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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조흐 Nov 01. 2019

글은 쓰는데 작가는 아니라고요?

작가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다. 하지만 책을 출간하거나 글과 관련된 이렇다 할 활동을 해본 적은 없다. 그저 브런치에서 꾸준히 글을 쓰고 있을 뿐. 그렇다면 나는 작가인 걸까? 작가가 아닌 걸까?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고민을 해봤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책에서 봤었던 관련된 사례가 하나 있다. 책의 저자는 자신의 이름으로 책 4~5권을 출간한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작가'라고 소개하기가 내키지 않았다고 한다. 친구들은 장난스러운 말투로 "김작가~"라고 부르고는 했는데 그때마다 왠지 불편한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언젠가 해외여행에서 만난 한 식당 종업원과의 얘기를 통해 '작가'에 대한 생각이 180도 바뀌었다고 한다. 식당 종업원 존(가명)은 그녀에게 자신을 작가라고 소개했다. 그래서 그녀는 어떤 종류의 책을 썼는지 물어봤는데, 존은 이렇게 답했다.


"책을 출간한 적은 없어요.
그래도 지금 꾸준히 글을 쓰고 있어요.
글 쓰는 사람을 작가라고 하지, 뭐라고 하겠어요?"

상상도 못 한 그의 답변에 그녀는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녀도 이제 스스로를 당당하게 작가라고 부르기로 했다. 



당신은 작가인가요?

#카카오임팩트 주최 <카카오 브런치 #크리에이터스데이>

얼마 전 카카오 임팩트에서 주최하는 크리에이터스 데이 카카오 브런치 행사에 다녀왔다. 행사를 시작하고 사회자 분께서 "오늘 오신 분들 중에 '브런치 작가'이신 분 손 한 번 들어보시겠어요?"라고 물어봐서 나는 당당하게 손을 들었다. 


비록 구독자가 정말 많고, 유명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매일 글을 쓰는 '브런치 작가'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었기에 당당하게 손을 들 수 있었다. 과거의 나였으면 이런 자리에서 부끄러운 나머지 손을 들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정체성이 분명했기에 당당하게 손을 들 수 있었다. 지금의 나는 글 쓰는 사람이자 작가임이 분명하다.


작가라는 호칭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라고 생각합니다.
쓰는 순간, 모두 작가인 거죠. <이연대 에디터>


브런치 강연을 들으면서 인상 깊은 말이 있어 노트에 필기를 해뒀다. 이연대 에디터는 작가라는 호칭이 명사가 아니라 동사라고 했다. '쓰는 순간, 모두 작가인 거죠.'라는 말은 내 마음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쓰는 순간 작가라니... 글을 쓰는 우리 모두가 작가가 아니라면 무엇이란 말인가? 


스스로를 작가라고 칭했던 존의 사례처럼 우리는 당당하게 스스로를 작가라고 부를 수 있어야 한다. 자신만의 정체성을 가지고 글을 쓴다면 자신의 가치관이 담긴 색깔이 있는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다. 동시에 작가이자 크리에이터, 창작자, 기획자이다. 우리는 상황에 따라 스스로에 대한 정체성이 바뀌기도 한다. 언젠가의 나는 작가이고, 언젠가의 나는 요리사이며, 언젠가의 나는 소중한 부모님의 아들, 딸 일 수 있다. 우리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 달리는 사람, 책 읽는 사람 등의 여러 가지 정체성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당신이라면. 스스로를 '작가'라고 부르기가 민망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오늘부터 당당하게 자신을 '작가'라고 외쳐보는 것은 어떨까? 이연대 에디터의 말처럼, 식당 종업원 존의 말처럼 


쓰는 순간, 우리 모두는 작가인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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