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와 작은 아트페어만 참여를 하다가 처음으로 상을 수여하는 공모전인 한국서화협회 국제현대미술대전에 지원을 했다. 딱히 상 욕심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비전공자 미술작가로서 인정이 조금 고팠나 보다.
* 감정(感情)_oil on canvas_72.7x60.6_2024
감정적이라는 말은 어느 순간 비난을 뜻하게 되었지만 감정에 선악은 없다. 우리를 불안하게 만드는 게 감정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토록 원하는 행복도 감정의 영역이다. 우리가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그 감정을 다룰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은 더욱 풍요로워질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폭넓은 감정을 느끼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
뇌는 경험에 감정을 덧입혀 장기기억으로 저장하는데 대부분의 감정들은 혼자가 아니라 타인의 존재가 있을 때 느끼게 된다. 결국 우리는 타인과 교류하지 않는다면 감정을 느낄 수 없고 자신의 삶을 추억하기 힘들다.나에게 오랫동안 감정은 나를 비효율적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 피해야 할 무언가였지만 요즘은 타인과 서로의 깊숙한 자아를 꺼내어 교류하는 울림이 좋다.
서로에게 못난 모습을 보여주고 품어주며 깊은 관계로 나아가듯이 나도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나를 인정해야 나를 온전히 사랑할 수 있기에, 감히 모든 감정들을 느끼고 담을 줄 아는 감정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
혹시나 하는 기대가 아주 없던 건 아니지만 금은동이 아닌 입선이라 다행이다. 너무 높은 상을 받아 내가 거만해지는 것보다 노력에 발맞추어 조금씩 나아가는 게 내게 익숙한 방식이다.
그렇게 제44회 국제현대미술대전이 끝나고 며칠이 지났을 무렵 처음으로 한 컬렉터님께서 내 작품을 소장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다. 아직 작품 판매의 경험이 없었기에 정말 감사하고 꿈같은 일이었지만 이 작품은 이후 계획했던 2인전의 메인으로 걸 작품이라 판매를 할 수 없었다.
죄송하게도 전시가 끝난 뒤 가능할 때 연락을 드린다는 말을 전했는데 2인전이 끝나는 건 약 5개월 후라 그때쯤이면 컬렉터님도 내 작품을 잊어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5개월이 흐르고 컬렉터님께 반출한다는 연락을 드리자 컬렉터님은기다렸다며작품을 바로 소장해 주셨고 이후에도 내게 전시소식을 알려달라는 다정한 말씀을 전하셨다.
작년과 올해 모두 뜻깊은 처음이 많아 이리저리 깨지고 합쳐지며 변모하는 나를 관찰하는 요즘이다. 모서리가 닳고 나면 본질만 남는 걸까. 아니면 새로운 모양이 탄생할까.
매 순간 어떻게 살아야 행복하고 어떤 삶이 좋은 삶인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그러다 정립된 건 행복과 좋은 삶에 대한 정답은 없으며 사람은 그저 나다움을 깨달아 나답게 사는 게 가장 행복하고 좋다는 것뿐이다.
여전히 나다움을 찾아 헤매고 있는데 매번 새롭고 또 바뀌어가고 있다. 내가 변할 때마다 정체성이 무너지는 것 같아 두렵기도 하지만 자아는 고정된 게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며 거쳐왔던 모든 모습들이 퍼즐처럼 맞춰져 또 하나의 자아를 이루는 듯하다. 그리고 이렇게 나를 찾아가는 여정을 우린 삶이라고 부르는 게 아닐까 싶다.
탓을 하며 울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내게 어떠한 영향을 주어 지금을 만들어준 모든 것에 감사하려 한다. 그 모든 것이 영양분이 되어 나는 더욱 단단해지고 있다. 나를 비롯한 모두가 자기답게 행복하고 좋은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