 지금 이 순간을 즐기면 될 뿐

4.jpg 안목해변의 저녁 풍경
5.jpg 안목해변의 어느 카페(롱 브레드)

노을을 보며 '나는 왜 강릉으로 온 것일까?', '바다를 보기 위해?',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그냥?', '답답해서?'등의 생각을 했다. 결론은 없었다. 지금 나는 강릉에 있고 그것을 즐기면 될 뿐이었다.


그렇게 안목해변도 잘 둘러보고, 구경도 다 한 뒤에 다시 숙소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탔다. 지나가면서 송정해수욕장 캠핑장이 보였는데, 숲이 너무 예쁘게 꾸며져 있어서 저기서 캠핑을 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가보고 싶은 장소로 저장!


이번에는 내릴 정류장의 이름(초당 분수 공원)을 확실히 알아둬서 정확히 잘 내릴 수 있었다. 숙소로 가는 길 바로 앞에는 정류장이 없었기에 초당 분수 공원에서도 15분~20분 정도 걸어가야 숙소가 나왔다. 숙소는 필그림 게스트하우스로 잡았는데, 되게 깔끔해 보이기도 하고 해변 바로 앞에 자리했기에 위치도 마음에 들어서 바로 예약한 곳이다.



드디어 숙소에 도착! 여유를 즐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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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로 걸어갈 때가 거의 오후 8시라서 배가 고팠기에 먼저 밥을 먹고 들어가기로 했다. 원래 숙소 주변 맛집에 가려고 했는데 딱 주문 마감시간이었기 때문에 다른 곳으로 가야 했다. 영업하는 곳이 있나 둘러보다가 바다가 보이는 오션뷰 음식점에 들어갔는데, 그릴 버거 세트를 주문해서 다 먹으니 거의 오후 9시가 되어서야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에 들어가서 짐도 정리하고 어느 정도 휴식을 취했다. 약간 졸기도 하고.


게스트하우스는 되게 조용하고 쾌적해서 마음에 들었다. 잠자리마다 블라인드도 잘 설치되어 있어서 개인 공간도 잘 활용할 수 있어서 좋았다. 라운지 공간은 24시간 개방이었는데 내려가서 노트에 글을 적기도 하면서 여유를 즐겼다.



강릉에서의 여유로운 일상과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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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여행에서의 첫날밤은 지나가고 아침이 밝아왔다. 잠자리가 바뀌어서 그런지 아침에 일어날 때 악몽을 꿨다. 강릉으로 향할 때만 해도 잘 몰랐는데, 막상 강릉에 도착해서 이것저것 해보니 여기 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즉흥여행의 묘미는 한 치 앞을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즉흥으로 여행을 떠나면 숙소가 없을 수도 있고, 교통이 불편해서 1시간을 걸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각 상황에 따라 적절한 선택을 하는 것도 여행의 재미 중 하나이다. 생각지도 못한 맛집, 풍경을 만나서 감동적인 하루를 보낼지도 모른다.


갑자기 떠난 강릉 여행이었지만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고, 여유로운 일상을 보냈다. 그리고 새로운 장소에 가니 영감도 팍팍 떠오르고 글도 잘 써졌다. <나는 재미있게 살기로 했다 프롤로그>, <서핑을 처음 해본다는 것> 두 글 모두 강릉에 갔기 때문에 쓸 수 있는 글이었다.


강문해변 앞의 어느 예쁜 카페에서 바다를 보며 한가로이 글을 쓰는 그 순간이 너무 좋았다. 내가 간 곳은 '롱 블랙커피'라는 카페였는데, 오션뷰 카페이기도 하고 실내가 너무 예쁘게 잘 꾸며져 있었다. 오후 3시 정도가 되니 3층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마치 나 혼자 카페 한 층을 통째로 빌린 느낌이었다. 그러면서 오션뷰가 있는 집에서 살면 얼마나 행복할까?라는 생각도 해봤다.


너무 좋아서 며칠 더 강릉에 머물고 싶었지만 주말 일정이 있었기에 아쉽게도 1박 2일의 여행으로 강릉 여행은 마무리가 되었다. 강릉 여행의 과정 속에서 해변에서 '1시간 동안 바다 쓰레기 줍기'라는 독특한 경험도 했다. 당신은 해변에서 1시간 동안 쓰레기를 주워본 경험이 있는가? 흔치 않은 이 경험은 우연인지, 필연인지 날아가던 봉지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바다 쓰레기와 관련된 글은 다음 글에서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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