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어느 날 인스타로 종종 안부를 주고받던 메테즈 작가님께 연락이 왔다. 메테즈 작가님께서 약 60평 남짓하는 남양주의 한 갤러리 카페의 초대전을 하게 되었는데 이번엔 혼자가 아닌 2인전을 기획하고 싶었고 함께할 열정 넘치는 작가를 찾던 와중 온종일 작업만 하는 내가 생각이 났다고 하셨다. 작년에 데뷔를 하고 단체전 경력 밖에 없는 신진작가인 나에겐 진심으로 감사한제안이었다. 나는고민할 틈도 없이 눈을 반짝이며 갑작스럽게 찾아온행운을 덥석 물었다.
전시를 준비하면서 우린 서로의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귀여운 상상으로 동화 같은 이미지를 구현하고 작가님은 강렬하면서 화려한 분위기를 추상적으로 제시한다. 우린 다른 것을 그리고 있었지만 비슷한 무언가를 공유하고 있었는데 우리의 밝은 이면엔 어둠이 담겨 있었다. 우리는 슬픔, 불안, 분노, 두려움 등 부정적인 감정을 통해 성장해 왔었고 우리의 작업은 내면의 어둠을 승화시켜 사무치게 빛나는 화사함이었다. 그 과정 속에서 우리의 행복은 그동안 흘렀던 눈물만큼 짙어지고 있었다.
얼마 전에 본 영화 인사이드아웃2에서 어른이 되는 건 기쁨이 줄어드는 일이라는 대사가 나왔다. 기쁨은 분명 줄어들고 있지만 헤어짐 뒤의 아쉬움, 과거를 추억하며 느껴지는 아련함, 밤에 가끔 빠져드는 우울의 달콤함까지 어렸을 땐 알 수 없었던 복잡 미묘한 감정들을 나는 감히 행복의 영역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쓸데없는 경험이 없듯이 느껴선 안 되는 감정은 없었고 우리의 다양한 감정들이 다채로운 빛을 내어 '농도 짙은 행복'이 되고 있었다.
5월 11일 화사한 봄날, 우연스럽게도 내 생일에 시작했던 2인전 '봄의 피날레'가 끝을 맞이했다. 유난히 길고 찬란했던 봄을 갈무리하며 전시를 준비하는 동안 썼던 작가노트를 덧붙여 본다.
다채로운 색감과 귀여운 상상으로 희망을 선물하는 작가 신은지입니다.
삶을 여행하며 성장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사랑스러운 토끼와 동물로 표현하고 자연의 몽환적인 분위기에 내면의 생각과 감정들을 녹여냈습니다. 구름은 몽글몽글 부풀고 잔잔하게 깔리기도 하며 달은 채움과 비움을 반복합니다. 자연의 다양한 모습과 파장에 따라 다채롭게 변하는 빛들은 고정적이지 않은 우리의 가능성을 보여주며 보는 이에게 희망을 선사합니다.
우리는 예술을 통해 잊고 있던 무언가를 깨닫곤 합니다. 제가 작게나마 깨달은 것들이 전달되어 누군가가 공감이나 위로를 얻고 삶에서 중요한 가치를 발견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