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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ini Nov 03. 2024

다양한 나다움을 마주할 용기

자아 조각들

나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타인의 다름을 경험하는 것이다. 타인과의 유사성 속에서 나를 발견하기도 하지만 타인의 다름은 나의 다름을 가장 크게 극대화시킨다. 그리고 그렇게 타인을 통해 확인한 나의 다름이 쌓이면 나다움이라는 감각이 형성된다.


나는 살면서 다수에 속하지 않을 때가 많았는지 인지능력이 조금 예민했던 덕분인지 모르겠지만 삶의 곳곳에서 다름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기회들은 나를 발견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지만 타인이 나의 다름에 이질적인 시선을 내던질 때면 마음 한편이 조금 아렸다.


그동안 다름을 수많이 경험하고 다름에 대한 차별의 아픔을 안다면 나는 타인의 다름에 대한 수용범위넓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별로 그렇지 못한 것 같다. 타인의 다름이 나다움에 반(反)하기에 수용하지 못한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나 자신도 아직 나의 다름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 사랑 2(愛)_oil on canvas_72.7x50.0_2024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타인을 사랑할 수 있다는 말이 있듯이 타인을 대하는 태도는 스스로를 대하는 태도에서 시작된다. 타인의 다양성을 받아들이기 앞서 나는 아직도 낯설게 느껴지는 나의 다양성을 끌어안을 용기가 있는가? 나조차도 나의 탁월함을 선택적으로 선호하고 나의 취약함을 무시하거나 배제하지는 않았나?


우리는 살면서 크고 작은 실패를 통해 나의 취약함을 마주하게 된다. 나의 취약함을 내가 끌어안을 수 없다면 자연스럽게 타인의 취약함도 받아들이기 힘들다. 정체성은 나의 탁월함의 집합체가 아니라 나의 탁월함과 취약함 그리고 그저 그런 모습까지 어우러져 만들어진다. 그리고 나를 알아간다는  하나의 정체성을 완성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나의 다양성을 발견하는 과정이다.


* 피날레 2(終幕)_oil on canvas_45.5x37.9_2024


우리는 다양한 나를 만나면서 자신이 비정상이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을 맞닥뜨린다. 하지만 타인과 만나 내밀한 대화를 나눠보면 사실 우리 모두가 비정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린 모두 조금씩 다르게 아프다. 비정상인 우리들이 함께 살아가는 유일한 길은 자기만의 비정상을 인지하고 타인에게 나의 비정상을 설명하여 서로의 비정상을 다루는 방법을 배워가는 것이다. 여전히 쉽지 않지만 다양한 나를 마주할 용기를 내보며 다양한 모양의 사람들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세상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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